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기업 SPC 민낯)⑤'적자' 허진수 대 '마약' 허희수…SPC 승계 난맥상
허진수·희수 형제 승계 구도 본격화
허진수 주도 해외 사업 적자 행렬 면치 못해
허희수는 마약 전과 꼬리표…모럴 해저드 논란
2025-02-21 17:27:07 2025-02-22 00:03:57
 
[뉴스토마토 김충범·김성은 기자] 최근 SPC그룹을 둘러싼 주요 화두 중 하나는 원활한 경영 승계입니다. 이는 허영인 회장이 올해로 76세를 맞이할 만큼 고령인 데다, 허 회장 체제가 20년 이상 지속되면서 그룹의 다변화가 이뤄짐에 따라 새로운 수장들을 필두로 한 차세대 경영 역시 점점 절실해지는 까닭인데요.
 
일단 SPC그룹은 비교적 일찌감치 허영인 회장에서 한 살 터울의 두 아들인 장남 허진수 사장과 차남 허희수 부사장으로 승계 밑그림을 구성해나가는 모습입니다. 허진수 사장은 해외 사업을 주력으로 삼고, 동생인 허희수 부사장은 국내 사업을 주도하는 등 개략적인 역할 분담은 마치며 경영 승계 작업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상태입니다.
 
문제는 이들이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성과 뒤로 경영 수장으로서의 흠결이 크다는 점입니다. 허진수 사장은 글로벌 사업을 통한 신성장 동력 확대를 내세우면서도, 미국을 비롯한 주요 해외국들에서 적자를 면치 못해 경영 능력에 물음표가 제기됩니다. 아울러 허희수 부사장은 일반적인 대기업 오너가의 승계 후보와는 달리 마약 전과라는 키워드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SPC그룹 허진수 사장(왼쪽)과 허희수 부사장. (사진=SPC그룹)
 
장남 허진수, 광폭 글로벌 행보 이면에 적자 행진 극복 과제로
 
현재 허진수 사장과 허희수 부사장의 승계 구도는 본격화하는 모습입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허영인 회장은 그룹 지배 구조 정점에 있는 파리크라상 지분을 63.31%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허진수 사장(20.33%), 허희수 부사장(12.82%)을 합친 규모보다 더 많습니다.
 
그룹에서 두 아들의 역할이 대내외적으로 비교적 명확하게 구분돼 있는 만큼, 향후 경영 실적 및 성과를 토대로 허영인 회장이 어느 아들에게 지분 행사를 하느냐에 따라 승계 구도가 사실상 판가름 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요.
 
장남인 허진수 사장은 해외 사업에서 공격적인 확장세를 주도하는 인물이라는 점이 눈에 띕니다. 지난 2021년 파리크라상 사장에 오른 허 사장은 주력 브랜드인 파리바게뜨의 점포 확대에 주력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력을 내고 있는데요. 파리바게뜨는 현재 해외 14개국에 약 630곳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파리바게뜨는 허 사장의 지휘 아래 미국 시장을 주요 지역으로 선정하고, 일대에서의 지위를 강화한다는 방침인데요. 지난달 허진수 사장은 허영인 회장과 함께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할 정도로 광폭 대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제작=뉴스토마토)
 
하지만 허진수 사장이 대대적인 글로벌 시장 공략을 내세우는 이면에, 실질적인 해외 법인들의 실적은 매우 좋지 못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전후해 해외 주요 파리바게뜨 법인들의 당기순손실 추이를 살펴보면 SPC가 텍사스주(州) 공장 증설 등 매우 공을 들이고 있는 미국 법인은 지난 2023년 33억원으로, 매년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울러 싱가포르 법인의 당기순손실은 △2019년 93억원 △2020년 76억원 △2021년 37억원 △2022년 6억원 △2023년 66억원 등 매년 적자를 찍었고, 2022년부터 집계된 베트남 법인 역시 △2022년 16억원 △2023년 18억원 등 순손실 행렬을 보였습니다. 또 중국 법인은 흑자로 일시 전환된 2021년과 2023년을 빼곤, 역시 대체로 적자를 면치 못하는 모습을 나타냈는데요.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존 규격화된 자본력을 토대로 해외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것과, 실질적 실익을 거두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며 "해외에서의 광폭 행보에도 불구하고 흑자전환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쉑쉑 버거' 성공시킨 차남…마약 꼬리표는 '치명타'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은 허진수 사장보다 늦은 지난 2007년 파리크라상 상무로 입사하며 본격적인 경영 수업에 돌입했습니다. 현재 아이스크림 전문점 '배스킨라빈스'와 도넛 브랜드 '던킨'을 운영하는 비알코리아의 전략총괄임원, SPC 브랜드 통합 멤버십 '해피포인트' 운영사인 ICT 계열사 섹타나인 임원으로 재직 중입니다. 큰 틀에서 보면 외식 사업과 신사업 발굴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허 부사장은 2016년 론칭한 미국 수제버거 브랜드 '쉐이크쉑'을 국내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면서 신임을 얻었습니다. 지난해 9월 던킨의 프리미엄 콘셉트 매장 '원더스'를 선보이는 행사에서 직접 설명에 나서는 등 최근까지 적극적인 경영 행보를 펼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해외 체류 기간이 긴 허진수 사장 대신 허 부사장이 SPC그룹의 전반에 관여하는 것으로도 전해집니다. SPC 내부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허희수 부사장이 국내에서 SPC 관련 현안을 두루 챙기는 것으로 안다"며 "허영인 회장의 사법 리스크 관련 대외 홍보 등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액상 대마를 밀수하고 투약한 혐의로 기소된 전력은 두고두고 허 부사장의 발목을 잡을 전망입니다. 2018년 8월 허 부사장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됐습니다. 액상 대마는 대마 잎을 말려서 피는 것보다 20배 이상 마약 성분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마약 관련 범행에 있어 초범인 허 부사장은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습니다. 
 
마약 사건으로 징역살이는 면했지만 경영에서 제외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당시 SPC그룹은 "허 부사장을 경영에서 영구히 배제하도록 조치하겠다"고 입장문을 발표했고, 허 부사장은 모든 보직에서 물러났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대국민 약속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3년여 뒤인 2021년 11월 허 부사장은 섹타나인 신규사업부 임원으로 선임되며 경영 일선에 복귀했습니다. 집행유예 기간이 종료되지도 않은 시점입니다.
 
공식적인 경영 복귀 전에도 허 부사장이 경영에 관여하는 정황의 언론 보도가 나온 바 있습니다.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SPC 측은 경영에서 영구 배제한다는 의미가 영원한 경영 중단이 아니라는 어처구니없는 설명을 내놓으며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한편 SPC그룹 관계자는 허진수 사장, 허희수 부사장의 승계 문제에 대한 질문에 "승계 문제를 거론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 (사진=SPC그룹)
 
 
김충범·김성은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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