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치료감호법)은 심신장애, 마약류(마약·향정신성의약품·대마) 혹은 알코올이나 그 밖의 약물중독 상태, 정신성적 장애가 있는 상태 등에서 범죄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필요성이 인정되면 적절한 보호와 치료를 통해 재범 방지 및 사회복귀 촉진을 위해 제정된 법입니다. 마약류나 알코올 등에 중독돼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지은 사람이 치료감호시설에서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고 재범의 위험성이 있으면 치료감호대상자가 되고 2년 이내의 범위에서 치료감소시설에 수용될 수 있습니다. 치료감호는 보안처분 중 하나로 검사가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강선봉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 마약수사 2계장이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서 의료용 마약류 불법 투약 의사 등 적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프로포폴 등 의료용 마약류와 전신마취제 에토미데이트 등을 내원자에게 불법 투약한 의사를 1명을 구속하고 의원 관계자와 투약자 100명 등 115명을 검거, 범죄수익 34억원 상당을 환수했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대법원에서 마약류를 직접 투약, 흡연 또는 섭취하지 않고 매매나 수수만 한 경우에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마약류관리법)상 재범예방 교육이나 재활교육 프로그램의 이수명령을 병과(동시에 둘 이상의 형벌에 처하는 것)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1심은 피고인에게 유죄판결을 선고하면서 마약류관리법 제40조의2 제2항에 따라 40시간의 약물중독재활교육 프로그램의 이수를 명했고, 원심은 이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마약류관리법 제40조의2 제1항은 ‘마약류사범’을 마약류를 투약, 흡연 또는 섭취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고인이 마약류를 매매하거나 수수한 혐의로만 기소된 이상 이수명령을 병과할 수 없다는 겁니다.
지난해 12월에는 대법원에서 알코올중독이 강력히 의심되는 음주운전 피고인에게 법원이 치료감호청구를 하도록 검사에게 요구하지 않은 것은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는 판결도 있었습니다. 피고인은 이미 혈중알코올농도 0.2%가 넘는 상태로 음주운전을 해 처벌을 받았는데 이후 약 6개월에 걸쳐 4번의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사실로 기소됐습니다. 피고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모두 0.2%가 넘었습니다.
치료감호법은 △검사는 치료감호대상자가 치료감호를 받을 필요가 있는 경우 관할 법원에 치료감호를 청구할 수 있고(제4조 제1항) △그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등 전문의의 진단이나 감정을 참고해야 하며(제4조 제2항 본문) △공소제기한 사건의 경우 항소심 변론종결 시까지 치료감호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면서(제4조 제5항) △법원은 공소제기된 사건의 심리결과 치료감호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검사에게 치료감호 청구를 요구할 수 있다고(제4조 제7항) 규정합니다.
대법원은 이 규정을 치료감호의 필요성이 충분히 드러나게 된 경우, 법원이 검사에게 치료감호청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검사가 치료감호청구 권한을 독점함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폐해를 보완하고 치료감호대상자의 재범 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가능할 수 있도록 직권주의적 요소를 가미한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위 규정들의 형식과 내용 등에 비춰볼 때 치료감호법 제4조 제7항이 법원에 대해 치료감호청구 요구에 관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치료감호청구 요구 여부가 법관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고 하더라도, 거기에는 치료감호대상자의 재범 방지와 사회복귀 촉진이라는 치료감호법의 목적에 따른 재량의 내재적 한계가 있다고 보는데요. 사건의 심리 결과 피고인의 재범 가능성과 일정한 강제력을 수반하는 감호 상태에서 치료받아야 할 필요성에 관한 구체적인 사정이 명백하게 확인됐음에도 권한을 행사하지 않은 것이 매우 불합리하다면 그러한 권한의 불행사는 재량의 한계를 현저하게 벗어난 것이므로 위법하다는 겁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법리에 따라 피고인의 범죄 전력, 범행 내용, 담당의사의 의학적 소견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알코올을 섭취하는 습벽이 있거나 그에 중독된 자로서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했고 재범 가능성과 치료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에게 치료감호 시설에서의 치료가 치료의 목적 달성 등의 측면에서 적절하므로 원심이 치료감호를 할 필요성을 살펴보고 치료감호청구 요구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봐서 원심을 깨고 돌려보낸 겁니다.
보안처분은 범죄자의 재범 등 장래의 범죄적 위험성을 이유로 치료나 교육을 통해 범죄자를 사회에 복귀시키기 위한 형벌 이외의 형사제재입니다. 다양한 종류의 강제적 조치를 통해 사회방위를 주목적으로 이뤄집니다. 범죄를 규정하는 법률에 병과하도록 규정되거나 치료감호법, 보안관찰법,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 등과 같이 따로 규정하는 법률에 의해 부과하고 있습니다.
보안처분은 형벌이 아니므로 소급효금지원칙이 엄격히 적용되지 않는데 대법원은 실질적으로 신체적 자유를 제한하는 보안처분에 대해서는 소급금지의 원칙을 적용하기도 합니다. 보안처분은 장래의 범죄를 예방함으로써 사회를 방위하기 위한 목적으로 행해지는 조치이므로 형벌을 부과해 처벌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측면이 있습니다. 보안처분의 범죄예방 기능을 살리면서도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시의적절한 입법을 하고, 판사나 검사가 재량권을 행사할 때 법률의 취지에 따라 면밀한 판단을 통한 적극적 활용이 필요합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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