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지난 3월 우리나라 출생아 수가 동월 기준 10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습니다. 증가율 역시 역대 3월 기준으로 1993년(8.9%)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1∼2월을 포함한 1분기로 봐도 출생아 수는 10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며 저출산 흐름에 변화 조짐이 엿보였습니다. 특히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합계출산율도 올해 1분기 0.82명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2015년 이후 처음으로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혼인 건수가 지속적으로 늘고, 30대 여성 인구가 증가한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하지만 아기 울음소리가 커진 것은 반가운 일이나, 여전히 합계출산율이 1명에 못 미치면서 저출생 문제 해결에 섣부른 기대감을 갖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혼인 늘면서 출산도 '껑충'…증가율, 32년 만에 '최대'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2025년 3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3월 출생아 수는 2만1041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47명(6.8%) 증가했습니다. 3월 기준으로 출생아 수가 전년보다 늘어난 것은 2015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며, 증가율은 1993년 3월 이후 32년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분기 기준으로도 출생아 수 증가세는 역대 최고 수준입니다. 1분기 출생아 수는 6만5022명으로 전년 같은 분기(6만568명) 대비 7.4% 늘었습니다. 1분기 기준으로 지난 1981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증가 폭이며, 분기 기준으로도 2015년 1분기(1.7%) 이후 10년 만에 첫 반등입니다.
올해 1분기 합계출산율은 0.82명으로, 전년 동기(0.77명)보다 0.05명 상승했습니다. 분기 기준 합계출산율이 0.8명대로 올라선 것은 지난 2023년 1분기(0.82명) 이후 2년 만입니다. 통계청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혼인 증가가 이어지고 있다"며 "30대 초반 인구가 늘고, 출산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습니다.
출산의 선행 지표 격인 혼인 건수도 증가세를 이어갔습니다. 3월 혼인 건수는 1만9181건으로 1년 전보다 11.5% 증가했습니다. 2020년 3월 이후 5년 만에 최대 수준이며, 3월 기준 증가율로는 2023년(18.8%), 1988년(15.6%)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습니다. 1분기 전체 혼인 건수도 5만8704건으로 2019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많았습니다. 통계청 관계자는 "1990년대생 초반 인구가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에코붐 세대' 효과…3년 뒤엔 30~34세 여성 감소세
출생아 수는 지난해 7월 전년보다 7.8% 급등한 뒤 10월부터 올 1월까지 11% 넘는 증가율을 이어왔습니다. 2월 출생아 수는 증가율이 3%대로 꺾이기도 했지만, 3월 6%대로 반등하면서 저출생 극복에 대한 사회적 기대감도 되살아나는 분위기입니다. 통계청 관계자는 "출생아 수 증가세가 더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부부 한 쌍이 평생 낳는 아이 수가 1명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게 대한민국 현실입니다. 1분기 기준 합계출산율이 0.8명대로 올라선 것은 고무적이나, 여전히 0명대에 머무르면서 인구절벽 위기 우려도 그대로입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습니다. OECD 평균 1.51명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그치는 게 대한민국의 현주소입니다.
현재 인구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합계출산율이 2.1명 이상은 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추산입니다. 1분기 합계출산율이 소폭 증가했으나 현재 인구 규모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2.1명은커녕, 1.0명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사실 지금의 출생아 수 증가세는 매년 출생아가 70만명을 웃돈 '제2차 에코붐 세대'(1991~1996년생)가 결혼 적령기에 접어들고, 아이를 낳기 시작하면서 상승한 영향이 큽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감소했던 혼인이 늘어난 데 따른 기저 효과도 작용했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효과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현재 160만명대인 만 30~34세 여성 인구는 오는 2028년부터 150만명대로 내려앉습니다. 이들이 만 35세를 넘기고 그다음 세대가 결혼 적령기에 들어서면 출생아 수가 다시 감소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뜻입니다. 사실상 1996년생 이후부터는 가임 인구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에 출생아 수 증가세는 2026년 이후 꺾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때문에 저출생 극복을 위해서는 정책적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정권마다 저출생 극복에 총력전을 펼쳤지만, 실효성 있는 정책 지원은 극소수였습니다. 21대 대선을 앞두고 대선주자들 역시 10대 공약에 저출생 관련 대책을 포함했지만, 미봉책에 불과해 얼마나 실효성 있는 성과를 거둘지 미지수입니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최근 출산율이 소폭 반등하긴 했지만 1.0명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인구정책 컨트롤타워가 없는 상태에서는 출산율 반등 흐름조차 이어가기 어렵고, 사실상 사교육으로 대표되는 과도한 경쟁, 일·가정의 양립, 노동시장 이중 구조 등 사회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선 결혼·출산·양육 인식을 바꾸는 건 역부족"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인천의 한 병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가 신생아들을 돌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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