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6월9일 당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에서 열린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해 이철우 연세대 교수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뉴라이트 세력과 손을 끊어라."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내란 피의자' 윤석열씨에게 뉴라이트 세력과의 절연을 조언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 교수는 이종찬 광복회장의 아들이자, 윤씨의 58년 지기 죽마고우로 알려진 인물인데요.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지만, 그때마다 윤씨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윤석열, 조언에도 '무반응'…이철우 "무슨 말 더하겠나"
이 교수는 지난 16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윤씨를 언급하며 "뉴라이트 역사관을 가진 인사들과 손을 끊으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밝혔습니다. 일각에선 이 교수가 지난해 12·3 비상계엄을 주도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했다고 알려졌지만, 그는 뉴라이트 인사들의 구체적인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윤씨에게 "이 사람을 잘라라, 저 사람을 잘라라"하고 구체적으로 간섭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 교수는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파동 때 누가 어떤 말을 했는지 뻔히 아는데, '이 사람 잘라라, 저 사람 잘라라'하고 그런 말을 하겠느냐"며 "'그런 세력과 손을 끊어라' 하면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내란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용현 전 장관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습니다. 이 교수는 "(김 전 장관과 같은) 사람들이 육사 내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제거하려는 세력인데 제가 그런 사람을 좋아할 리가 있겠느냐"고 지적했습니다.
이 교수 조언에도 불구하고 윤씨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교수는 "아무 반응이 없는데,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느냐"고 전했습니다. 이 교수는 평소 윤씨가 자신의 조언을 잘 듣지 않는다는 점도 전했습니다. 그는 "대선 기간 내내 쓴소리를 여러 번했었고, 대통령이 된 뒤에도 했다"면서도 "(윤씨가) 제 말을 듣기나 하나. 듣지도 않는 사람에게 제가 이러쿵저러쿵 무슨 말을 하겠느냐"고 밝혔습니다. 또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이야기도 하면 자세하게 이야기했겠지만, 원칙적인 이야기를 하면 반응이 없으니 무슨 이야기를 더 하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지난 대선 때 윤씨를 지지했던 이 교수는 12·3 내란 사태 이후 최근에 윤씨를 향해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극우세력 수괴"라고 직격한 바 있습니다. 그는 지난 8일 페이스북에서 "홍범도 흉상 철거 계획을 꾸짖는 광복회장을 겁박하기 위한 시위대가 우리 집 앞에 와서 연일 고성을 지르는 것을 보면서, 백범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는 궤변이 정권의 비호를 받는 것을 보면서, 일본제국주의의 주구들을 섬기는 자들, 식민지 노예근성을 '노멀'로 여기는 자들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세력임을 깨닫게 됐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뉴라이트 전성시대'…정부 요직에 곳곳 포진
윤석열정부 들어 뉴라이트 성향의 인사들이 정부 주요 요직을 차지하면서 이른바 '뉴라이트 전성시대'란 말까지 나왔습니다. 뉴라이트는 '신보수주의 우파'라는 뜻으로, 이들 세력은 식민지 근대화론, 이승만·박정희 긍정적 재평가, 1948년 건국절 주장 등을 펴면서 극우·친일 이미지를 강화했습니다.
뉴라이트는 박근혜정부 시절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가 '좌편향'됐다"며 교과서 국정화까지 시도했지만, 문재인정부를 거치면서 일견 수그러드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뒤로 뉴라이트는 광범위하게 정부 기구들의 중요 직책을 차지하게 됐습니다.
대표적으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김영호 통일부 장관, 한오섭 전 대통령실 정무수석 등은 모두 뉴라이트나 우익단체 구성원이었습니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당시 후보를 지지하는 '뉴라이트 지식인 100명'에 이름을 올린 김태효 1차장은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에 대해 "중일마(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김영호 장관은 뉴라이트 학자들 모임인 교과서포럼에 참여했고, 뉴라이트싱크넷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한오섭 전 수석은 2000년대 뉴라이트 운동을 주도했던 인물입니다.
권력기관뿐 아니라 역사와 교육 분야 정부위원회 수장들도 뉴라이트 인사들로 채워졌습니다. 김낙년 한국학중앙연구원장, 허동현 국사편찬위원장,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 등이 모두 식민지근대화론자, 교과서포럼 멤버였습니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은 '1948년 건국론'을 주장해 '뉴라이트 사관' 논란을 빚었습니다. 김 관장 임명으로 인해 광복절 행사도 두 쪽으로 갈라져 열렸습니다. 김광동 전 진실화해위원장,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등의 뉴라이트 성향 인사들도 곳곳에 포진했습니다.
하지만 윤씨는 정부 출범 후 벌어진 '뉴라이트 인사 중용' 논란과 관련해 "나는 뉴라이트가 뭔지 잘 모른다"고 회피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8월29일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인사는 국가에 대한 충성심, 직책 맡을 수 있는 역량 두 가지를 보고 인사하고 있다"며 "뉴라이트냐, 뭐냐 이런 것은 안 따지고 하고 있다"고 뉴라이트 인사 논란을 부인했습니다.
윤석열정부 하에서 뉴라이트와 관련한 논란도 잇따랐습니다. 일반적인 보수 우파와 달리, 뉴라이트는 '친일'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습니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제3자 변제' 해법을 비롯해, 육군사관학교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시도, 일본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과정에서의 대일 저자세, '일본 빠진'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등이 대표적입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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