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 지배구조 손본다더니 중앙회 입김 그대로
내부 규정 개정에도 비상임이사 'CEO 선임권' 유지
2025-01-17 06:00:00 2025-01-17 0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문성주 기자] 금융감독원이 농협중앙회의 농협금융지주 인사 개입을 차단하겠다고 엄포를 놨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칼날이 무뎌지고 있습니다. 정기검사 발표와 조치가 지연되는 사이 농협금융 계열사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측근 인사들로 채워졌습니다. 고질적인 농협의 지배구조 문제 해결이 물 건너 가는 것이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강호동 체제' 농협금융 인사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해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에 대한 검사 결과를 내달 초 발표할 예정입니다. 금감원은 지난해 5월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진행했는데요. 당초 지난해 말 검사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지만, 비상계엄사태 이후 내란 정국이 이어지면서 오는 2월 초로 연기했습니다.
 
문제는 정기검사 결과 발표가 해를 넘기면서 농협금융 회장과 계열사 대표의 경영승계절차에 개선된 지배구조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최근 농협금융의 연말 인사에서 강 회장의 보은·코드 인사 논란이 또 다시 불거졌습니다.
 
농협금융 계열사 9곳 중 농협은행과 농협생명보험, 농협손해보험, NH아문디자산운용, 농협캐피탈, NH저축은행 등 6곳의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됐는데요. 새로 교체된 CEO 상당수를 비롯해 농협금융 이사회 의장까지 강 회장의 측근으로 채워졌습니다.
 
당초 금감원은 농협금융 정기검사 배경에 대해 "지주회사법, 은행법 등 관련 법규에서 정하는 대주주(농협중앙회)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 금지, 지배구조 관련 사항에 대해서도 살펴보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 인사에 개입하는 것에 대해 금산분리 위반 소지가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이 원장 의지와 달리 금감원은 농협중앙회장의 인사 개입이 지속되고 있는 것에 대해 사실상 손을 놓고 있습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당국에서 특정 금융사 인사에 대해 왈가왈부 할 수 없고, 절차상 투명성을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농협의 인사 절차에 대해서 투명성을 강조해온 기조가 변한 것은 없다"며 "농협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절차가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졌느냐에 대해 지켜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반쪽짜리 지배구조 규범 개정  
 
농협중앙회에서 농협금융, 그리고 농협은행 등 금융계열사로 이어지는 특수한 지배구조와 그로 인한 부작용은 10여년 간 지속돼온 문제입니다. 농협금융은 지난 2012년 '신경분리(신용·경제사업 분리)' 이후 중앙회에서 분리돼 독립적인 금융지주사로 출범했고, 산하 금융계열사에 대한 독립적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농협금융 지분 10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농협중앙회가 금융지주 및 금융계열사 인사에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왔습니다.
 
지난해 말 단행한 농협금융 계열사 대표 인사가 농협중앙회장의 '코드 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현안관련 보고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농협금융은 지난해 하반기 당국의 권고 사항을 반영해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했습니다. 다만 개정된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보면 중앙회의 농협금융 인사 개입을 차단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내부규범 개정안을 보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서는 비상임이사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 권한은 제한했지만, 지주 회장과 자회사 대표이사 추천 권한은 제한하고 있지 않습니다.
 
농협금융 임추위는 비상임이사가 포함됐는데, 농협중앙회장의 측근 조합장을 선임하는 것이 관례처럼 굳어져 있습니다. 전임 비상임이사들도 회장의 측근 인사들이었습니다. 농협금융은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따로 있지 않고 임추위에서 지주 회장과 자회사 대표이사를 모두 추천하고 결정하는데요. 결국 농협중앙회가 금융계열 인사권에 전방위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근거가 만들어진 셈입니다.
 
금융감독원은 주요 금융지주사와 은행에 대한 정기검사 결과를 오는 2월 초에 발표하기로 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문성주 기자 moonsj709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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