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시대, 재계 표정 ‘희비’
반도체 육성 공약에…삼성, 지원 기대감
시장 시절 성남 이전 기업들 내심 ‘반색’
상법 개정안 추진, 친노동 성향은 '고민'
2025-05-30 17:45:20 2025-05-30 19:43:07
[뉴스토마토 배덕훈·박창욱 기자]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정권 교체 가능성이 커지자 재계 기상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대선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당선이 유력한 가운데 윤석열 정권과의 친소관계(?)에 따라 재계의 속내가 복잡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윤 정권과 나름 구원(?)이 있는 기업은 내심 밝은 분위기인 반면, 내란 사태 이후 선제적 대미 투자에 나선 기업은 차기 정부의 대미 협상카드 측면에서 괜한 불똥이 튈까 고심하는 모습도 엿보입니다. 물론 상법 개정과 친노동 정책 등 이 후보의 정치적 스탠스가 이전 정권보다 상대적으로 왼쪽에 위치해 있다는 점에서, 재계 전반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표정 관리(?)에 들어간 모양새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오른쪽)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멀티캠퍼스 역삼 SSAFY 서울캠퍼스에서 환담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도체 지원 기대감…삼성 ‘맑음’ 
 
먼저 재계 1위 삼성그룹 안팎에선 차기 정부의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바탕으로 비교적 긍정적 전망이 나옵니다. 반도체가 이미 국가 전략 산업으로 자리잡은 데다 이 후보가 산업 육성 의지를 천명하면서 지원책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입니다. 이 후보는 종합 반도체 생태계 허브 구축을 위한 시스템반도체 및 첨단 패징 지원 강화, 반도체 등 국가첨단전략산업의 국가 균형 발전 기여 강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이에 반도체 산업의 투자와 고용 확대는 새 정부의 경제 성과를 좌우할 핵심 요소로 자리해 어떤 식으로든 확실한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재계 안팎의 평가입니다.
 
이 후보 입장에서도 당선 후 재계 맏형격인 삼성의 고용과 투자 확대라는 마중물이 필요하기에 실용 차원에서의 협력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실제로 이 후보는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삼성 청년 SW 아카데미’(SSAFY)를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나 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잘 되고 삼성이 잘 살아야 삼성에 투자한 사람들도 잘 산다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삼성이 경제 성장에 견인차 역할을 잘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한 바 있습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 중인 윤 전 대통령과 이 회장 간 사이가 그다지 가깝지 않다는 점도 긍정적인 영향으로 꼽힙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특검수사 과정에서 생긴 사법적 악연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재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겉으로는 윤씨와 협력을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로는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양재 사옥. (사진=뉴시스)
 
노동 공약 부담…현대차 ‘흐림’
 
반면, 현대차그룹은 다소 전망이 밝지 않습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3월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대응과 북미 시장 확대를 위해 4년간 총액 210억달러(31조원)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자신의 관세 드라이브성과로 홍보했습니다.
 
당시 정부 컨트롤타워 공백에 따른 현대차의 발 빠른 대응이었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무정부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대기업이 너무 각자도생에 매달린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재명 캠프 내부에서는 “거대한 투자 계획을 차기 정부의 협상 지렛대로 남겨뒀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흘러 나옵니다.
 
또한 이 후보의 주요 공약인 주4.5일제와 법정 정년 연장을 현대차 노조가 올해 임단협 사안으로 사측에 요구하기로 한 점도 부담입니다. 이 후보 당선 시 노조 측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외면하기가 어려운데다, 수용할 경우 생산성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측면에서 난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밖에 네이버와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은 이 후보의 당선을 일부 기대하는 눈치입니다. 네이버는 성남 본사 이전 등으로 이 후보와 인연이 있고, 카카오의 경우는 윤씨의 부도덕한 기업” 언급 이후 사정당국의 매서운 칼 끝을 마주하는 등 불이익을 당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오른쪽)가 지난 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노총 정책협약식에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재계 전반 ‘친노동’ 정책 부담 역력
 
다만 재계 전반에서 친노동 정책을 대거 공약하고 있는 이 후보의 행보를 우려하는 분위기도 역력합니다. 이 후보는 공약집을 통해 노동조합법 2·3조 개정(노란봉투법), 4.5일제 등 노동시간 단축, 법정 정년 65세 단계적 연장 등을 약속했습니다. 노동계가 요구하고 있지만, 재계가 우려하는 정책이 대다수 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이 제일 부담된다정부 정책을 예의주시하겠지만, 친노동 정책으로만 갈 경우 기업 입장에서 부담될 수 밖에 없는 건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재명 후보가 집권할 경우 초기에 재벌 개혁 기조가 강조되겠지만 이후에는 기업과의 실용적 협력이 우선될 가능성이 높다과거 참여정부나 문재인정부처럼 강경 메시지와 실용 행보가 병행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삼성, 현대차 같은 글로벌 기업과는 상호 의존 관계가 크기 때문에 공개적 거리두기 보다는 조율을 통한 협력 가능성이 크다특히 현대차의 미국 직접투자 건은 결과적으로 한국 산업에 이익이 되는 측면도 있어 차기 정부가 이를 활용할 여지도 있다고 짚었습니다.
 
배덕훈·박창욱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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