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장미 대선과 부동산
2025-05-30 06:00:00 2025-05-30 06:00:00
장미는 특유의 우아함과 색깔, 향기 등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꽃 가운데 하나다. 이맘때쯤이면 주택이나 아파트 담벼락 위로 흐드러지게 핀 장미에 눈길이 절로 가게 된다. 장미는 색깔에 따라 꽃말도 다채롭다. 붉은 장미는 '낭만적인 사랑'을 의미한다. 분홍색 장미와 하얀 장미는 각각 행복한 사랑과 순결함을 뜻한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고백하는 순간이나 즐겁고 축하하는 자리에서 장미꽃을 선물한다. 
 
공교롭게도 장미가 한창인 시기에 대선이 열린다. '장미 대선'이다. 장미 대선은 오뉴월에 치러지는 대선을 뜻한다. 제6공화국 출범 이후 대선은 으레 12월 중순에 열렸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2017년에는 5월에 대선이 치러졌다. 이번에도 장미철에 대선을 맞게 됐는데, 장미의 꽃말과는 다르게 비상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의 파면으로 시작된 선거라는 점에서 실로 역설적이다. 
 
긴 겨울을 지나고 더딘 봄을 겪으면서 피어오른 장미는 초여름을 부른다. 그런데 부동산 시장은 아직 한겨울에 머물러 있다. 지방 부동산 시장은 침체 일로를 걷고 있고 수도권 부동산 시장도 일부를 제외하곤 소강상태다. 수만채로 늘어난 악성 미분양에 건설사들은 줄도산 위기에 놓였다. 건설과 부동산 업계는 장미 대선을 기점으로 시장이 정상화되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대선 주자들이 내놓은 부동산 공약은 어느 때보다 빈약하고 허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재명·김문수·이준석 후보의 '부동산 정책'은 큰 틀에서 이견이 없다. '공급'을 늘리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말뿐이고, 로드맵은 없다. 공급은 단기간 실현하기 어렵다. 지난 대선에서도 주택 공급 확대가 주요 공약으로 나왔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당시 정비사업 규제 완화 등을 통해 270만호 이상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인허가·착공 실적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무엇보다 미분양,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양극화 등 당면 문제들에 대한 해법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 문제가 풀려야 공급 대책이 힘을 발휘한다. 주택 수요·공급과 금리 등을 기본으로 다양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부동산 정책의 완성도에 관해 물음표가 달릴 수밖에 없는 정국인 셈이다. 
 
부동산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게 핵심이다. 실행력 없는 공약은 시장 신뢰를 낮출 수 있는 만큼 당면 과제를 어떻게 풀어갈지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력이 바뀌는 일이 무조건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진 않는다. 이번 선거는 지난 19대 대선과 마찬가지로 당선 확정과 동시에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다. 차기 정부의 꼼꼼한 정책 보완을 통해 무너진 주거 사다리가 복원되고, 부동산 시장에 새로운 활력이 싹트길 기대한다. 
 
강영관 산업2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