(단독)부당 지시 안 따르면 '종북좌파'…기관장 폭주에 국방홍보원 '시끌'
채 원장, 부당한 압력 행사…국방홍보원 내부서 폭로
2025-07-22 06:00:00 2025-07-22 07:38:27
[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장병들의 정신 전력 강화 등을 목적으로 발행되는 <국방일보>와 <KFN TV·라디오> 등을 제작하는 국방부 소속 기관 '국방홍보원'이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대선 캠프 출신 기관장의 정치적 편향과 독단적 운영으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자신과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국군 통수권자의 안보 행보에 대한 보도를 축소 또는 배제 지시하고 과거 사례 등을 제시하며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구성원을 '종북 좌파'로 몰며 인사 조치를 했다는 주장이 나온 건데요. 내부적으로는 채일 국방홍보원장의 이 같은 부당한 매체·조직 운영과 관련해 공익 신고 움직임도 감지됩니다. 

국방홍보원 소식에 정통한 군 관계자는 21일 "<국방일보>와 <KFN>의 총괄 책임자인 채 원장이 매체의 성격과 기능을 이해하지 못하고 개인의 정치적 관점과 독단적인 행동으로 매체의 편집 방향과 조직 구성을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이 매체, 조직, 구성원에 대한 이해 없이 매체의 중립성을 훼손하고 고유 가치를 부정하면서 그 리스크를 구성원들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정치적 편향으로 <국방일보> 등의 매체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기관장이라면 하루빨리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했습니다. 

윤석열 대선 캠프 출신으로 <국방일보> 등의 제작을 총괄하는 채일 국방홍보원장이 정치 편향적 매체 제작 지시 등로 구설에 올랐다. 사진은 신축중인 서울 용산 국방홍보원 청사 전경.(사진=뉴스토마토)

군 통수권자 안보 행보 '축소 보도' 지시

 
다수의 군과 국방부, 정치권 소식통에 따르면 채 원장은 지난달 9일 발행된 <국방일보> 1면에 편집됐던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 통화 기사를 발행 직전 빼도록 지시했습니다. 일부 극우 성향 유튜버 등이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가 '자작극'이라고 주장한 것을 근거로 대통령실의 발표 기사를 빼고 그 자리에 광고를 넣으라고 했다는 겁니다. 
 
또 이 대통령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과 관련해선 <국방일보>에 주요 성과와 의미를 분석하는 기고문을 게재하려고 했지만 채 원장의 반대로 싣지 못했다고 합니다. 군 통수권자의 주요 외교 행보에 대한 성과와 의미를 담은 기고문 게재는 통상적인 것이고, 이미 필자를 섭외해 받은 원고가 있어 필자와의 신뢰를 위해서도 게재가 필요하다는 구성원들의 반론에도 이해하기 힘든 이유로 게재를 못 하게 했다는 겁니다. 
 
특히 채 원장은 전직 대통령 때와 유사한 수준으로 7개면 특집 보도를 준비한 데 대해 강하게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아울러 이를 주도한 대통령실 출입기자 등에 대해 출입처 조정 등의 방식으로 인사 조치 할 것을 지시했고, 최근 일부 인사 조치가 이뤄졌습니다. <국방일보>의 이 대통령 당선과 취임 보도에 대해 채 원장이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겁니다. 
 
통상 출입처 조정 인사는 1~2년마다 한 번씩 바뀌는데, 이번엔 이례적으로 6개월 만에 이뤄졌습니다. 채 원장의 '보복성 인사'라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이 외에도 채 원장은 각종 내부 회의 석상에서 이 대통령과 새 정부 관련 기사 게재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이거나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집니다. 

 
지난 달 9일 발행된 국방일보 1면 지면 하단에 채일 국방홍보원장의 지시로 '한미 정상 첫 전화통화' 기사가 빠진 대신 광고가 배치돼 있다. 지면을 소개하는 설명에는 '한미 정상 첫 전화통화…동맹 발전 위해 긴밀한 협력 공감대'가 남아 있다. (사진=국방일보 홈페이지)

윤석열 비판 매체 절독…<스카이데일리> 구독
 
채 원장의 지시로 국방홍보원은 지난 2월부터 <한겨레>, <경향신문> 등의 구독을 중단하고 대신 특정 매체를 추가 구독하기도 했습니다. 12·3 불법 계엄으로 인한 탄핵 국면이 이어지던 1월 중순 채 원장이 간부들에게 윤석열씨에 대한 비판적 매체들을 특정, '좌파 성향 매체'라고 규정하며 '절독'을 지시했고 이에 국방홍보원은 <한겨레>, <경향신문> 등의 구독을 중단했습니다. 
 
국방홍보원은 대신 12·3 불법 계엄 당시 계엄군이 선거연수원에서 중국인 간첩 99명을 체포했다는 가짜 뉴스를 보도한 <스카이데일리>를 새로 구독하기 시작했습니다. 팀장급 직원이 개인적으로 구독하는 형식이지만 채 원장의 직속 부서 팀장이 직장으로 구독하고 이를 직원들이 배포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적절성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채 원장의 이런 행태는 한두 번이 아닙니다. 국방부 등 관계자에 따르면 채 원장은 자신을 윤석열정부 사람이라며 극우 마인드로 매체를 세팅하려고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지난해 국회 국방위원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 의원들이 국방홍보원 예산 삭감을 추진하자 채 원장은 민주당 소속 추미애·김병주·허영 의원 등의 실명을 언급하며 "종북좌파들과 전쟁을 벌일 각오를 해야 한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지난해 4월에는 '국방홍보원에 종북좌파가 너무 많다. 비애국적 공무원이 너무 많다. 적절한 시기에 인사하겠다'는 취지의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자신의 지시나 제안에 이견을 보인 직원 등에 대해 '종북 좌파'로 몰아갔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이와 관련해 군 안팎에서는 채 원장이 자신의 정치적 견해와 다른 사람들을 '종북좌파'로 낙인찍고, 조직 내 비판적인 목소리를 억압하는 행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는 내부 비판이 나옵니다. 

계엄 옹호 기사엔 "통수권자 행보 적절한 보도"
 
채 원장은 올해 초 민주당으로부터 '내란 선동' 혐의로 고발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2월13일 <국방일보>에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윤씨의 대국민담화 내용을 게재할 것을 지시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국방일보>는 비상계엄에 대한 정당성을 강조하는 대국민담화를 1면과 2면에 소개한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당시 <국방일보>는 해당 보도가 나간 이유를 묻는 부승찬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창간 이후 국군 통수권자의 기자회견, 대국민담화, 국무회의, 정상회의, 그리고 국군 장병 방문 등의 주요 이슈가 발생했을 때 국방·안보 관련 내용을 적절한 방식으로 보도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같은 해명은 최근 발행된 <국방일보>의 보도와는 상당한 괴리가 있는데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