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업은행 노조, 은행장실 점거 농성
일방적 경영평가 목표 전면 철회 요구
사측 "목표 철회시 중기 유동성 애로"
2025-02-21 13:34:47 2025-02-21 13:34:47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기업은행 노조가 사측의 경영평가 목표에 반발해 은행장실 앞을 점거하고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습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노동조합은 사측의 일방적인 경영평가 목표 전면 철회를 주장하며 지난 17일부터 본사 건물 내 은행장실 앞을 24시간 점거 중입니다. 퇴직연금이나 카드목표 대금 등 경영목표가 지나치게 높게 설정됐다는 주장입니다. 
 
퇴직연금의 경우 주로 기업이 주거래 은행에 불입하는 특성상 실적을 늘리려면 타 은행에서 퇴직연금을 운용하던 기업을 빼앗아와야 합니다. 카드목표 대금을 늘리기 위한 카드 발급 확대도 직원들에게는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노조는 이렇게 과도한 목표가 설정되면 직원들이 목표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대출 고객에게 예금이나 적금, 카드 발급 등 다른 금융상품을 끼워 파는 이른바 '꺾기' 관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동수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기업은행의 5년간 꺾기 의심 거래 규모는 21조원을 넘어섰습니다. 이는 국민·하나·우리·신한·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최근 5년간 전체 합산인 26조원과 비교하면 80%에 달합니다.
 
노조는 과도한 경영평가 목표 설정은 최대 주주인 기획재정부의 대규모 세수 부족 문제에서 시작된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기재부는 매년 세수부족을 메우기 위해 기업은행 배당성향을 확대해 수천억원의 배당금을 챙기고 있는데요. 이 과정에서 기업은행은 무리해서라도 경영평가 지표를 확대할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노조 관계자는 "기재부가 기업은행의 주요 주주로서 높은 배당을 요구하기 때문에 은행은 계속해서 무리한 영업목표를 설정하고 있다"며 "이런 구조를 개선해야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직원들의 고충과 고객의 이익보다 실적 올리기에 몰두하는 현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그간 방카슈랑스, 자회사 시너지, 신용카드 개인 실적 축소 등을 지속해서 사측에 건의해왔다"며 "사측의 일방적인 경영평가 시행 전면 철회 및 노동조합과의 협의를 걸고 무기한 투쟁으로 사측의 입장 변화를 기다릴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사측은 "노조 측 주장을 받아들여 기존에 발표한 경평 목표를 전면 철회할 경우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에 애로가 발생하거나 사업추진에 혼선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며 "연초에 수립했던 목표가 적정한지 지속 검토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경평 목표는 경제 환경과 부문별 시장점유율 등을 감안해 적정수준으로 수립한다"며 "꺾기 관행은 경영평가 반영 강화, 전산통제 강화, 고객의사 사후확인 강화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계속해서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기업은행 노조가 사측의 일방적인 경평 설정에 반발하며 은행장실 앞 점거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사진=기업은행노조)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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