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정책 만능주의'에 갇힌 부동산 시장
2026-05-21 06:00:00 2026-05-21 06:00:00
서울 부동산 시장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정부는 규제를 조정하고 세금을 손보며 시장 안정화를 꾀하고 있지만, 흐름은 번번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습이다. 강남 재건축부터 중저가 아파트, 전세와 월세 시장까지 동시에 출렁이고 있다. 강남을 누르니 중저가 지역이 오르고, 매매를 조이자 전·월세가 흔들렸다. 시장은 정책이 설계한 공식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최근 정부는 서울과 경기 일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비거주 1주택자가 세를 놓은 상태로 집을 팔 수 있도록 실거주 의무를 한시적으로 유예했다. 동시에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와 보유세 강화 가능성도 열어놨다. 집을 시장에 나오게 만들겠단 신호다. 하지만 시장은 단순한 계산식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부동산 정책은 오랫동안 '정책 만능주의'에 기대왔다. 세금을 올리면 집값이 잡힐 것이라 믿고, 규제를 강화하면 투기가 사라질 것이라 기대한다. 공급 물량을 늘리면 시장이 안정될 것처럼 말한다. 
 
문재인정부 시절에도 강한 대출 규제와 다주택 규제가 이어졌지만, 서울 집값은 폭등했다. 전세 물량은 줄었고 월세 비중은 빠르게 늘었다. 시장 참여자들은 정책 빈틈을 찾아 움직였고, 규제는 더 복잡해졌다. 결과는 시장 안정이 아니라 거래 절벽과 자산 양극화였다. 현재와 데칼코마니를 찍어낸 듯 일치한다. 
 
공급 만능주의가 만연했다는 점도 같다. 공급을 늘리면 가격, 불평등, 시장 왜곡 등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이었다. 물론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면 상당 부분 문제가 해결된다. 문제는 공급 숫자 경쟁에만 몰두했단 점이다. 선거철마다 후보들은 경쟁적으로 몇만 호 공급을 약속하지만, 제대로 실현된 것은 극히 일부였다.
 
현재 쟁점이 되는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이를 단순한 세금 감면처럼 바라보지만, 실제로는 장기간 누적된 인플레이션 효과를 일부 보정하는 기능도 있다. 물가 상승으로 커진 명목 이익까지 모두 과세 대상으로 삼으면 사람들은 이동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 결국, 매물은 잠기고 시장은 더 경직된다.
 
자산 불평등 문제는 분명 존재한다. 다주택 투기 억제와 실수요 보호 역시 필요한 정책 목표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정책은 시장을 지나치게 정책 변수 중심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강하다. 시장은 규제만으로 통제되지 않는다. 수요와 기대, 유동성과 생활 조건 등이 함께 작동한다. 부동산 문제는 세금이나 공급 물량 숫자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필요한 것은 정책 강도의 경쟁이 아니다. 시장 구조와 주거 수요 변화에 대한 현실적인 이해다. 정부가 시장을 단기 정책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규제와 완화의 반복 속에서 시민들의 주거 불안만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강영관 산업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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