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체외진단기 제조기업 오상헬스케어가 코스닥 시장 문을 두드립니다. 코로나19로 대박을 낸 기업답게 실적도 상당한데 그에 비해 공모가는 낮아 눈독 들이는 투자자가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작년 실적은 일회성이고 코로나는 지나갔습니다. 먼 미래보단 잠깐 공모주 시장의 열기만 빌려오는 것이 좋겠습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1일부터 다음주 27일까지 오상헬스케어가 코스닥 시장 상장을 위한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합니다. 연초부터 공모주들의 강세가 속출하면서 투자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어 오상헬스케어에 쏠리는 관심도 큽니다.
최근 공모 청약을 진행한 ‘대어’ 에이피알의 경우 14조원이 몰리며 10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배정된 수량은 적은데 주당 공모가는 높다 보니 청약자 수에 비례해 균등 배정하는 경쟁률도 17대 1을 기록했습니다. 17명 중 1명꼴로 균등 배정 주식을 1주 받는다는 뜻입니다. IPO(기업공개) 시장이 뜨겁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기업 밸류업 테마 열풍의 한편에선 이렇게 공모주 흥행이 이어지고 있어 오상헬스케어가 장외시장인 K-OTC 출신의 흑역사를 깰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K-OTC에서 코스닥 시장으로 옮겨온 기업들 중엔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준 경우가 드뭅니다.
1분기 대박 내고 3·4분기 적자
오상헬스케어는 혈액, 침 등으로 병을 진단하는 체외진단기 제조기업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코로나19 분자진단키트를 대량 판매한 덕분에 실적이 폭증했습니다. 2019년까지 500억원대였던 연간 매출이 2020년 2580억원으로 점프했고, 2021년에도 1323억원, 2022년엔 1939억원의 매출 기록했습니다.
이익도 함께 급증해 2020년엔 1607억원이란 기록적인 영업이익을 올렸습니다. 2021년 잠깐 영업적자로 돌아섰다가 2022년에 493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다시 1000억원대 이익으로 돌아왔습니다.
지난해 실적이 좋아진 것은 2022년 12월 미국 보건복지부(HHS)로부터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1억 테스트 수주에 성공한 결과가 반영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시적인 매출인데 이로 인해 착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3년엔 1분기에만 2855억원의 매출과 155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2분기 영업이익은 26억원으로 급감했고 급기야 3분기엔 81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그래도 1분기 실적이 빼어나 3분기까지 반영된 투자설명서 재무제표엔 영업이익이 1500억원을 넘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설명서를 자세히 살펴보면 뒷쪽에 4분기 잠정실적이 공개돼 있습니다. 4분기엔 매출액 184억원, 영업손실 77억원, 순손실 8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3분기, 4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한 탓에 1분기에 벌어놓은 실적이 더 훼손됐습니다. 4분기를 포함한 연간 잠정실적은, 매출액은 3608억원으로 매우 좋았지만 영업이익은 1423억원, 순이익은 1121억원으로 1분기 당시 실적보다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회성 실적 빠지면…올해 1분기 실적 언급 전 탈출
그래도 20203년 연간실적에 기준한 각종 투자지표를 산출할 경우 상당히 매력적인 수치들이 도출됩니다. 19일 K-OTC 종가 기준 오상헬스케어의 시가총액은 4834억원입니다. 이를 2023년 잠정 순이익으로 나눈 주가수익비율(PER)은 4.3배에 불과합니다. 작년 3분기 기준 자본총계는 3000억원에 근접했으니 주가순자산비율(PBR)도 1.6배로 바이오헬스케어 기업 중 낮은 편에 속합니다. 영업이익률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상당히 높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일회성 이익에 따른 결과란 사실입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주요 매출처 비중을 보면 특정 매출원 비중이 85%를 차지합니다. 2022년까지는 매출 비중으로 10%를 넘는 곳이 없습니다. 과연 일회성 실적이 빠지는 올해는 작년과 같은 실적과 주가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특히나 최근 2개 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한 것도 우려됩니다.
착시효과라도 해도 주가는 매력적일 수 있습니다. 특히 K-OTC 시장에서 오상헬스케어 주가는 3만6000~3만7000원을 오가고 있는데, 회사측이 제시한 희망공모가는 절반도 안 되는 1만3000~1만5000원입니다. 이번에 발행할 신주 99만주를 포함해도 이 가격이면 투자자들이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상헬스케어는 코로나19의 정점이었던 2020년 K-OTC에서 11만원까지 올랐던 적이 있습니다. 2021년엔 하락세로 돌아서서 2022년 1만원대 초반까지 하락했다가 지난해 하반기 코스닥 상장 소식에 반등, 작년 12월엔 4만원을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K-OTC에서의 주가 이력에 작년 실적, 여기에 불타오르는 IPO 시장 분위기까지 감안하면 이번 공모는 흥행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작년 실적에 기준한 시각인 만큼 올해 1분기 실적에 대한 언급이 나오기 전에 빠져나오는 전략이 유효합니다.
오상헬스케어는 오는 29일에 공모가를 확정한 후 내달 4일과 5일 청약을 받을 예정입니다. 공모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며 인당 최대 청약한도는 8000~1만주입니다. NH투자증권은 고객별로 청약한도를 우대하는데 직전 월말 연금자산을 1억원 이상 보유하고 있으면 청약한도의 3배, 300%를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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