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문성주 기자] 금융위원회가 변동형 대출뿐 아니라 고정형 대출 문턱까지 더 높이기로 했습니다. 순수 고정형 주담대 상품이 많지 않은 현실에서 혼합형과 주기형 대출은 사실상 고정형으로 취급되는데요. 금융위는 이런 대출이 사실상 '무늬만 고정형'으로 보고 여기에 스트레스 금리를 더 강하게 부과할 방침입니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대출 차주의 금리 변동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고정금리 확대를 유도하는 가계부채 정책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됩니다. 다만 당국은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는 단계"라고 밝혔습니다.
"무늬만 고정금리 줄여야"
금융위원회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7월부터 시행하는 내용의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27일 발표했습니다. 당국은 가계부채 추이, 부동산 시장 상황 등을 모니터링 하면서 4~5월 중 구체적인 적용범위 및 스트레스 금리 수준을 확정한다는 방침입니다.
금융위는 금융권의 순수 고정금리 취급 확대를 위해 혼합형·주기형 대출에 대한 스트레스 금리 반영비율 상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혼합형이나 주기형 주택담보대출은 사실 무늬만 고정금리 성격"이라며 "금리 변동 리스크를 완화하는 차원에서 스트레스 금리 가중치를 조정하면서 간접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스트레스 DSR은 미래 금리변동 위험을 반영한 ‘스트레스 가산금리’를 더해 대출한도를 산정토록 하는 제도입니다. 스트레스 가산금리는 실제 대출금리에 반영되진 않지만 차주가 내야 하는 연간 이자 비용이 늘어나는 것으로 계산돼 한도가 축소됩니다.
고정금리 성격이 강한 대출일수록 규제에 의한 한도 축소 폭이 줄어드는데요. 현재 변동금리 주담대의 경우 스트레스 가산금리가 100% 적용되고, 혼합형(5년고정)은 60%, 5년 주기형은 30%만 반영합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예시로 든 상향 기준을 보면 혼합형과 주기형의 가산금리 반영치를 각각 80%, 60%로 올리는 것입니다.
당국 방안대로 혼합형과 주기형에 대한 스트레스 금리 반영 비율이 높아진다면, 대출 한도 축소 폭은 당초 예상보다 더 커질 전망입니다. 연 소득이 1억원인 차주가 30년 만기, 분할상환 조건으로 은행 주담대를 받을 경우 스트레스 DSR을 적용하기 전 총 6억60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오는 7월 '3단계 스트레스 DSR' 실행 시 대출한도는 변동형 5억6000만원, 혼합형 5억9000만원, 주기형 6억2000만원으로 최고 1억원까지 축소됩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7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이 가계부채 점검회의 안건에 대해 브리핑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일부 은행, 혼합형 판매 중단
당국의 이번 방안은 고정금리 확대 정책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난해 금감원은 은행 자체 주담대 중 '순수고정형'이나 금리 변동 주기가 5년 이상인 '주기형 주담대'의 목표 비율을 30%로 설정한 바 있습니다. 권 사무처장은 "금리 인하 기대에 따라 변동금리를 선호하는 소비자들도 있기 때문에 어떤 상품을 가입하라고 강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순수 고정금리 판매 비중을 늘려라"는 당국의 지침 아래 은행들은 혼합금리 상품 판매를 중단하거나, 주력 상품에서 제외하기 시작했습니다.
혼합형 주담대가 축소되면서 대출수요는 주기형이나 변동형으로 몰릴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변동형 금리의 경우 본격적인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면서 빠르게 낮아지고 있습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이 주담대 금리는 이날 기준 변동형 평균이 연 4.56%, 고정형 평균 3.87%입니다. 두 금리 차이가 0.69%p 수준입니다. 한 시중은행은 주담대 고정형과 변동형 차이가 0.47%p까지 좁혀졌습니다.
고정형과 변동형 금리차가 줄어든 이유는 기준금리가 내려갔기 때문입니다. 통상 은행은 변동금리를 정할 때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 코픽스)를 활용합니다. 코픽스는 은행이 예·적금 등으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데 들어간 비용을 나타낸 지수로 기본금리가 인하되면 시차를 두고 낮아집니다.
코픽스 등 시장금리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4개월 연속 하락세입니다. 한은이 올해 2~3회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예고하고 있는 만큼 변동금리는 더 가파르게 하락할 전망인데요. 고정금리보다도 낮아질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금융위는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과 동시에 스트레스 가중금리를 조정할지는 아직 검토 중인 단계"라며 "은행연합회와 함께 대출 차주에 미치는 영향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으로 알아달라"고 설명했습니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은행들이 고정금리 대출을 늘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내 은행 영업점 대출 창구.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문성주 기자 moonsj709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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