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이재명 리스크…되살아난 '설화' 망령
이재명, "열심히 2번을 찍든지 집에서 계시라"…국민의힘 "망언 끝판왕"
역대 선거 때 설화로 전세 역전…정동영 '노인폄하', 정태옥 '이부망천'
"막판엔 네거티브 공세 대응 어려워…개별 후보로 설화가 선거 망쳐"
2024-03-15 17:09:16 2024-03-15 18:43:23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잇단 설화로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 판세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대표의 설화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점인데요. 민주당은 정봉주 후보의 설화로 공천까지 취소하고 후보들에겐 '경계령'을 발동한 터라 당대표의 설화가 번질까 전전긍긍입니다. 실제 역대 선거에선 설화로 막판 판세가 요동쳤습니다. 2004년 열린우리당(현 민주당)은 정동영 당시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으로 곤욕을 치렀습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선 정태옥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망하면 인천 간다)이라고 말했다가 역풍을 맞고 역대급 참패를 당했습니다. 

이재명 망언에 민주 '역풍' 우려…한동훈 "대단히 후진 생각"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설화 여진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4일 세종에서 연설을 하던 중 "국민의힘이, 윤석열정부가 정치를 잘했다, 나라살림 잘했다, 살만하다, 견딜만하다 싶으면 가서 열심히 2번을 찍든지 아니면 집에서 계시라. 집에서 쉬는 것도 2번을 찍는 것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전남 광주에서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를 향해 "대한민국을 후진시키는 대단히 후진 생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국민의힘도 "망언의 끝판 왕"이라며 "'이재명 리스크'가 당을 수렁에 빠뜨릴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민주당도 곤혹스러워졌습니다. 정봉주 의원이 '목발 경품' 발언과 거짓 사과 논란 끝에 공천이 취소되고, 당 전체엔 설화 경계령까지 발동된 마당에 선거를 지휘하는 이 대표가 설화를 범한 겁니다. 특히 이 대표의 망언은 국민의힘 지지자를 비하하는 의미인 '2찍' 발언 논란으로 사과한 지 일주일여 만에 터졌습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8일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한 음식점에서 한 젊은 남성을 향해 "설마 2찍, 2찍 아니겠지?"라고 말하며 웃었습니다. 논란이 일자 이 대표는 다음 날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사과했습니다. 민주당에선 이종섭 주호주 대사의 '런종섭' 논란과 '이채양명주'(이태원참사·채 상병 의혹·양평고속도로·김건희 여사 명품백·김 여사 주가조작 의혹) 등을 앞세워 정권심판론으로 치고 나가야 하는데, 이 대표의 설화로 역전될까 전전긍긍입니다. 
 
이 대표의 설화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형수 쌍욕'은 경기도지사 선거와 지난 20대 대선 내내 이 대표와 민주당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20대 대선에서도 "김포 아파트 2~3억", "하다 하다 안되면 가는 게 택시" 등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대선 선거대책위원회가 수습에 진땀을 흘려야 했습니다. 
 
15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울산시 남구 수암시장을 방문해 시민들과 만나면서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동영·김용민·차명진 '막말'막판 판세 흔들었다
 
역대 선거에서 설화로 판세가 뒤집힌 사례는 흔합니다. 2004년 17대 총선 땐 열린우리당이 정동영 의장의  '노인 비하' 발언으로 곤혹을 치렀습니다. 당시 정 의장은 대학생들을 만나 20대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면서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 곧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 집에서 쉬셔도 되고"라고 말했습니다. 당은 발칵 뒤집혔습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열린우리당 개헌선인 200석까지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정 의장 설화로 '턱걸이 과반'(152석)에 머물렀습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선 김용민 민주통합당(현 민주당) 후보의 막말 발언으로 시끄러웠습니다. 김 후보가 2004~2005년 무렵 했던 '미국 장관을 죽이자', '노인들이 시청 앞에서 시위 못 하게 엘리베이터를 없애자' 등의 발언들이 뒤늦게 알려진 겁니다. 결국 김 후보는 낙선했고, 민주통합당은 이명박정부 말 정권심판론을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127석을 얻는 데 그쳤습니다. 총선 이후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총선에 지지후보를 결정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이슈'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2.3%가 '막말 파문'을 선택했을 정도입니다.
 
2018년 7회 지방선거 땐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이 선거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TV에서 이부망천이라고 말하는 바람에 비서울 민심을 분노케 했습니다. 결국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17개 광역자치단체장 가운데 14곳을 휩쓰는 역대급 압승을 거뒀습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텃밭인 대구와 경북 2곳에서만 당선됐습니다.
 
2018년 6월21일 인천광역시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거리 인근에서 정의당 인천시당 관계자들이 '이부망천 6·13소송인단 모집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 캠페인은 '이부망천' 발언을 한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고자 마련됐다. (사진=연합뉴스)
 
2020년 21대 총선에선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소속 김대호 후보(서울 관악갑)와 차명진 후보(경기 부천병)의 막말이 논란이 됐습니다. 김 후보는 3040세대·노인 비하 발언이, 차 후보는 세월호 사고 유가족을 모욕하는 망언을 했습니다. 미래통합당의 대응도 문제였습니다. 두 후보를 제명했지만, 가처분신청과 후보자격 부활 등이 이어져 당의 결정이 번복된 겁니다. 결국 민주당은 미래통합당이 설화에 안일하게 대처한 틈을 노려 총선에서 180석(지역구+비례)을 얻었습니다. 87년 민주화 이후 단일 정당이 거둔 최대 승리였습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보통 선거 2주를 남기고 네거티브 공세가 가장 치열해진다"며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네거티브에 대해 반격할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설화 한방으로 전세가 뒤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이 개별 후보의 설화에 함께 엮여 들어가면, 그해 선거는 망하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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