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상명하복의 덫
2025-02-27 06:00:00 2025-02-27 06:00:00
일본의 인기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는 부패한 금융 조직 내에서 정의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은행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 드라마는 금융권의 구조적 문제와 윤리적 도덕성이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많은 공감을 얻었다.
 
은행 지점의 실적 목표를 맞추기 위해 현장 실사를 무시하고, 그렇게 취급한 대출이 회수 불가에 빠지거나 금융 당국이 은행 본점을 상대로 전방위적인 현장 검사를 벌이고 중징계를 벼르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드라마는 일개 은행원이 지점장과 본부장, 은행장의 부패와 전횡에 차례로 맞서는 비현실적 활극이다. 그러나 한 개인이 조직 문화와 권력 구조 속에서 원칙과 윤리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보여준다.
 
주인공이 강조한 "불합리한 상명하복이 지속되는 한 조직은 망한다"라는 대사는 금융권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최근 은행권 내 부정 대출과 횡령, 배임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며 조직 문화의 문제점이 재조명됐다. 대규모 부정 대출 사건이 발생한 배경에는 리스크 관리 부실과 내부 통제 시스템의 허점이 존재한다.
 
금융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는 단순히 일부 개인의 도덕적 해이 때문이 아니다. 특정 고위 인사의 친인척이 연루된 부당 대출 사례를 비롯해, 부실한 심사와 관리 부족이 결국 수천억원 규모의 사고로 연결됐다. 이러한 문제들은 개별 임직원의 비리로 치부할 수 없다. 또한 금융사 내부에서 실적 압박이 강해지면서, 직원들이 단기 성과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됐고, 이 역시도 윤리적 기준을 무너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더 큰 문제는 사고 발생 이후 금융사 내부에서 이를 적절히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문제를 조기에 인지하고 바로잡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묵인하거나 보고를 지연시키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이는 금융사의 신뢰도를 더욱 떨어뜨리고, 소비자와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금융권에서 신뢰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투명성 확보와 윤리적 기준 강화가 필수적이다.
 
최근 발생한 금융 사고들은 금융권이 단순한 징계나 처벌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 아니라, 내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결국 금융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상명하복'으로 점철된 조직 문화를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내부적으로 부정을 감시하고 보고할 수 있는 투명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실적 중심의 운영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금융권에서의 신뢰 회복은 조직 개혁에서 출발해야 한다. 내부적으로 부정 대출이나 횡령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고, 조직 구성원들이 윤리적 가치에 기반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조직 문화가 바뀌지 않는다면 금융 사고는 반복될 것이다. 그 피해는 금융사뿐만 아니라 고객과 경제 전반에 걸쳐 전이될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종용 금융부 선임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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