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폭력 발언…기괴한 사후 대처
2025-05-29 06:00:00 2025-05-29 06:00:00
2030정치공동체청년하다, 윤석열퇴진전국대학생시국회의, 진보대학생넷 관련 학생들이 28일 서울 여의도 개혁신당 당사앞에서 전날 TV 토론에서 이준석 후보가 여성 신체에 대한 폭력적 표현을 언급한 것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선 독자 여러분께 사과부터 드리겠습니다. 어제 <토마토의 오늘아침>을 통해 보수 후보 단일화 공방과 그 과정에서 벌어진 국민의힘 난맥상을 소개해드린 바 있습니다. 본문에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확실히 '이준석의 말'에는 그 진정성과 상관없이 순식간에 '쏘는 듯한' 민첩성이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평가도 곁들였습니다. “얄미운 태세 전환이지만, (이준석의) 순발력만큼은 인정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이준석 후보가 국민의힘 내부 난맥상을 재빠르게 캐치해, 이를 효과적인 공세로 연결하는 장면을 전하는 과정에서 나온 설명입니다.
 
하지만 어제 종일 정치권을 뒤덮은 이준석 후보의 ‘혐오·폭력’ 발언에 비춰보면, 이준석의 ‘민첩성’과 ‘순발력’을 인정하는 표현은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점을 고백합니다. 상대를 비난하기 위해 사실 관계도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잽싸게 끌어다 ‘딱지 붙이기’ 하는 걸 ‘민첩함’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재명 후보 공격을 위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표현을 써가며 마치 정당한 검증인 것 마냥 그 옆의 권영국 후보를 활용하는 걸 ‘순발력’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이준석 후보의 토론회 발언에는 오로지 목표를 위해, 그 방법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상대를 후벼 파는 비열함과 냉혹함만 존재합니다. 또한 자신의 발언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천박한 성인지 감수성도 확인됩니다. 대선 국면일수록 후보 평가에 더 신중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습니다. 거듭 사과드립니다.
 
이준석 후보가 드러낸 문제는 더 있습니다. 어쩌면 이 후보의 민낯은 그날 밤 토론회에서 나온 혐오·폭력 발언보다 그 다음날 보여준 이 후보의 태도에서 더 도드라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발언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그는 더 뻣뻣하게 맞섰습니다. “원래 표현을 최대한 정제해 언급했다”, “진영 내 문제에 대해 침묵하는 민주진보진영의 위선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도자는 불편하더라도 책임 있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 등. ‘뭐가 문제냐’는 염치없음을 넘어 ‘내가 잘했다’는 식입니다. 이쯤 되면 감수성과 공감능력 제로의 ‘괴물’에 가깝습니다.
 
수습은커녕 이런 해명에 대한 비난이 폭주하자, 마지못해 내놓은 유감표명은 더 가관입니다. “불편할 국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에 대해선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했습니다. 국민들이 불편해 할 수 있는 걸 알고 있었는데도, 전국민 앞에서 그런 발언을 했다는 뜻입니다. 국민을 섬기는 정치인으로서 스스로 자격이 없다는 걸 이렇게 당당히 말하는 건 대체 무슨 만용일까요? 인지부조화와 그에 따른 자기합리화도 이 정도면 선을 한참 넘는 기괴한 수준입니다.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에게 패한 뒤 민주당 진영에서는 ‘싸가지 없는 진보’ 논쟁이 있었습니다. 지향하는 가치가 옳더라도, 겸손하지 못한 태도 때문에 국민들의 외면을 받는다면 백전백패라는 성찰에서 출발한 논의였습니다. 지금도 민주당 강경파 일부는 그런 과오를 저지르는 중인데, 이제 새로운 강적이 등장한 겁니다. 앞으로도 20년 넘게 정치를 할 것으로 보이는 젊은 보수 후보가, 상대 진영의 나쁜 유산만 가로채는 것 같아 꽤나 당황스럽습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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