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없는 송출수수료 가이드라인…홈쇼핑 '울상'
“매출의 73%가 수수료”…업계는 생존 위기, 정부는 이해관계 충돌에 난항
“해외는 규제 강화, 한국은 가이드라인만…정책 역행 지적”
2025-05-29 16:53:14 2025-05-29 16:53:14
[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최근 몇 년간 홈쇼핑 방송사와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 간 송출 수수료 갈등이 심화되면서, 방송 유통 생태계 전반이 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2018년 정부는 ‘홈쇼핑 방송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을 통해 협상 공정성 확보를 시도했지만, 권고에 그친 미비한 법적 기반과 실효성 부족으로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는데요. 가이드라인 개정 논의가 지난해 말 시작됐음에도, 6개월 넘게 구체적 대책이 나오지 않는 상황은 정부의 미온적 대응과 업계 간 눈치 보기 행정이 문제 해결을 지연시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IPTV 3사 독점 심화, 송출 수수료 비중 급등
 
29일 업계에 따르면 2010년대 중반까지 홈쇼핑 방송사의 송출 수수료 비중은 매출의 30~40% 수준에 머물렀는데요. 그러나 이후 IPTV 3사(SK브로드밴드, KT, LGU+)를 중심으로 한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가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며 사실상 독점 체제를 구축했죠.
 
홈쇼핑 시청 화면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이들은 방송 편성권을 협상력 강화의 핵심 무기로 삼았는데요. 방송 송출 경로를 독점함으로써 홈쇼핑사들은 시청자 도달이라는 필수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플랫폼을 거칠 수밖에 없고, 협상에서 ‘갑’과 ‘을’의 관계가 고착화됐습니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이러한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송출 수수료를 지속적으로 인상하며, 최근에는 홈쇼핑 매출의 70% 이상을 요구하는 사례가 다반사로 나타나고 있죠. 이는 단순한 가격 인상을 넘어 방송 제작과 유통 전반에 걸친 경제적 구조 왜곡을 초래하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2023년 기준 홈쇼핑 업계의 송출 수수료 비중은 평균 매출의 73.3%로, 3년 전 대비 약 13%포인트 급증했는데요. 이는 판매액 100억원 중 약 73억원을 플랫폼에 지급하는 구조로, 홈쇼핑사는 남은 27억원으로 상품 원가, 방송 제작비, 인건비, 마케팅 비용 등 전반적인 운영 비용을 감당해야 합니다. 이러한 구조는 홈쇼핑사의 수익성 악화는 물론, 적자 방송의 고착화를 낳아 산업 전반의 지속 가능성을 심각하게 훼손하죠.
 
IPTV 3사가 유료방송 시장을 독점하면서 편성권을 남용하는 문제는 단순한 시장 독점 이상의 심각한 문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홈쇼핑사와 협상 시 방송 편성권을 무기로 삼아 수수료 협상력을 극대화하며, 이에 따른 불공정한 계약 조건이 횡행하는데요.
 
이는 홈쇼핑사가 협상 주체로서 독립적인 입장을 취하기 어렵게 만들며, 결과적으로 방송 편성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훼손하는 부작용을 낳습니다. 업계에서는 편성권 남용을 법적·제도적으로 규제할 필요성을 강력히 제기하고 있죠.
 
업계와 정부 간 ‘눈치 보기’ 행정…갈등 심화 부추겨
 
정부는 2018년부터 송출 수수료 협상 공정성 확보를 위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으나, 법적 강제력 부재와 권고 수준에 머문 탓에 실질적인 분쟁 조정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우세합니다. 2019년과 2023년 두 차례 개정에도 불구하고 근본적 문제 해결에는 미치지 못하는 실정인데요.
 
CJ온스타일 관계자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통한 송출수수료 산정 기준의 투명성이 필요하다”고 전했고, 다수 홈쇼핑사 관계자들은 “정부가 유료방송 사업자의 눈치를 보느라 홈쇼핑사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롯데홈쇼핑과 현대홈쇼핑은 “현재 가이드라인 개정을 기다리며 정부와 소통 중”이라고 밝혔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유료방송 사업자 민원을 의식해 홈쇼핑사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정부 눈치를 보느라 강경한 입장을 내기 어렵다”고 토로했습니다.
 
GS샵 관계자는 “송출수수료 논의에 지속적으로 임할 예정”이라 밝혔고, NS홈쇼핑 역시 “양측이 위기 의식을 공유하며 제도 개선에 공감대를 형성하길 기대한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한 홈쇼핑사 임원은 “대외적으로는 정부와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나, 실제로는 과기부 눈치를 보느라 본심을 털어놓기 어려운 구조”라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미묘한 긴장과 눈치 보기 행정은 갈등 해결을 지연시키고, 산업 전반의 불확실성을 심화시키며 생태계의 취약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릅니다.
 
유통정책 전문가들은 송출 수수료 갈등이 단순 계약 분쟁을 넘어, IPTV 3사 독점에 기반한 구조적 불균형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하는데요. 2019년 23%에 불과했던 IPTV 3사 송출 수수료 비중은 2023년 30.76%로 급증, 서비스 경쟁 부재와 독점적 수수료 수입 의존 현상을 드러냈죠.
 
이에 송출 수수료 상한선을 도입하고, 분쟁 조정 기구의 권한과 집행력을 대폭 강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서용수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위원회와 유사한 ‘가격 결정 위원회’를 설치해 매년 시장 환경 변화에 맞는 송출 수수료 조정을 실시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해결책”이라고 제안했습니다. 
 
또한 “편성권 남용에 대한 법적·제도적 제재와 함께, 협상 문화를 개선할 공식 조정 기구가 산업 내 이해관계자들의 신뢰와 합의를 도출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은 방송 송출 수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표준 계약서 도입, 송출 수수료 상한선 설정, 독점 사업자 규제 등 강제력 있는 제도를 운영 중에 있는데요. 우리나라 역시 이와 같은 제도를 신속히 도입해 시장의 공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책 전문가들은 정부가 법적 강제력을 갖춘 표준 계약서 도입, 편성권 남용 제재, 분쟁 조정 기구 권한 강화, 그리고 시장 환경 변화에 맞춘 정기적 송출 수수료 조정을 위한 가격 결정 위원회 설치 등 다각적이고 신속한 정책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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