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초년생 대출 인색한 은행들
신입사원들 "취업해도 경제적 독립 어려워"
2025-02-20 14:45:18 2025-02-20 14:45:18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은행들이 금융거래 이력이 적은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한 대출에 인색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취업에 성공해 사회에 나왔음에도 경제적 독립이 쉽지 않은 이유입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시중은행과 카카오·케이·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중 우리은행 '우리 첫 급여 신용대출'과 NH농협은행 'NH새내기 직장인 대출' 상품을 제외하면 사회초년생을 위한 대출상품은 전무합니다.
 
사회초년생 전용 대출상품이라 하더라도 재직 기간이 짧을 수록 대출 심사에 통과할 가능성이 크게 줄어듭니다. 만약 재직 조건 등을 맞춰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재직기간 3개월 미만일 경우 연소득의 일부만 인정되는 등 한도가 감소하기도 합니다. 
 
일부 전용상품을 제외하고는 일반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우량기업 위주로 취급하기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의 경우 사회초년생을 위한 별도의 대출상품을 마련하지 않았고 재직기간 1년 미만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직장인든든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했습니다. 하지만 당행에서 선정한 우량기업(중견기업 규모)에 3개월 재직한 경우가 아니면 일반 직장인은 재직기간 6개월을 채워야 돈을 빌릴 수 있습니다.
 
신한은행도 재직기간 1년 이상 근무하거나 당행 급여이체 6개월 이상 조건을 갖춰야 '샐러리론' 상품을 통해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6개월 미만 신입직원에 한해 '엘리트론', 'Tops 직장인신용대출' 상품을 제공하고 있으나 이는 당행에서 선정한 우량기업 직원 대상이여야만 가능합니다. 
 
하나은행도 '하나원큐신용대출' 상품을 통해 대출을 제공하고 있으나 6개월 이상 현 직장에 근무, 국민건강보험 직장가입 조건을 채워야 대출 심사가 가능합니다.
 
인터넷은행도 상황은 다르지 않습니다. 카카오뱅크는 재직기간 1년 미만에 한해 대출 산정이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일부 고객에 한해 기준을 완화하고 있으나 당행에서 정한 평가모형에서 우량고객으로 선별된 경우에 한해 대출을 승인하는 수준입니다.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도 각각 6개월, 3개월 등 재직기간 기준을 두고 연소득 증빙에 따라 신용대출을 해주고 있긴 하지만, 마찬가지로 별도의 대출상품은 없는 상황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회생활을 시작했음에도 부모로부터 경제적 독립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직장에 입사한 지 4개월 차인 20대 여성 A씨는 "사회초년생은 부모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해 월세 보증금 등 목돈이 필요한 경우가 다수 발생하는데, 은행에서 대출 받을 때 항상 재직기간과 직장 규모 등을 깐깐하게 봐서 문턱에 걸리는 것 같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또래 친구들과 얘기를 나눠봐도 대출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습니다. 
 
그럼에도 은행들은 대출 건전성 관리를 해야하기 때문에 대출 기준을 까다롭게 정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대출을 받고 갚을 능력이 되는지를 심사해야 하기 때문에 이력이 없는 사회초년생의 경우 다니고 있는 기업의 규모나 안정성 등도 볼 수밖에 없다"면서 "일반신용대출 상품을 통해 중저신용자 대출 기준 등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은 꾸준히 진행하고 있고, 신용평가 요건에 부합되는 근로소득자에 한해 대출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직장에 갓 입사한 사회초년생들이 돈을 빌릴 수 있는 창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사진은 시중은행 ATM기 앞을 한 행인이 지나가는 모습.(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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