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꽁꽁 얼어붙은 한겨울 부동산 시장에서수백건에 달하는 실거래를 기록한 아파트 단지가 나왔습니다.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린 영향이 크지만, 반도체 밸리로 육성되는 평택에 쏟아진 관심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기도 해 주목됩니다.
부동산 앱 아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서울과 수도권에서 매매가 가장 많이 이뤄진 아파트는 경기도 평택시 장당동 소재 지제역반도체밸리제일풍경채2블록(이하 지제역제일풍경채)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12월에 177건, 1월엔 69건으로 두 달간 총 246건의 실거래가 보고됐습니다.
이는 서울시와 인천시, 경기도 등 수도권을 통틀어 가장 많은 거래일입니다. 또한 실거래 2위에 오른 경기도 파주시 운정신도시제일풍경채그랑퍼스트의 거래량(125건)을 크게 앞서는 기록입니다. 지제역제일풍경채에서 이렇게 많은 거래가 이뤄진 것은 전매제한과 관련이 깊습니다.
전매제한 해제 즉시 거래 쏟아져
지제역제일풍경채는 평택시 가재지구 도시개발사업 공동2블럭에 짓는 아파트입니다. 삼성평택캠퍼스와 경부선, 1호선 국철을 사이에 두고 있습니다.
지하 2층~지상 29층 12개동 1152가구 규모로 전용면적 84㎡와 103㎡가 모두 남향 4베이로 구성돼 있습니다. 분양가는 84㎡형이 4억3300~4억7900만원, 103㎡형이 5억2000~5억7600만원입니다.
지제역반도체밸리제일풍경채2블록 조감도. (출처=지제역제일풍경채 홈페이지)
지난해 6월16일 1순위 청약을 받았으며, 평균 경쟁률 2.7대 1의 아쉬운 성적을 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평택시를 국가첨단전략산업 반도체 특화단지로 지정하면서 분위기가 역전됐습니다. 지제역 주변 지제동, 신대동, 세교동, 모곡동, 고덕면 일대 453만㎡를 신규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해 3만3000가구 규모의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배후 주거단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입니다. 덕분에 지제역제일풍경채 뿐 아니라 주변의 고덕자이센트로, 호반써밋고덕신도시2차 등이 단기간에 완판에 성공했습니다.
지제역제일풍경채의 당첨자 발표일은 6월23일이며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12월23일에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렸습니다. 지제역제일풍경채의 서쪽 고덕신도시와 동쪽 브레인시티는 공공택지라서 분양권 전매제한이 3년으로 묶여 있지만 지제역제일풍경채는 민간택지라서 6개월 동안만 전매가 제한됐습니다. 거주 의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중도금대출이 문제가 되는 당첨자들이 꽤 많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월8월부터 13일까지 중도금대출 계약과 옵션계약이 진행됐는데, 그 전에 중도금대출이 불가능한 일부 계약자들이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리자마자 급매를 내놓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대출 조건에 해당하지 못하는 개인이나 법인 명의로 분양받은 경우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지난해 3월 중도금대출 관련 분양가 및 인당 한도 규제를 풀었으나 세대당 최대 2건까지만 가능하다는 조건은 유지했습니다. 이미 분양권을 2개 갖고 있다면 추가 대출은 불가능한 겁니다.
이와 관련된 급매가 쏟아지면서 1월까지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보입니다. 급매가 빠진 후라서 이제부터 분양권 호가는 조금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토부에 신고된 지제역제일풍경채의 실거래가 내역을 보면, 국평(전용 84㎡)의 경우 4억9750만~5억원으로 맞춘 것처럼 통일돼 있습니다. 직거래가 많은 것도 특징적입니다. 이는 지제역제일풍경채의 국평 분양가가 확장비를 포함해 4억4970만원이란 사실과 관련 있습니다. 무피 또는 양도세 기본공제 250만원을 포함해 5억원으로 맞춘 것입니다. 실제 거래가격은 이보다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중개업소에 나온 프리미엄은 500만원에서 2000만원 사이에 형성돼 있습니다. 다만 확장비가 포함되지 않은 매물도 있어 물건별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GTX 호재까지…미분양 무덤서 부활하나
지제역제일풍경채는 아파트명에 ‘지제역’이 포함돼 있지만 실제로는 서정리역이 더 가까운 곳으로 이 일대에선 주거 선호도에서 조금 뒤처지는 곳입니다. 평택 반도체밸리의 수혜 단지는 이곳이 아니라 지제역 주변의 단지들인데도 이곳에 거래가 몰린 것은 중심지 단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때문으로 보입니다.
지제역 부근 대표 아파트는 지제역더샵센트럴시티입니다. 2022년 5월에 준공한 1999세대 19개동 단지로 지제역에서 가장 가까운 역세권입니다. 지제초등학교, 이마트를 끼고 있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국평 실거래가가 8억대 초반까지 기록돼 있습니다. 행정구역상 지제동에서 유일한 아파트로, 그 옆의 평택지제역자이와 힐스테이트지제역은 세교동입니다.
최근 지제역 단지들은 정부의 GTX 계획 발표로 또 한 번 들썩였습니다. GTX A노선과 C노선이 모두 이곳을 통과하기 때문입니다. GTX 역사는 지제역이 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입니다. 또한 지제역엔 SRT, KTX도 개통 예정이고, 주변에 송탄IC, 평택동부고속도로 개통도 예정돼 있습니다.
반도체밸리 호재를 업고 평택시 인구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1년말 56만4000명에서 2022년말엔 57만8000명으로 늘었고 지난해 12월엔 59만명을 넘었습니다. 평택시에서도 세교동, 동삭동, 고덕동 인구 증가세가 두드러집니다.
인구보다 아파트 공급이 더 늘어 2017년부터 2019년엔 미분양의 무덤이었고 아직도 남아 있으나 각종 호재 덕분에 2000가구를 넘었던 미분양 주택수가 500가구 수준으로 감소한 상황입니다.
지제역 주변 아파트를 주로 중개한다는 중개업소에서는 “최근 일대 아파트들의 급매가 빠르게 빠지고 있고 최근 분양한 쌍용더플래티넘도 (지제역제일풍경채보다)분양가가 더 비싼데도 저층 일부만 남아 있다”며 “이쪽의 호재를 보고 문의해 오는 소액 투자자들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지제역제일풍경채 주변 입지환경 (출처=지제역제일풍경채 홈페이지)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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