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179명의 사망자를 낸
제주항공(089590) 여객기 추락 사고의 원인을 두고, 조류 충돌로 인한 랜딩기어(착륙장치) 오작동이 지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항공업계는 조류 충돌로 엔진에 화재가 발생해도 나머지 엔진으로 랜딩기어를 충분히 내릴 수 있다며 조류 충돌이 여객기 추락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아닐 수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29일 오전 9시7분께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태국 방콕에서 출발, 무안으로 입국하던 제주항공 7C 2216편이 착륙 중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 울타리 외벽과 충돌해 폭발했다. 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전남도 제공)
29일, 목격자들의 증언과 사고 당시 영상을 종합하면 사고가 난 여객기는 착륙장치가 정상 작동하지 않은 채 동체착륙을 했습니다. 동체착륙은 랜딩기어 없이 항공기 선체를 이용해 착륙하는 것을 말합니다. 브레이크 장치인 날개 부분의 ‘플랩’과 ‘스포일러’도 펼쳐지지 않았습니다. 착륙 직전 또 다른 목격자가 촬영한 동영상에선 왼쪽 엔진 쪽에 불길이 번지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이를 두고 조류 충돌로 인해 엔진에 불이 붙었고 이 때문에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추측이 나왔습니다.
이같은 추정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국내항공사의 한 기장은 “조류 충돌로 하나의 엔진이 비정상으로 작동하더라도 나머지 엔진으로 수동이든, 중력으로든 랜딩기어를 내릴 수 있다"며 "관련 장치는 겹겹이 있다”고 했습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대학의 항공학과 교수는 “두 엔진이 작동하지 않더라도 랜딩기어를 수동으로 내릴 수 있는 방법이 매뉴얼에 나와 있다”고 했습니다.
기존 추측에 무게를 싣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 항공사에 근무하는 운항승무원은 “만약 조류 충돌로 인해 부서진 엔진 파편들이 항공기 안으로 들어갔다면 관련 부품의 오작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랜딩기어를 작동시키는 유압시스템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기체의 문제점과는 별개로 공항 쪽 대응 부실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사고 여객기 조종사가 관제사에 랜딩기어 오작동을 알렸을 때 공항에서 동체착륙에 대비해 화재 발생이 최소화하도록 하는 사전 준비가 부족했다는 것입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동체착륙 시 화재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화재용 건조화학물질을 공항에서 준비했어야 했는데 그런 정황이 보이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인명피해가 더 커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든다”고 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