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자산주 열풍이 거셉니다. 정부가 발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주사와 금융사 주식을 비롯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에 매수세가 쏠려 전체 시장을 달궈놓았는데요. 덕분에 지난해 작전주의 오명을 썼던 일부 자산주들도 모처럼 고개를 들었습니다. 작전으로 낀 거품은 다 빠졌고 이젠 본질 가치로 재평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SG증권 창구발 대량 매물로 하한가 사태를 불러왔던 8개종목 이른바 ‘라덕연 주식’들이 바닥을 다지고 고개를 들었습니다. 라덕연 관련 주식종목들 중 증권 업황에 묶여 있는 다올투자증권과, HMM 인수라는 대형 이슈에 영향을 받는 하림지주를 제외한 삼천리, 대성홀딩스, 서울가스, 다우데이타, 세방, 선광 등은 지난해 CFD 하한가 사태에 휘말린 직후부터 최근까지 9개월간 주가가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하락세가 길었던 것은 물론 주가의 낙폭도 깊어 지금은 ‘작전’ 이전으로 되돌아온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PBR주 열풍이 불자 이들도 바닥을 다지고 반등 채비를 갖추는 모습입니다. 이들 주식종목들은 평소 거래가 적은 소외된 자산주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작전’으로 엮이기 전까지는 멀쩡한 저평가 기업이었다는 점에서 이제는 작전을 걷어내고 기업가치를 토대로 재평가받을 때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특히 이번 자산주 랠리가 PBR이 낮고 자사주가 많은 우량 기업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CFD 사태로 주가가 폭락하기 직전에 대주주가 주식을 매도해 논란이 됐던 서울가스만 해도 자사주가 21.72%에 달합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PBR은 0.28배에 불과합니다. 삼천리도 지분율 15.56%에 이르는 자사주를 보유 중이며 지난해 3분기 PBR이 0.25배에 불과합니다.
두 회사는 각각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매출이 급증할 일은 없지만 매우 안정적인 사업을 하면서 현금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삼천리의 경우 연간 900억원 남짓 영업이익을 버는데 작년엔 무려 174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현재 시가총액은 4000억원 수준에 불과합니다. 서울가스는 지난해 실적이 좋지는 않았지만 경기도 고양, 김포, 파주 등에 아파트가 꾸준히 늘고 있어 길게 보면 기대감이 더 큽니다.
도시가스 기업들은 배당도 잘해서 배당투자자들에게도 인기가 좋은 편입니다. 역시 도시가스사업이 주축인 대성홀딩스도 PBR은 낮은데 자사주가 없어 아쉬움이 있습니다.
세방과 선광의 경우엔 항만하역, 운송, 창고 물류 사업을 한다는 점이 닮았습니다. 넓은 땅이 필수적인 사업이다 보니 부동산 자산주로 통합니다. 지난 3분기 세방의 PBR은 0.24배, 선광은 0.32배이며, 자사주는 세방이 5.77%(자사주신탁 1.33% 별도), 선광은 12.51%를 보유 중입니다.
세방은 실적이 꾸준히 좋아지고 있으며 배당도 증액 중입니다. 최근 몇 년간 물류센터가 한창 주목받을 때 3PL 물류 대행으로 뜨거웠던 종목입니다. 선광은 지난해 392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최고 기록을 달성했는데 주가는 저PBR 열풍에 이제 막 바닥을 벗어난 모습입니다. 이들은 최근 격화된 중동 전쟁으로 해운 운송에 차질이 생겨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다우키움그룹의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다우데이타는 반등이 남들보다 조금 빨랐습니다. 지난해 11월부터 반등세로 돌아서 최근에 그 폭이 조금 더 커진 상황입니다.
자산주는 평소 지루한 흐름을 보이다가 촉매가 생겼을 때 단기간에 급등하는 성격이 강합니다. 이제 막 작전주의 거품을 걷어내고 반등을 시작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작전주 이미지는 지워버리고 각 사의 내재가치와 주가를 제대로 평가해 투자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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