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카드 나이 제한 폐지, 지주계열 카드사만 신났다
체크카드 특성상 은행 계좌와 연동해 사용
2025-11-21 13:57:10 2025-11-21 14:59:34
 
[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금융당국이 체크카드 나이 제한을 폐지한 가운데 지주계 카드사와 기업계 카드사의 반응이 엇갈립니다. 지주계 카드사는 계열 은행과 연계를 통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지만, 기업계 카드사는 이런 연계 효과가 크지 않아 다소 미온적입니다. 더욱이 체크카드는 본래 수익성이 높지 않아 업계가 적극적으로 고객 확보 경쟁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21일 금융위원회는 미성년자의 결제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체크카드 발급 연령 기준을 폐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금 없는 결제 환경이 확산하는 가운데, 현행 연령 제한이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업계 건의를 반영한 조치입니다. 이와 함께 미성년자 후불교통카드 이용 한도를 월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늘리고, 가족카드 제도화도 함께 검토할 방침입니다. 
 
현행법상 체크카드는 만 12세부터 발급할 수 있으며, 만 12~13세는 법정대리인 동행이 필요하고, 만 14세 이상은 일부 은행에서 단독 발급이 가능합니다. 원칙적으로 만 12세 미만은 체크카드를 발급받을 수 없습니다. 
 
카드업계의 반응은 갈리고 있습니다. 특히 체크카드 자체가 수익성이 크지 않은 사업인 만큼 지주계 카드사와 기업계 카드사의 반응도 확연히 다른 모습입니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체크카드는 은행과 혜택, 판매창구 등 시너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지주계 카드사의 비중이 대부분 몰려 있다"며 "체크카드 사업이 수익성도 좋지 않기 때문에 기업계 카드사들은 애초에 관심이 없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이번 조치로 득을 보는 곳은 지주계 카드사"라고 말했습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NH농협카드)의 개인 직불·체크카드 결제액은 지난 10월 기준 126조5430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지주계 카드사들은 △농협카드 41조9894억원 △국민카드 25조306억원 △신한카드 19조5942억원 △우리카드 12조8187억원 △하나카드 11조2010억원 등 순으로 전체 결제액의 약 8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기업계 카드사들은 △현대카드 1조763억원 △삼성카드(029780) 6180억원 △롯데카드 5191억원 △비씨카드 98억원 등 순으로 결제액이 적은 편입니다. 카드사는 자체적으로 지급결제 계좌를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체크카드를 판매하려면 은행 계좌와 연동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수수료가 발생하다 보니 기업계 카드사들은 체크카드 사업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편입니다.
 
여신업계 다른 관계자는 "체크카드 적립률이나 할인율 등 혜택도 잘 살펴보면 지주계 카드사들의 혜택이 더 크기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더 많다"며 "기업계 카드사가 굳이 혜택을 강화하면서까지 체크카드 경쟁에 뛰어들 이유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카드업계는 이번 조치가 단기적인 수익성 개선보다는 향후 10년 뒤 잠재 고객을 확보하는 데 의미가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체크카드를 어린 나이부터 사용하게 되면 성인이 된 뒤에도 같은 금융사를 계속 이용할 가능성이 높아, 자연스럽게 충성고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입니다.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 등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미성년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 만큼, 카드사도 미래 고객 기반을 위한 조치로 보고 있습니다.
 
또한 미성년자 체크카드에 이미 한도가 설정돼 있어 과소비 등 부작용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8년 '카드이용 관련 국민불편 해소방안'을 통해 만 14세 미만 미성년자에게 체크카드 발급을 허용하고, 번거로움이 있던 선불교통카드의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 미성년자 체크카드에 후불교통 기능도 탑재했습니다. 당시 설정한 하루 결제 3만원, 월 30만원의 사용 한도는 지금도 유지되고 있어 과소비를 억제하는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전문가들은 체크카드 발급과 함께 부모의 적절한 지도와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김상봉 한성대 경영학과 교수는 "큰 부작용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사행성 게임 등에 손쉽게 결제할 수 있어 부모의 적절한 지도가 필요하다"며 "발급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걸려 카드를 잃어버렸을 때 번거로울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일 미성년자 체크카드 나이 제한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중구 여신금융협회에서 열린 금융위원장-여신전문금융업권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