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치킨 프랜차이즈 bhc가 오는 6월부터 가맹점주가 제품 가격을 자율적으로 책정할 수 있도록 하는 ‘자율가격제’를 도입합니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가격 정책 변경을 넘어, 점주의 경영 자율성과 책임 구조, 브랜드 정체성, 소비자 체감 가격 등 복합적인 요소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의 한 bhc치킨 매장 모습.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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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업계에 따르면 bhc는 다음달 초 자율가격제를 도입합니다. 자율가격제란 각 가맹점주가 점포의 원재료비, 인건비, 배달 수수료 등 운영비용과 상권 특성 등을 반영해 제품 가격을 자율적으로 정하는 제도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가맹점주들이 메뉴 가격을 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해 협의를 거쳐 다음 달 초 자율가격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했습니다.
현행 가맹사업법상 가맹본사는 가격을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지만, 사실상 대부분의 프랜차이즈가 ‘소비자 권장가’를 통해 가격을 통제해왔던 것이 업계의 오랜 관행입니다.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자율가격제가 경영 환경을 현실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상권, 유동 인구, 비용 구조에 맞춰 자유롭게 가격을 조정할 수 있게 되면서, 유연한 경영 전략 수립이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서울 강남구에서 bhc 매장을 운영 중인 한 점주는 “원자재비와 배달비는 계속 오르는데 권장가격을 맞추려니 수익이 줄어 고민이었다”며 “이제는 우리 매장 상황에 맞는 가격을 책정할 수 있어 기대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지방 중소도시의 경우, 지역 물가나 소비 수준에 따라 기존 가격 정책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번 자율화 조치는 특히 지방 점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도 있는데요.
소비자에게도 긍정적인 변화가 예상됩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가격 경쟁이 촉진되면서 합리적인 가격 혜택이 가능해지고, 점주 재량에 따라 다양한 할인 이벤트나 지역 특화 프로모션이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자율가격제가 모든 면에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같은 브랜드 메뉴가 지역에 따라 가격이 차이날 경우 소비자 혼란을 유발할 수 있으며, 브랜드 이미지 일관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서울 강남의 한 매장에서 치킨이 2만5000원에 판매되는데, 강북지역에서는 1만8000원에 팔린다면 소비자는 “같은 브랜드인데 왜 가격이 다른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거죠. 특히 배달 플랫폼을 통해 손쉽게 가격 비교가 가능한 요즘, 이러한 차이는 더욱 도드라질 수 있습니다.
또한 일부 매장이 과도한 가격 인하 경쟁에 나설 경우 수익을 유지하기 위해 품질을 낮추거나 서비스를 줄일 가능성도 존재하는데요. 업계 관계자는 “자율화는 필요하지만, 브랜드 보호를 위해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나 품질 기준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가격 책정 권한이 점주에게 넘어간다는 것은, 동시에 수익 악화에 대한 책임도 점주가 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그동안은 본사 가격 정책을 탓할 수 있었지만, 자율가격제 하에서는 점주의 경영 판단이 실적을 좌우하게 됩니다.
전문가들은 본사와 점주가 상생하는 파트너 관계로 진화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사전에 설명회 등 실무 지원이 병행되어야 실효성 있는 자율 가격 정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재료원가를 낮춰주고, 본사차원에서 공동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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