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56조 역대급 펑크에도…쏟아지는 '총선용 SOC'
여야, '철도 지하화·상부 개발' 공약 경쟁 나서
국토부, 철도·도로 지하화에 65.2조 투입 전망
감세에 SOC공약 남발까지…역대급 세수펑크 우려
2024-02-02 16:18:06 2024-02-02 19:14:38
[뉴스토마토 최병호·신태현 기자]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사회간접자본(SOC) 공약 경쟁에 나섰습니다. 공교롭게도 양당은 나란히 지상에 노출된 수도권 철도 노선을 지하로 내리고 상부 부지는 택지로 개발하는 청사진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재원 대책은 사실상 전무합니다. 지난해 56조원이라는 역대급 세수 펑크에도 불구, 양당이 총선 표심만 노린 채 설익은 공약을 쏟아낸다는 비판이 불가피해졌습니다.
 
거대 양당, 하루 시차 두고 '철도 지하화' 발표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하루 시차'를 두고 철도 지하화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기선을 잡은 건 여당입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31일 경기도 수원을 찾아 '구도심과 함께 성장을' 공약을 내놨습니다. 철도를 지하화하고 철도 상부공간과 주변 부지를 미래형 도시공간으로 통합 개발하겠다는 내용입니다. 또 광역급행철도를 전국 주요 권역에 도입해 모든 광역권에서 '1시간 생활권'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구상도 제시했습니다. 이날 공약 발표에 참석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철도를 지하화했을 때 그로 인한 편익들이 상당하다"고 말했습니다. 
 
1월31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경기도 수원시의 한 카페에서 열린 '구도심 함께 성장' 공약 발표 행사에서 주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루 뒤인 지난 1일 민주당도 맞불을 놨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이개호 정책위의장, 수도권 의원 30명 등 대규모 인원이 서울지하철 1호선 신도림역을 방문, '철도 도심구간 지하화, 4대 약속·4대 실천' 공약을 꺼냈습니다. 수도권 철도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도시철도를 모두 지하로 내리고, 상부는 주거복합플랫폼 등으로 개발해 지역의 랜드마크로 삼겠다는 겁니다. 이 대표는 "지상 시설들이 주민들에게 소음·분진 피해를 주며 도시를 양쪽으로 절단하는 문제가 있어서 철도·역사 지하화를 추진할 때가 됐다"고 전했습니다. 
 
양당 공약은 장밋빛 미래에 불과합니다. 이들이 발표한 '총선용 SOC' 공약을 이행하려면 얼마나 돈이 필요할까요. 지난달 24일 국토교통부는 '교통 분야 3대 혁신'을 위해 GTX A·B·C 노선을 연장하고, GTX D·E·F 노선을 신설하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사업비는 약 134조원. 철도·도로 지하화에 65조2000억원, GTX 신설과 지방 광역·도시 철도 구축에 각각 38조원과 18조원이 투입됩니다. 양당의 공약을 이행하는 데는 최소 60조원 이상이 필요할 걸로 보입니다. 
 
'천문학적 비용' 드는데…재원 대책 '나 몰라라'
 
하지만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공약을 보면 재원 대책에서 빈틈이 너무 많습니다. 한 위원장은 수원에서 재원에 관해 "전국적으로 본다면 민간투자의 유치로 이뤄지기 때문에 재원이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며 "지역 전체가 발전할 수 있고 사업 기회가 많이 생길 것"이라는 추상적 설명만 내놨습니다. 이개호 정책위의장은 "지하화 사업비는 ㎞당 4000억원 정도로 전체로 계산하면 80조원 내외의 사업비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면서도 "사업비는 민자유치, 국가 현물출자를 통한 재원 투입 등으로 마련할 수 있으며, 별도 예산 투자는 고려하지 않고 민자유치를 통한 사업성 확보를 통해 추진할 수 있을 걸로 예상한다"라고만 했습니다.  
 
2월1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에서 도심철도 지하화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야의 총선용 공약과 정부의 세수 부족이 겹치면서 차후 1~3년 내내 '역대급 세수 펑크'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실제 지난해 국세 수입 잠정치는 344조1000억원으로, 본예산을 짤 때 전제가 된 액수에서 56조4000억원이 부족한 걸로 나타났습니다. 2022년 세수 부족분보다 13.1%나 준 겁니다. 윤석열정부의 감세정책에 경기불황까지 겹치면서 법인세가 22.4%, 소득세가 10% 감소, 세수가 타격을 받았습니다. 윤석열정부는 새해에도 법인세·양도세 감세,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감세 기조를 이어갈 방침입니다.  
 
공약 재원 마련에 대한 우려에 여야는 서로 자당의 공약 실현에 문제가 없지만, 상대 당은 그렇지 않다며 저격하고 나섰습니다. 한 위원장은 2일 기자들과 만나 "수원 철도 지하화 같은 건 상당 부분 민자를 유치하는 방식이고, 재원 계획 같은 부분이 충분히 준비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민주당의 SOC 공약을 겨냥해선 "재원을 충분히 고려한 상태에서 그런 공약이 나와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같은 날 이 대표도 "자신들이 대선 때, 지난 총선 때 약속했던 걸 다시 반복해서 또 공약하는 것이 앞으로 수없이 나올 것"이라며 "지금도 할 수 있는데 하지도 않으면서 '이거(표) 주면 하겠습니다'라고 하는 것, 이게 보통 사기꾼이 하는 일 아니냐"라고 꼬집었습니다.
 
최병호·신태현 기자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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