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오승주 기자] 경찰(서울 마포경찰서)이 지난 16일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친부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을 특수절도 혐의로 소환, 5시간가량 피고발인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20일 <뉴스토마토>에 “고발장 접수에 따른 피고발인 조사가 진행됐다”며 “혐의 확인 차원”이라고 말했습니다. 검찰 송치 여부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할 게 많다”면서 “지금 단계에선 말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경찰은 이에 앞서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사장)을 불러 피고발인 조사를 진행했으며, 혐의는 특수절도 및 위증죄입니다. 두 사람에 대한 고발장은 지난해 9월3일 마포서에 접수되었습니다.
LG 트윈타워 (사진=뉴스토마토)
두 사람을 경찰에 고발한 이는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유족(김영식·구연경)들로, 막내딸 연수 씨를 포함한 세 모녀는 지난 2023년 2월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서울서부지법에 상속회복청구의 소를 제기했습니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 2004년 고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입적됐으며, 2018년 구본무 회장 별세 이후 지주사 LG의 최대주주에 올랐습니다.
세 모녀는 이번 고발과 관련해 <뉴스토마토>에 보낸 편지를 통해 "(구본무 회장의) 금고를 손괴하여 그 안에 있었을 것으로 확신되는 유언장과 회장님의 의도를 훼손하는 한편, 이도 모자라 그 경위에 관하여 법원에 위증하는 등 오늘날의 문제를 만들어 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세 모녀 측 주장에 따르면, 구본무 회장 별세 직후 구본능 회장과 하범종 사장은 열쇠공을 동원해 LG트윈타워 내 고인의 집무실과 곤지암 별장을 찾았으며 두 곳에 있던 고인의 개인 금고를 강제로 뜯어 내용물을 가져갔습니다. 구본능 회장은 구본무 회장의 동생으로, 구광모 회장의 친부입니다.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세 모녀 측은 “해당 금고는 고인과 김영식 여사만 비밀번호를 아는 따로 관리되는 금고인데, 구본능 회장과 하범종 사장이 고인이 돌아가시자 마자 물리력을 동원해 금고를 강제로 뜯고 안에 있는 내용물을 가져갔다”며 “(구 회장과 하 사장이) 본인들이 원하는 방식의 상속 혹은 경영권 승계에 반하는 고인의 유지가 담겨 있는지 확인하고, 만약에 있으면 제거하고자 그렇게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고인의 유지라고 알려지고 쟁점이 된 승계 구도는 고인이 생전에 말씀하셨던 내용과 다르기 때문에 실제 다른 유지가 존재했던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세 모녀는 이와는 별도로 민사소송 과정에서 하 사장이 금고 손괴와 관련해 사실 관계 진술이 달라진 점을 이유로 위증 고발을 진행했습니다. 민사 소송 전 하 사장이 금고 손괴 과정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이야기를 했는데, 법정에서는 ‘재산 관리 권한이 있어 직접 확인했다’며 진술이 번복됐다는 것이 세 모녀 측의 주장입니다.
세 모녀 측은 “민사 소송 전에 상속 관련 협의를 이어오던 과정에서 금고 손괴에 대한 사실 관계를 인지했다”면서 “금고 손괴와 절도 등 여러 쟁점과 관련해 하 사장이 법정에서 진술이 달라져 특수절도와 위증으로 같이 고발을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LG 측은 “지난해 9월 민사소송에서 이미 제기된 의혹에 대해 해명이 이뤄졌는데 그 부분을 다시 형사고발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소송에 영향을 끼치려는 여론전을 벌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고 구본무 회장의 금괴를 손괴해서 유언장을 훼손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하나의 주장에 불과하고 이를 입증할 근거가 없다는 점이 소송 과정에서 이미 드러났다”고 반박했습니다.
배덕훈·오승주 기자 paladin7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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