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엔켐, 재무 리스크 커지는데…확장 전략 회의론 '고개'
2021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적자 기록 중
중국·미국·유럽 등 글로벌 투자 확대 광폭 행보
실적 부진과 재무 악화에 투자 확대 부담될 듯
2025-05-30 06:00:00 2025-05-30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5월 27일 17:5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글로벌 이차전지 전해액 선도기업 엔켐(348370)이 연이은 적자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미국, 유럽 등 세계 주요 배터리 시장에 대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공급 계약 확대와 전략적 지분 투자, 현지 생산 거점 확보 등 다각도의 행보를 통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지만, 악화된 재무 상태 속에서 이러한 투자가 반전 카드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엔켐 미국 조지아 공장 전경. (사진=엔켐)
 
4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배 이하…‘한계기업’ 분류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엔켐은 19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118억원) 대비 적자 폭이 크게 확대됐다. 특히 지난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배를 밑돌면서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엔켐의 이자보상배율은 2021년 -7.87배, 2022년 0.71배, 2023년 0.09배에 이어 지난해에는 –1.97배를 기록했다.
 
이러한 재무부담 속에서도 엔켐은 주요 글로벌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최상위 배터리 업체들과 전략적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제품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엔켐은 올해 중국 내 전해액 생산능력을 연간 37.5만톤까지 확대하고, 전기차 배터리 장착량 기준 상위 8개 업체를 대상으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용 전해액 공급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실제 이달부터 엔켐은 중국 SVOLT에 제품 공급을 시작했고, 오는 7월부터는 신왕다(Sunwoda)향 공급도 개시한다. 고션(Gotion)과는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 공장을 포함한 다국적 공급 계약이 임박했으며, 중국 내 글로벌 상위 배터리 제조사 2곳과도 연내 공급을 목표로 협의 중이다. 엔켐은 이들 톱티어 고객사로부터 오는 2026년 약 10만톤의 공급과 26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중견 고객사와의 안정적인 거래도 지속되고 있다. 엔켐은 현재 중국 내 11개 중견 배터리 업체에 LFP 및 ESS(에너지저장장치)용 전해액을 공급 중이며, 이들을 통한 2026년 매출 기대액은 약 1200억원에 달한다. 중국 시장 내에서만 총 3800억원 규모의 매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 핵심 소재 기업에 대한 전략적 지분 투자도 병행하고 있다. 엔켐은 최근 중국의 전해액 첨가제 전문기업 TCFG와 회창홍푸첨단신소재에 각각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TCFG에는 5% 지분을 확보하고, 회창홍푸와는 최대 30%까지 단계적 지분 확대가 가능한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 회사는 중국 최상위 배터리 제조사에 전해액 첨가제를 공급할 예정이어서, 엔켐은 첨가제 기술 내재화를 통해 전해액 공급망 진입을 본격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해액 첨가제는 배터리 수명과 안정성,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로, 기술 진입 장벽이 높은 분야다. 따라서 이번 투자는 중국 시장 내 기술력 확보와 고객 기반 확장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노릴 수 있는 카드로 평가된다.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도 투자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조지아 공장의 증설과 테네시 공장의 신규 설립을 추진 중이다. 유럽에서는 프랑스 덩케르크 지역에 연간 17.5만톤 규모의 전해액 공장과 2만톤 규모의 리사이클링 NMP(R-NMP)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이곳은 유럽연합(EU)과 프랑스 정부가 공동 추진하는 유럽 배터리 동맹(EBA)의 핵심 거점으로, 엔켐은 향후 프랑스는 물론 독일, 스페인, 영국 등 서유럽 전역으로 공급망을 확장할 계획이다. 베르코어를 비롯한 유럽 내 주요 고객사들과의 협력도 강화될 전망이다.
 
 
대규모 투자 감당할 펀더멘털 안 돼…재무리스크 ‘우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엔켐의 이처럼 공격적인 글로벌 투자 확대가 회사의 실적 부진과 함께 재무상태가 악화된 상태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엔켐의 1분기 기준 현금및현금성 자산은 259억원, 기타유동금융자산 423억원, 기타유동자산 386억원을 포함해도 현금성자산은 총 1068억원 수준이다.
 
반면 단기성부채는 단기차입금 1295억원, 유동성장기차입금 97억원, 유동성 전환사채 779억원, 기타 유동부채 53억원 등으로 약 2224억원에 달한다. 은행 차입금에 따른 이자비용도 50억원 규모로, 회사의 재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유동비율 역시 82.06%로, 적정기준선인 100%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단기 채무를 상환하기 위한 유동 자산이 부족하다는 의미로, 향후 추가 투자나 대외 변수에 따른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재무 구조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엔켐 측에 대규모 해외 투자에 투입할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그리고 현재 악화된 재무구조는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등에 대해 질의하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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