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이재용, 경영행보 활력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1심 무죄…대형 M&A 및 신사업 발굴, 경영활동 본격화 예상
반도체 업황 개선 속 사법 리스크 덜어…다만 검찰 항소 가능성 상존
2024-02-05 15:43:09 2024-02-05 15:44:27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번 판결로 한숨을 돌리게 됐습니다. 법원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이 회장의 불법행위가 없었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이 경영활동에 한층 숨통을 틔이게 됐습니다. 그간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 시황 악화에도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 탓에 온전히 사업에 집중하지 못했다는 우려가 재계 안팎에서 나왔습니다. 이번 1심 무죄 판결로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부터 햇수로 9년째 이어진 사법 리스크가 다소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특히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는 상황에서 총수의 사법 리스크를 덜게 된 삼성전자가 본격적인 미래 먹거리 발굴과 대규모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5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에게도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이 회장이 지난 2020년 9월 기소된 지 1252일, 3년5개여월 만에 나온 법원의 첫 판단입니다.
 
다만 검찰의 항소 가능성이 커진 만큼, 대법원 확정판결까지는 최소 3~4년 걸릴 전망입니다. 1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이 회장에게 여전히 사법 리스크는 상존하는 셈입니다. 
 
재계에선 이번 판결로 이 회장의 경영 활동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총수가 사법리스크에 빠진 동안 삼성의 미래 먹거리 발굴도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삼성의 대형 M&A(인수합병)의 경우 2016년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9조원에 인수한 게 마지막이었습니다.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시황이 악화한 데 이어 지난해에만 반도체 부문에서 15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냈습니다.  지난해 반도체 매출은 2위(399억달러)로 떨어져 인텔(487억달러)에 밀렸습니다. 삼성전자가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2년 만입니다. 지난해 미국 애플에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1위 자리를 13년 만에 내주기도 했는데요.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급부상한 고대역폭 메모리(HBM) 선점도 SK하이닉스에 밀린 상황입니다.
 
이 회장은 사법 리스크를 일단 털어낸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와 신사업 발굴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앞서 삼성은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미래사업기획단에 이어 디바이스경험(DX) 부문에 신사업 개발 컨트롤타워를 추가 신설한 바 있습니다.   
 
10년 이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 먹거리 아이템을 발굴하는 삼성의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함인데요. 재계에선 이 회장이 기존 사업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은 사업 발굴에 집중할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회장의 '뉴삼성' 비전도 보다 구체화할 전망입니다. 지난 2022년 10월 회장에 취임한 이 회장은 이건희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과 같은 수준의 뉴삼성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하지만 그간 사법 리스크로 인해 대대적인 변화나 비전 등을 제시하지 못했는데요. 지난 2022년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후 글로벌 네트워크를 다지며 신사업 추진을 위해 활동 중이지만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울러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나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 등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무죄 판결로 일단 이 회장이 경영 활동 정상화 및 본격화에 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라며 "미래 먹거리 창출과 더불어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해 '세상에 없는 기술 투자'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회장은 새해 첫 경영 행보로 6G현장을 방문하는 등 새로운 사업 투자에 관심을 보인 바 있습니다.  6G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로봇, 확장현실(XR) 등 첨단 기술을 일상생활에서 구현할 수 있게 해주는 핵심 기반 기술인데요. 이에 따라 이 회장이 차세대 네트워크 통신기술, AI, 로봇, 헬스케어 등 최첨단 미래 기술에 더욱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앞서 이 회장은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최소비용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삼성그룹 미전실이 2012년부터 추진한 각종 부정 거래와 시세 조종 등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한 바 있습니다.
 
이날 오후 법원에 모습을 드러낸 이 회장은 혐의 인정 여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법정으로 향했습니다. 궂은 날씨에도 다수의 취재진들이 몰려들었고, 일부 지지자들은 "이재용 파이팅", "이재용 구속 반대" 등의 응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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