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삼성전자의 의료기기 자회사 삼성메디슨과 미국 의료 소프트웨어·기기 스타트업인 엑소 이매징(Exo Imaging, 이하 엑소)이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었습니다. 최근 잇따라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이어가고 있는 삼성의 행보에 비춰, 엑소와의 협력도 향후 합병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지난해 12월1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북미영상의학회(RSNA) 2024’에서 삼성메디슨 부스 전경(사진=삼성메디슨)
27일(현지시각) 엑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메디슨과 첨단 초음파 솔루션 공동 개발을 위한 전략적 협력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파트너십에는 삼성벤처투자의 전략적 지분 투자가 포함됐으며, 삼성메디슨과 엑소는 차세대 초음파 플랫폼 개발에 속도를 낼 계획입니다. 시장조사업체 프레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AI 기반 초음파 영상시장은 지난해 기준 10억3000만달러(약 1조4155억원) 규모로, 2034년까지 연평균 8.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엑소는 2015년 설립돼 미국 캘리포니아에 샌타클래라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인공지능(AI) 기반 의료장비용 소프트웨어와 초음파 장비를 개발해 온 기술 스타트업입니다. 지난해에는 4개의 AI 진단 지표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추가로 획득하며, 현재 총 9개의 FDA 인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유규태 삼성메디슨 대표는 “엑소와의 협력은 초음파 영상 분야의 혁신을 향한 중요한 발걸음”이라며 “우리는 진단 역량을 향상시키고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임상 경험을 향상시키는 혁신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삼성메디슨은 국내 최대 초음파 진단기기 제조업체로, 1985년 설립됐으며 삼성전자가 지분 68.45%를 보유한 자회사입니다. 현재 삼성전자 디지털 엑스레이 시스템과 이동형 CT의 국내 판매 및 서비스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번 협력을 두고 단순한 기술 제휴를 넘어 M&A를 염두에 둔 포석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제휴나 협력을 통해 먼저 관계를 설정한 뒤, 상황에 따라 M&A으로 이어지는 ‘리얼 옵션 이론’이라는 경영 전략이 있다”며 “실제 많은 기업들이 협력 단계에서 실사를 거친 후 인수를 결정하는 만큼, 삼성메디슨과 엑소 간 M&A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삼성메디슨과 삼성벤처투자는 “엑소와의 M&A 논의는 따로 전달된 바 없으며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삼성은 이달 들어서만 미국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부, 독일 공조기업 플랙트그룹 등 대규모 인수를 연이어 단행하며 공격적 투자에 나서고 있습니다. 삼성메디슨 역시 지난해 5월, AI 기반 초음파 진단 리포팅 기술을 보유한 프랑스 기업 소니오(Sonio)를 약 1265억원에 인수한 바 있습니다. 당시에도 인공지능 기술 확보와 글로벌 시장 확대를 동시에 겨냥한 행보로 평가받았습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삼성메디슨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428억원이며,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유동성 자산은 3400억원 이상에 달합니다. 회사는 무배당 정책을 유지하며 인재 확보와 시설 투자, 인수합병에 재원을 집중한다는 방침입니다. 유 대표는 지난 3월 삼성전자 주주총회 직후 취재진과 만나 “M&A는 계속 살펴보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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