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의 내리막길, 닷새 뒤에 시작된다
2025-05-30 06:00:00 2025-05-30 06:00:00
지난 18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 야외광장에서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제21대 대통령 선거 정책 선거 홍보 캠페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거를 많이 치러본 정치부 기자들의 경험담 중에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총선은 선거일 이전이 죽을 만큼 바쁘고, 대선은 선거일 이후가 죽을 만큼 바쁘다.”
 
통상 총선은 각 당의 지역구와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 진통이 크고 기삿거리도 많이 쏟아집니다. 관심 지역구도 챙겨야 하고, 다뤄야 할 후보들도 많아서 선거운동 과정 자체가 숨가쁠 수밖에 없습니다. 지방선거도 대략 총선과 비슷한 모양새로 흘러갑니다.
 
반면 대선은 핵심 후보 몇 명을 중심으로 당내 경선과 거대 이슈, 후보 검증 등이 주를 이룹니다. 그래서 총선에 비해 선거운동 과정의 밀도와 복잡성이 상대적으로 덜한 편입니다. 하지만 대선일이 지나고 대통령이 선출되면 사정이 180도 달라집니다.
 
통상,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가동되면서 각 분야별로 구체적 정책이 쏟아집니다. 그와 동시에 정부 조직 개편에서부터 총리와 장관 및 주요 공직의 인선, 그 후보자들의 검증과 청문회 등 쏟아지는 뉴스의 양과 범위가 무한대로 늘어납니다. 인사와 정책에 키를 쥐고 있는 새 정부 핵심 인사들을 상대로 한 정치부 기자들의 취재 경쟁도 그만큼 치열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새 대통령 역시 자신의 철학과 지향에 따라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새롭게 시행하는 것도 있고, 바꾸는 것도 많습니다. 더구나 조기 대선을 거쳐 출범하는 이번 정부는 인수위 없이 바로 시작되기 때문에, 하루이틀 숨을 고를 여유도 없이 더 긴박한 시간을 보내야 할 처지입니다.
 
이제 대통령 선거일이 나흘 남았습니다. 그 사이 경천동지할 일이 터지지 않는다면, 다음 정권은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이 차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장황하게 대선 이후 벌어지는 분주한 풍경을 설명한 이유는 이제 곧 맞이하게 될 민주당의 위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정부’는 두 번 연속 인수위 없이 출범하게 됐습니다. 두 번 연속 대통령이 파면된 국민의힘(새누리당) 정권도 한심하지만, 그 이후 들어서는 민주당 정부도 불행하기는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는 엊그제 그러니까 대선 6일 전에야 공약집을 내놓았습니다. 공약집도 허술합니다. 구체적 재원 마련 대책도 보이지 않고, 각종 구조개혁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도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당을 완벽히 장악하고, 경선에 에너지를 거의 소비하지 않고 일찌감치 대선을 준비했던 상황을 고려하면, 부실한 준비가 실망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정부 출범 이후 당장 해결해야 할 산더미 같은 숙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걱정스럽습니다. 
 
허술한 공약집을 보니, 인사마저 그처럼 준비가 덜 되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도 생깁니다. 여의도에선 벌써부터 민주당 내부 파벌이 생겨 인사 문제를 놓고 힘겨루기를 한다는 소문이 들립니다. 기우이길 바랍니다. 인수위가 없던 문재인정부에서도 초반 인사 문제로 골치를 앓았습니다. 출범 100일이 되도록 첫 내각을 완성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상황을 연구하고, 시행착오를 겪은 이들에게 조언을 구해야 합니다.
 
대통령은 당선된 날 하루만 좋고, 이후로는 고통과 번민의 연속이라고 합니다. 기대가 실망으로, 응원이 비판으로 바뀌며 지지율이 내려가는 걸 피할 수 없습니다. 닷새 뒤부터는 내리막길이라는 걸 인정하고, 최대한 겸손하고 신중해야 그나마 경사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완만하고 평탄한 내리막길. 그게 국민들이 걷기에도 가장 편안한 길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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