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원인 가운데 하나로 조류 충돌이 지목되는 가운데 사고가 발생한 전남 무안국제공항은 전국 14개 공항 중에서 조류 퇴치 전담 인력과 장비 등이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다른 공항보다 새 떼 출몰이 빈번한데도 조류 충돌 예방 인프라는 더 부족했던 것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16일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공항별 조류 충돌 예방 활동 인원 및 장비 현황’ 자료를 보면, 무안공항이 보유한 장비는 차량 1대, 폭음경보기 11대, 엽총 4정이 전부였습니다. 이는 공사가 주요 거점공항으로 관리하는 6곳(김포·김해·청주·대구·제주·무안) 중에 가장 열악한 수준으로, 다른 공항 5곳은 조류퇴치 차량과 트럭을 4~6대 보유하고 있습니다. 소리로 새 떼를 쫓는 폭음경보기도 제주항공을 제외하고 나머지 4곳은 20~38대를 보유중입니다.
특히 무안공항은 조류 충돌 사고 예방에 크게 효과가 있는 열화상 카메라는 단 1대도 보유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물망을 활용해 새를 포획하는 넷건도 없었고 공포탄을 쏴 새를 쫓는 엽총의 경우 김포·제주공항이 24정을 보유한 것과 비교해 고작 4정뿐이었습니다. 새 떼를 쫓는 전담 인력도 4명에 그쳤습니다. 인력은 김포공항이 24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제주공항 23명, 김해 18명, 청주 8명, 대구공항이 8명을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무안공항의 새 떼 충돌 예방 인력 규모는 국토교통부 고시 기준인 2명은 충족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무안공항 주변 13km 이내에 4곳의 주요 철새 도래지가 있는 만큼, 인력 증원을 위해 관련 규정을 손봐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현행 조류 퇴치 전담 인력은 활주로 개수, 공항 운영시간 등으로 짜여진다”며 “이번 참사를 계기로 새 떼 출몰 정도를 추가해 인력과 장비 규모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를 위해선 예산도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권영진 의원실이 공사로부터 받은 ‘조류 충돌 예방 장비 구입·유지비 및 자회사 지급 수수료’ 자료를 보면, 작년 무안공항이 조류 충돌 예방에 지출한 비용은 1억3700만원으로, 같은 기간 김포공항(14억 8300만원)과 비교해 매우 적은 수준이었습니다.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관련 현안보고에서 무안공항의 조류 퇴치 장비 등 부족 지적에 대해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 더 많은 첨단장비와 인력을 투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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