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지난 11일 인천에서 괌으로 향하던 제주항공 7C3101편이 운항 중 보조동력장치(APU)에 이상이 감지돼 회항했던 사건과 관련해, 당시 제주항공 측이 승객 불만 등을 고려해 기장에게 괌까지 운항을 이어가라고 지시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결국 기장의 결단으로 회항했지만 제주항공 측의 대응을 두고 안전불감증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제주항공 B737-800. (사진=제주항공)
18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7C3101편의 기장은 운항 중 APU 이상을 감지한 직후 이를 회사에 보고하고 회항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주항공 운항통제실은 기장에게 비행 절차를 변경해서 괌으로 향하라고 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해당 항공기가 비행을 시작한 이후 APU 이상이 생겼지만, 이를 보고 받은 제주항공이 비행 절차 변경을 통해 괌으로 갈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기장은 해당 변경이 안전 운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인천으로 회항했다고 합니다. APU는 두개의 엔진이 먹통이 됐을 때, 항공기에 일차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엔진 보조 장치입니다.
원래 비행절차에 대한 규정상 엔진 한 개가 고장 날 경우 다른 엔진만으로 2시간 안에 사전에 인가 받은 공항에 비상 착륙해야만 하는데, 사측은 비행절차를 변경해서 시간 제한 없이 가까운 공항으로 착륙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으로 전해집니다.
당시 괌행 항로상에는 일본 이오지마공항이 열려 있어 비상 착륙이 가능한 걸로 회사는 판단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기장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군공항인 이오지마는 민항기 정비 인력이나 부품 등 제반 시설이 부족해 실제 비상 상황 시 대처가 어렵습니다. 실제로 2016년 3월 제주항공은 엔진 고장으로 이오지마에 비상착륙했는데, 당시 정비 부품과 인력이 없어 여객기는 일주일 만에 인천으로 돌아온 바 있습니다.
복수의 조종사들은 운항을 하는 도중 비행 절차를 변경하는 것은 안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읍니다. 국내 항공사 한 기장은 “일본을 지나서는 비상 착륙할 수 있는 공항이 물리적으로 먼 곳에 있어 인천으로 회항한 것 같다”며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전문가들도 기장이 만일의 상황까지 고려해 회항을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무안공항 참사 이후 기장은 조종석에 전달되는 각종 지원 시스템의 미세한 이상 신호까지도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게 된다”며 “비상 착륙 공항의 여건과 당일 운항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번 회항은 안전을 우선한 합리적인 결정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3101편에서 APU 이상 감지와 관련해, 제주항공 운항통제실이 일본 이오지마공항이 열려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조종사에게 비행절차 변경을 통해 (괌으로 갈 것을) 어드바이스 한 걸로 안다”면서 “다만 회항 여부는 기장이 최종 판단한 사안으로, 결과적으로 인천으로 되돌아온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했습니다.
항공업계 일각에서는 제주항공이 무안공항 참사를 낸 이력이 있음에도, 항공 안전보다 승객 불만을 최소화하려는 판단이 우선된 ‘안전불감증’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비행 절차 변경이 안전 운항에 도움이 되지 않음에도 최종 목적지까지 운항하라고 한 것은, 회항에 따른 지연과 이에 대한 승객 불만, 보상 문제 등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제주항공 측은 “의견 교환을 통해 합의 후 운항 결정을 진행한다”며 “운항일반 교범에 따라 의견을 나눴고 안전을 위해 회항했다”고 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