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아시아나, 성과급 대신 '왕꿈틀이·조청유과'?
임금 협상·성과급 문제·열악한 처우 불거지면서 내부 불만 고조
'사측의 인원 쳐내기' 의구심도…원유석 사장, 경영 능력 시험대
아시아나 측 "성실히 임협 임하고 있다…빠른 시일 내 협상 종료"
2024-03-11 15:50:35 2024-03-11 17:34:35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대한항공과 합병을 앞둔 아시아나항공 경영진의 경영 능력이 본격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최근 임금 인상과 성과급 지급, 명절 근무자에 대한 선물 등 열악한 처우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어섭니다. 
 
합병이 막바지에 이른 시점에서 아시아나 경영진들에게는 직원들을 달래며 합병에 걸맞은 기업으로 내부 조직을 다지는 게 1차 과제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사측의 처우에 실망한 직원들의 노동조합 가입이 증가하는 등 잡음이 이어지면서 경영진의 위기 관리 능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설 명절에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왕꿈틀이 같은 간식을 선물하는 등 웃지못할 촌극도 빚어지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진이 조직 관리를 잘하면 합병 과도기임에도 안정적으로 넘어갈텐데, 선물품 하나 제대로 관리를 못하니 노조 가입이 증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일각에선 대한항공과 합병을 앞둔 아시아나항공 사측이 자사의 인원 감축을 위해 의도적으로 열악한 처우와 높은 노동 강도로 직원들을 쥐어짜고 있다는 의구심 섞인 시선이 제기됩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앞둔 사측의 인원 쳐내기' 포석이라는 겁니다.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 모습.(사진=연합뉴스)
 
처우에 반발하는 아시아나항공 구성원들의 노조 가입은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아시아나항공에는 조종사 노조 2개와 일반 노조 1개 등 3개 노조가 있습니다. 이번에 가입을 독려하고 있는 단체는 일반 노조인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항공 노조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11일 "통상 가입자 수는 월별 집계하는데 이번달 기준으로 노조에 200명 중반 정도 가입을 완료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해당 조직은 노사 간 임금 인상 논의와 처우 개선, 향후 대한항공과의 합병시 단합된 채널을 통해 목소리를 내겠다는 계획으로 알려졌습니다.
 
노조의 초기 가입자 수는 정확히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아시아나항공 3개 노조의 가입률이 16%대로 추산될 정도로 미미한 수준인데, 그간 임금 협상 과정에서 불만이 컸던 직원들이 노조 가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과 기업결합 심사 중으로,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 하에 재무통제를 받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성과급은 물론 임금 인상에 있어서 여타 항공사 가운데 유독 박한 처우를 받고 있습니다.
 
사측이 지난 7일 처음으로 내건 임금제시안은 '기본급 5%, 안전장려금 50%'로 파악됐습니다. 이에 아시아나항공 측은 "협상 관련 내용은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했습니다.
 
대다수 직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데요. 아시아나항공은 2019년부터 3년간 연봉 동결을 하다가 2022년 2.5% 찔끔 올리기에 그친 바 있습니다. 2020년 이후 신규 채용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내부에선 "인상안이 너무 적다"는 불만과 실망감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매출 6조5321억원, 영업이익 4007억원, 당기순이익 239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습니다.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으로 여객수요가 회복된 영향인데 전년 대비 매출은 16% 증가, 영업이익은 45% 감소한 수치입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상대적 박탈감은 커진 상황입니다. 아시아나 인수기업인 대한항공은 성과급으로 기본급의 407%를 이번달 말 지급합니다. 주요 LCC(저비용항공사)들이 최저 20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받는 것과도 비교되고 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의 성과급 지급 여부는 아직 미정으로, 임금 문제와 함께 협상 중입니다. 그럼에도 성과급이 '제로'가 될 것이란 데 무게가 실리면서 내부 직원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회사는 성실하게 임금협상에 임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협상을 통해 빠른 시일 안에 협상 종료를 이끌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설날 근무자들에게 왕꿈틀이, 조청유과, 천하장사 소시지 등을 상자에 넣어 나눠줬습니다. 내부에선 "열악한 처우가 그대로 드러났다. 노동 대가(임금 인상 및 성과급)나 제대로 제공하라"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소시지는 공항 검역 과정에서 축산물 검역법상 육가공품으로 반입이 금지된 품목이기도 합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설 연휴 때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종 전원에게 간식으로 제공한 것"이라며 "명절 선물은 아니고 연휴에도 일을 하니 격려 차원에서 간식을 5500여명에게 제공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원유석 아시아나항공 사장.(사진=아시아나 제공)
 
아시아나항공 내부에선 대한항공 합병 후 고용 승계에 대한 불안감도 상당합니다. 여기에 저조한 임금 인상률을 비롯해 열악한 처우, 내부 피로도가 상당한데요. 주채권단인 산업은행에 대한 불만도 커진 상황입니다.
 
대한항공 역시 아시아나항공 경영진을 향해 탐탁지 않은 심기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항공 산업에 정통한 관계자는 "대한항공 입장에선 합병을 앞두고 아시아나 경영진에게 '내부 조직을 잘 관리하라'고 물밑 시그널을 줬는데, 도리어 직원들의 불만을 증폭시키고 노조 가입의 빌미를 제공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고 했습니다. 합병을 막바지에 앞둔 시점에서 아시아나항공 경영진의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셈입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원유석 대표이사를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임수성 전략기획본부장과 오윤규 화물본부장은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하는 등의 임원인사를 단행한 바 있습니다.
 
원 사장은 지난달 16일 3시간 동안 전 직원을 대상으로 타운홀 미팅을 열었습니다. 성과급 및 합병에 따른 고용 유지 문제와 관련해 직원들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경영진이 원론적 답변을 하는 데 그쳤다는 내부 불만도 나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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