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은행업무 6월 시행…규제 사각지대 우려
금소법 적용 받지 않고 금융당국 감독권도 없어
2025-01-15 06:00:00 2025-01-15 0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6월부터 은행 점포 통폐합이 집중된 지방을 중심으로 우체국 등에서 은행 대리업무가 허용되는데, 감독 주체가 애매합니다. 우체국은 금융소비자보호법 적용을 받지 않고 있으며, 금융당국도 감독이나 제재권한을 자체적으로 행사할 수 없는데요. 금융사고 발생시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 소비자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우체국이 은행대리점 역할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2025년 업무계획을 통해 오는 6월부터 '은행 대리업' 제도를 시범 운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은행 대리업은 은행이 아닌 업체가 예금 개설이나 대출 등 은행의 일부 업무를 대행하는 것입니다. 금융위는 이를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해 새로운 제도 시행의 길을 터준다는 방침입니다. 현재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은 전국적인 망을 보유한 우체국을 활용하는 방안입니다. 지방 네트워크가 발달된 우체국이 은행대리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현재는 업무 위탁을 통해 우체국에서 예·적금 입금과 지급만 가능합니다. 예·적금 계좌 개설과 해지, 대출과 환업무 등으로 확대할지 관건입니다. 여신(대출)은 심사 등 부실 가능성이 있어 관련 서류를 은행 본점에서 검토·승인하고 실행만 우체국에서 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습니니다.
 
다만 은행 업무를 대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금융사고 등 리스크 관리 방안이 뒷받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간 정부에서 은행대리업 도입을 추진했지만 진척이 없었던 이유도 대출 업무까지 허용하는 부분에 대한 리스크가 커 신중론을 유지했기 때문입니다.
 
은행권 점포 통폐합에 따라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이 훼손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금융당국이 은행 대리업 허용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ATM기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는 모습. (사진=뉴시스)
 
대출 신청 따로 심사 따로
 
1사 전속주의를 완화하면 과잉·불공정 경쟁 우려가 있고, 심사와 보안 등 은행 고유업무에서 부실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대출은 차주의 신용등급을 비롯해 상환능력 평가 등이 핵심인데요.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이 아닌 주체가 일부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보호 등 책임 관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법 개정 사안이기 때문에 법률적 관계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우체국 예금의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의 우정사업본부가 맡고 있는데요. 새마을금고나 단위농협, 수협, 우체국 등은 현재 금융소비자보호법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금융상품 판매에서 불완전판매가 발생할 경우 소비자가 보호받기 어려운 데다 금융위원회 감독과 제재권이 없어 감독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업무 교육 또는 연수나 복잡한 업무에 대한 책임성이 따르지 못하면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금융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해 공동점포 등 대체점포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경기 용인시 수지구 하나은행 우리은행 공동점포 신봉점에서 고객들이 은행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당국이 은행 대리업을 비롯해 공동점포 등 대체점포 방안을 내놓는 것은 점포 폐쇄로 훼손되는 금융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한 대책입니다. 은행들은 최근 비대면 거래 비중이 확대되고 창구를 직접 찾는 고객이 줄면서 여러 영업점을 하나로 통합하는 대형화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역 간 점포 수 격차가 발생하고, 비대면 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등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국내 일반은행의 점포수(해외 점포 포함)는 총 3852개로 1년 전보다 54개 줄었습니다. 은행 점포 수는 2012년 4분기 말 5767개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줄고 있는데요. 지난 2017년 4분기 말 7000개 아래로, 2022년 3분기 말 6000개 아래로 떨어진 뒤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간 은행권은 공동점포 등 금융접근성 훼손을 막기 위한 자체적인 대안을 마련했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마저도 지금까지 개점한 은행권 공동점포는 △하나·우리은행 1개 △국민·신한은행 2개 △국민·부산은행 1개가 전부입니다.  은행들은 점포 전략의 최우선 목적을 '비용 절감'에 두고 있는데요. 은행마다 마케팅에 주력하는 지역 등이 같아야 하는데, 이해관계가 맞는 은행을 서로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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