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윤석열씨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인 지난 16일. 심판이 시작되기 직전인 오후 1시55분 무렵 헌재 대심판정은 벌써부터 양측 법률대리인단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았습니다. 그런데 긴장을 깨고 양쪽을 오가며 인사를 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윤씨 법률대리인단에 합류한 조대현 변호사였습니다.
윤석열씨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이 진행된 지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송두환(가운데) 탄핵소추 법률대리인과 정청래(왼쪽) 국회 탄핵소추단장이 조대현 피청구인 법률대리인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이날 헌재 심판정에 도착한 조 변호사는 윤씨 탄핵을 주장하는 국회 대리인단 자리로 넘어가 송두환 변호사에게 악수를 건넸습니다. 두 사람은 헌법재판관으로 같이 근무한 인연이 있습니다.
조 변호사는 국회(열린우리당) 추천 몫 헌법재판관으로 2005년 7월부터 2011년 7월까지 헌재에서 일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추천을 받은 송 변호사는 2007년 3월부터 2013년 3월까지 헌법재판관을 지냈습니다. 원로 법조인들은 반갑게 인사를 나눴습니다. 송 변호사는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장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에게 조 변호사를 소개시켜 주기도 했습니다.
조 변호사가 윤씨를 대리한다는 소식은 깜짝 뉴스였습니다. 조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 측 인사로 분류됩니다. 노 전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7기 친목 모임인 8인회 멤버입니다. 심지어 2004년 노 전 대통령이 탄핵됐을 땐 노 전 대통령을 대리하며 탄핵 기각을 이끌어 낸 바 있습니다.
조 변호사의 등장에 이날 심판정을 취재하던 기자의 눈과 손이 바빠졌습니다. 송 변호사에게 악수를 건넨 사람의 정체를 몰라 당황했습니다. 기자에겐 그의 얼굴이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공개된 사진은 젊은 시절 사진뿐이었습니다.
기자가 노트북으로 조 변호사의 사진을 한참 검색하고 있을 때 바로 뒷줄에 앉아있던 누군가가 기자의 어깨를 두드렸습니다. 돌아보니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었습니다.
박 의원은 기자에게 “조대현을 왜 그렇게 찾느냐”라고 물었습니다. 기자는 “저 사람이 조 변호사가 맞느냐.얼굴을 몰라서 확인하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박 의원은 “조대현은 진보야 진보”라고 했습니다. 조 변호사가 윤석열 측에 갈리 없다고 말투였습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최기상 민주당 의원이 “저 사람 최근에 (윤씨 측에) 합류했잖아”라고 일러줬습니다. 박 의원은 그제야 “아니 저 사람이 왜 저기 가있어”라며 당황스러운 기색을 나타냈습니다. 공교롭게도 박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탄핵됐을 당시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재직하고 있었습니다.
이날 심판정은 두 원로 헌법 재판관의 치열한 법리 다툼이 기대됐습니다. 하지만 웬걸, 조 변호사마저 부정선거 의혹을 주장했습니다. 윤씨 대리인단 중 첫 변론에 나선 조 변호사는 “이 사건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 헌법질서를 수호하고, 국가를 보위하기 위해서 헌법이 허용한 비상대권을 행사한 것”이라며 “국내·국외 공산주의 좌익세력이 대한민국 선거의 부정을 획책해서 국회 과반수 권력을 탈취”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조 변호사의 변론을 들은 국회 소추위원단들은 술렁였습니다. “8인회 맞아?”, “헌법재판관을 했다는 양반이 왜 저래”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조 변호사에 대한 실망감이었습니다.
조 변호사에 이어 배진한·차기환 변호사 모두 부정선거 의혹 주장에 시간을 할애하자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윤씨 측 발언권을 제한했습니다. ‘미스터 소수의견’이라고 불릴 정도로 기본권 보장에 충실했던 헌법재판관의 씁쓸한 말로를 엿봤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