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예슬·강석영 기자] 윤석열씨 측은 2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10차 변론기일에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적은 체포인 명단의 신빙성을 훼손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그간 홍 전 차장은 12·3 비상계엄 당시 윤씨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아 "싹 다 잡아들여라"는 지시를 들었고,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불러준 대로 체포인 명단을 적었다고 일관되게 증언해 왔습니다.
홍 전 차장은 이날 오후 헌재에서 열린 윤씨 탄핵심판 10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홍 전 차장의 탄핵심판 증인 출석은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홍 전 차장은 앞서 지난 4일엔 국회 측 대리인의 요청으로 참석했지만, 이번엔 윤씨 측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홍 전 차장의 주장이 직속상관인 조태용 국정원장의 주장과 엇갈리자, 윤씨 측이 사실관계를 다시 신문하겠다면 또 증인으로 부른 겁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제1차장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씨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 전 차장은 4일 증인으로 출석했을 땐 12월3일 밤 11시6분쯤 여인형 사령관이 불러준 체포인 명단을 받아 적은 곳이 관저 앞 공관 공터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조태용 국정원장이 13일 8차 변론기일에 출석, 국정원 폐쇄회로TV(CCTV)를 통해 확인한 결과 해당 시각 홍 전 차장은 공터에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자 윤씨 측은 이를 트집 잡아 홍 전 차장 증언의 신뢰성을 의심했습니다.
이에 홍 전 차장은 이번에 다시 헌재에 출석해서는 "조태용 국정원장님께서 CCTV를 공개해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니, 그런 상황과 견주어 여러 부분 재검토해 보니 (12월3일) 22시58분과 23시6분 진술 관련해 22시58분내용을 23시6분에 한꺼번에 한 것처럼 진술했다"고 해명했습니다. 22시58분에는 관저 공터에 있었지만, 이후 사무실로 들어가 메모를 작성했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윤씨 측은 홍 전 차장이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메모를 조작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홍 전 차장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메모지를 원본으로 제출하지 않은 점을 문제로 삼은 겁니다.
윤씨 측 법률대리인은 "수사기관이 체포인 명단 메모지(사진)를 확보한 경위를 보면 '홍 전 차장이 (원본을) 제출할 수 없다고 해서 사진으로 촬영해 기록으로 첨부한다'라고 되어 있다"며 "(메모지를) 어디에 사용하려 했냐"고 물었습니다. 이어 "검찰에 (원본을) 제출하지 않은 이유가 정치적 활용 목적, 민주당 제공 목적이 아니냐"라고 추궁하듯 질문을 이어갔습니다.
그러자 홍 전 차장은 "지난해 12월11일이면 벌써 국회 정보위원장과 면담을 통해 (비상계엄 당시 체포인 명단에 관한) 관련 상황이 다 나왔기 때문에 그 이후에 이걸 활용한다고 해도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라고 말했습니다.
홍 전 차장은 국회 측 대리인 신문 과정에서 충분한 답변 시간을 주어지자 보다 구체적인 진술을 내놨습니다. 그는 "검사가 (체포인 명단을) 가져가겠다고 하는데 안 드리진 않았을 것 같고, (검찰에서) 제가 피의자가 아니라 참고인이라서 압수수색을 할 수 없고 사진을 찍어가도 괜찮다고 해서 찍어간 것 같다"고 부연했습니다.
윤씨 측은 홍 전 차장이 메모를 정서시킨 국정원 직원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간 관계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윤갑근 변호사는 "자기가 쓴 것을 자기도 못 알아보는데, 보좌관이 정서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자 홍 전 차장은 이전에도 정서를 부탁했던 보좌관이라고 답했습니다.
윤씨 측은 또 "보좌관이 메모를 정서했다는 보좌관은 현대고등학교를 나온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친구 아니냐"라고 묻자 홍 전 차장은 "제 보좌관 친구가 어떤 사람인지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홍 전 차장은 그러면서 "보좌관에게 (체포인 명단을) 정서시킨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제가 혼자만 알고 있었다면 누가 저를 믿어줄까 싶다"라고도 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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