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관세 물러선 트럼프, 푸틴엔 '초강경'…좌충우돌 리더십
'EU 50% 관세' 이틀 만에 후퇴···"7월9일까지 유예"
대러 재제 강화 시사…"푸틴, 완전히 미쳐버렸다"
2025-05-26 16:44:38 2025-05-26 16:44:38
[뉴스토마토 박진아·김태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원칙 없는 좌충우돌 행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엔 유럽연합(EU)을 정조준했지만, 이틀 만에 입장을 뒤집었습니다. 반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불만을 표시하며 이례적으로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그의 좌충우돌 대외 언행에 국제 질서는 물론, 세계 경제의 혼란도 커지는 모양새입니다. 
 
"6월1일 관세 부과" 이틀 만에 말 뒤집기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뉴저지주에 있는 자신의 골프장에서 주말을 보낸 뒤 백악관으로 복귀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통화한 사실을 전하며 '대 EU 50% 추가 관세' 부과를 7월 9일까지 유예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매우 좋은 통화를 했다"며 "그녀가 전화를 걸어와 6월1일이라는 날짜를 미루길 요청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녀는 진지한 협상을 원한다고 했고, 나도 (관세 부과 시점을) 6월1일에서 7월9일로 옮기는 데 동의했다"고 전했습니다. 오는 7월9일은 트럼프 대통령이 애초 지난달 각국에 대해 발표한 상호관세 유예가 만료되는 시점입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 후 소셜미디어(SNS)에 "좋은 합의에 도달하려면 7월9일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EU는 신속하고 결단력 있게 협상을 진전시킬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EU로서는 일단 시간을 확보한 셈입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일 EU에 대해 상호관세를 20%로 책정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지난 23일 SNS를 통해 EU와의 관세 협상이 "아무 진전이 없다"며 "6월1일부터 곧장 EU에 50% 관세를 부과할 것을 제안한다"고 기습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이틀 만에 폰데어라이엔과 통화 뒤 다시 원래 협상 시한인 7월9일로 복귀하겠다고 말을 뒤집은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내달 EU 관세 부과 방침에 뉴욕증시, 유럽증시 등 글로벌 금융시장은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며 요동쳤습니다. 하지만 다시 관세 유예 방침에 주요국의 투자 심리가 되살아나며 반등세를 보이는 등 트럼프의 '입'에 롤러코스터를 탔습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유럽 주요 주가지수 선물 등이 상승세를 보이는 등 주요국 금융시장은 반등 흐름을 보였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푸틴 하는 일 마음에 안 든다" 이례적 비판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유연함을 보인 EU와는 달리 러시아에 대해서는 푸틴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초강경 모드를 보였습니다. 그는 지난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해 최대 규모의 공격을 감행한 것과 관련, 푸틴 대통령을 향해 "완전히 미쳤다"며 극단적인 표현을 쓰면서 이례적으로 비판했습니다.
 
그는 SNS에 "나는 항상 푸틴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그에게 뭔가 일이 일어난 것 같다"면서 "그는 완전히 미쳤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그는 아무 이유 없이 많은 사람을 죽이고 있으며, 군인들 뿐만 아니라 도시들에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저지주 모리스타운 공항에서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서도 "푸틴이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그는 많은 사람을 죽이고 있다. 도대체 푸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에 대한 더 많은 제재 부과를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엔 "전적으로 그렇다"고 답해 추가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 이후 푸틴 대통령을 향해 원색적 비난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간 그는 가급적 러시아를 헐뜯는 언급을 피하고 평화 협상의 물꼬를 트기 위해 칭찬에 주력해왔습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을 향해 날을 세운 것은 "취임 즉시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겠다"는 자신의 공약이 물거품이 되고 있다는 강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SNS 통해 러시아가 지난 24일 수도 키이우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30여개 도시와 마을에 공격용 드론 300대, 미사일 70발을 발사했다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이번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각지에서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12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십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뉴저지주 모리스타운 시립공항에서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김태은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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