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일 온천리츠, 스폰서 변경에 급등
일본 1위 호텔그룹 APA, 오에도온천리츠에 투자
늙어가는 온천의 변신 기대감 상승
2024-02-22 02:00:00 2024-02-22 02: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기자] 엔저 효과로 일본 여행객이 크게 늘었습니다. 이들이 방문하는 필수코스 중 하나가 온천인데요. 온천 강국답게 일본엔 온천에만 투자하는 리츠(REITs)도 있습니다. 리츠가 보유한 온천들이 노후화돼 성장성은 낮은 편이었는데 최근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큰손이 투자해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생긴 것입니다. 
 
일본 증시에 상장된 오에도온천(大江戶溫泉)리츠는 일본 전역에 15개 온천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온천 전문 리츠입니다. 놀이시설을 포함한 리조트형 온천 11곳과 숙박시설만 갖춘 온천 4곳을 편입하고 있습니다. 
 
리츠가 투자한 취득가격 기준으로 보면, 가가와현 마루가메시 소재 레오마리조트 오에도온천이 96억9700만엔, 27.0% 비중으로 가장 큽니다. 그다음 도치기현 닛코시에 위치한 기누가와 관광호텔으로 38억7000만엔, 10.8%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미에현 시마시의 이세시마 오에도온천이 36억5600만엔(10.2%)으로 세 번째입니다. 이 세 온천의 투자비중이 전체 자산의 50%에 육박합니다. 전체 자산의 취득가액은 약 360억엔, 감정가액은 387억엔 수준으로 평가액이 크게 불어난 것은 아닙니다.
 

오에도온천리츠 보유자산 중 투자비중이 큰 온천들. 왼쪽에서부터 레오마리조트, 기누가와관광호텔, 이세시마오에도온천. (사진=오에도온천리츠 홈페이지)
 
일본은 온천 문화가 발달해 오랜 기간 사랑받았기에 수익구조는 안정적인 편입니다. 문제는 이용객이 눈에 띄게 증가할 일이 없다는 점입니다.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한 시설은 노후화할 수밖에 없고, 투자를 한다고 해서 이용객이 증가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안정적이지만 성장성도 낮은 산업입니다. 
 
오에도온천리츠의 자산들도 그렇습니다. 20년, 30년 심지어 50년 된 온천도 있습니다. 그 영향으로 평소 주가는 낮고 현금흐름은 일정해 배당 성적만 괜찮은 편입니다. 연간 시가배당률이 4~6%를 오가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작년 12월13일부터 주가가 갑자기 급등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루 전에 쏟아진 공시 때문입니다. 
 
공시는 오에도온천리츠의 메인스폰서가 오에도온천이야기그룹(大江戶溫泉物語)에서 일본 최대 호텔그룹인 APA로 교체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APA는 일본 내 최대 규모인 756개 호텔, 11만5124실을 운영하고 있는 호텔그룹입니다. 국내 투자자들에겐 가성비 호텔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APA는 엔데믹 이후 시장 변화에 맞춰 일본 내 압도적인 1위 호텔체인이 되기 위해 2022년 4월부터 ‘AIM5 APA Innovative Movement’를 시작했습니다. 5년이 되는 2027년 3월까지 APA 호텔 네트워크로 15만 객실을 확보한다는 목표도 세웠습니다. 오에도온천리츠 투자도 그 일환으로 보입니다.
 
구체적으로 APA그룹이 오에도온천 운용사의 지분과 리츠가 보유한 법인들을 인수하고, 오에도온천 측은 보유 부동산에 대한 우선협상권과 APA가 제공하는 정보를 받으며 상호 협력하는 내용입니다. 오에도온천 상표 사용은 유지하고 현 경영진이 계속 운영에 참여하며 운용 체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밝혔습니다. 
 
당장 크게 바뀌는 것은 없고 방향성도 유지될 예정이지만 APA그룹이 추가 출자와 차입 등을 통해 규모를 키울 계획이어서 리츠 투자자들의 기대감은 큰 상황입니다. 일단 APA의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것부터가 큰 장점입니다. 예를 들어 APA그룹과 관계를 맺고 있는 금융사를 통해 좋은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부동산 정보 취득도 마찬가지입니다. 
 
구닥다리 온천 리츠에 이같은 변화가 생기면서 오에도온천리츠의 주가는 공시 다음날부터 급등했습니다. 공시 하루 전 6만500엔까지 하락했던 주가가 이틀만에 7만5000엔을 찍은 것입니다. 그 후에도 7만6900엔까지 오른 후 등락 중입니다. 
 
당장의 실적엔 큰 변화가 없는데 주가는 올랐으니 시가배당률은 하락할 겁니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기대감은 상당합니다. 과연 APA가 오에도온천을 어떻게 키워나갈지 투자자들의 관심은 지속될 전망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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