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골드바 품귀 현상 등 국내 금 투자 열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외 거래소를 통한 언헤지(UH, 환노출형) 투자를,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환헤지(H, 환율 변동성 방어) 전략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국내외 정치·사회적 불안정성이 높아진 만큼, 향후 더욱 커질 금의 가치에 대비해 현물 뿐만 아니라 펀드나 ETF 등에 전략적인 투자를 조언했습니다.
"환율 상승 지속 시 언헤지 유리"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언헤지는 환율 변동에 상품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것으로 환율이 높아지면 기업 가치 상승으로 인한 주가 상승분 외에도 환차익이 수익률로 직결됩니다. 반면 환헤지는 일정시점에 환율을 고정해 환율 변동 영향을 최소화하는 전략입니다. 위험이 줄어드는 대신 선물환 계약 비용 등 헤지 비용이 수수료로 포함돼 있어 원화 약세 시장에선 수익성이 떨어집니다.
투자 전문가들은 투자자의 성향에 맞춰 장기적인 관점에서 환율이 지속 상승할 것을 대비해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환노출형 상품을, 단기적인 관점에서 불안정한 환율을 잡기 위해 환헤지 상품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박태형 우리은행TCE시그니쳐 지점장은 "미국의 PPI(물가선행지표)와 CPI(소비자물가지수)가 예상보다 높게 발표됐고, 트럼프 정책이 물가를 압박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커 미국이 금리를 쉽게 내리기는 어렵다"며 "한국과 미국 간 금리 차가 좁혀지지 않아 환율이 현재 수준보다 더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환헤지 상품에 투자를 하면 금리 역 프리미엄에 대한 비용을 오히려 지불해야 한다"며 "런던거래소나 시카고거래소 등 해외거래소를 통해 언헤지 상품에 투자하면 환율 상승분을 추가적인 수익으로 가져갈 수 있어 추천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현숙 신한 프리미어 PWM잠실센터 PB팀장은 "투자 성향에 따라 다른데, 단기적으로는 환헤지가 유리할 수 있지만, 장기 투자 관점에서 보면 언헤지 상품이 더 적합하다"며 "해외 투자의 기본은 언헤지로 환율 변동성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달러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장기적으로 포트폴리오에 일정 부분 금을 담아두는 것은 바람직하고 거치식보다 적립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며 "적립식으로 투자할 수 있는 상품으로는 ACE금현물ETF와 골드리슈 상품이 있다"고 추천했습니다.
"보수 성향 투자자는 환헤지 고려"
일부 전문가는 단기적인 관점에서 환율 하락 가능성에 대비하는 보수적인 성향의 투자자라면 환헤지 상품도 고려해볼 만 한 선택지로 꼽았습니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아무래도 환율이 1500원 수준에 도달하면 외환 당국의 개입 가능성이 높아 상승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며 "게다가 현재 환율 1450원 수준에서 1500원까지 올라간다 하더라도 수익률은 3.4%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반면 코로나19 이전 수준 환율인 1200원대로 회귀한다고 보면 수익률은 17%까지 떨어진다"며 "3.4% 수익을 볼건가 17% 하락을 버틸거냐 투자자가 선택하는 건데 보수적인 성향이라면 환헤지가 나을수도 있다. 환율이 1450원 선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으나 장기적으로 환율이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치 프리미엄’ 경계, 투자 신중해야
일각에선 최근 국내 금 시장이 과열되고 있는만큼, 과세 등을 고려해 보다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옵니다.
김원덕 하나은행 용산PB센터 PB팀장은 "최근 국내 금 시장에도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 형성되며 세계 시장보다 금 가격이 8%가량 높은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지금처럼 프리미엄이 붙은 상황에서 한 번에 대량 매수하는 것은 부담이 크기 때문에 거치식보단 적립식으로 천천히 매입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며 "최근 금 투자로 높은 수익을 올린 투자자들이 수천만원 가량의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 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데 투자 시 세금 이슈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금 투자 열풍이 이는 가운데 장단기적 관점과 투자자의 성향에 따라 따져본 뒤 금 투자를 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나온다.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내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서 금 시세가 상승 중인 모습.(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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