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제치고 동생이 상석에…현대차-기아 시총 역전
사상 최고실적에 기아만 최고가 도전
시장서 기아 높게 평가…올해 신차 줄줄이 출시
2024-02-01 02:00:00 2024-02-01 02: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현대차가 체면을 구겼습니다. 현대차와 기아 두 형제의 시가총액이 역전 됐는데요. 며칠 사이 현대차와의 간격을 바짝 좁혔던 기아가 뒤집기에 성공했습니다.
 
31일 한국거래소에서 기아는 5% 상승하며 10만2900원으로 마감했습니다. 이날 기아는 시가총액 40조원을 돌파, 41조370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날 현대차는 2.42% 오른 19만4600원을 기록했지만 상승률에서 기아에 뒤지며 시총 41조1640억원으로 마감, 결국 약 2000억원 차이로 기아에게 시총 6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삼성전자 우선주를 제외할 경우엔 5위에 해당합니다.
 
우선주 뺀 현대차, 기아에 덜미 잡혀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주 4분기 실적과 연간 잠정실적을 발표하면서 기세 좋게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두 회사 모두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실적을 달성한 덕분입니다. 
 
현대차는 2010년 국제회계기준 IFRS를 도입한 이래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15조원을 돌파했습니다. 기아 역시 영업이익 10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입니다. 두 회사의 영업이익을 합치면 삼성전자를 제칠 정도입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부진하긴 했으나 두 회사의 위세도 대단합니다.  
 
하지만 현대차의 경우 최대 실적에 버금가는 주가 상승을 보여준 것은 아닙니다. 실적 발표 후 오르고 있지만 지난해 고점 근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현대차는 한때 30만원에 육박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20만원도 넘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면 기아는 실적에 걸맞게 사상 최고가에 바싹 다가서 있습니다. 30일 장중에 10만3600원까지 올랐는데 이는 1998년 이후, 다시 말해 IMF 외환위기에 벼랑 끝에 몰려 현대가로 입양된 후 최고가 기록입니다. 
 
두 형제의 주가에 온도 차가 있다 보니 어느새 시총 차이도 크게 좁혀졌습니다. 30일 둘의 시총 차이는 8000억원 미만으로 좁혀져 둘 중 누구라도 2%만 오르거나 내리면 시총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분위기를 연출하더니 결국 하루만에 현실화됐습니다. 
 
물론 현대차는 보통주 외에 적지 않은 우선주가 있어 이것까지 더해서 반영할 필요는 있습니다.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다고 해도 주식으로서의 가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현대차는 3종의 우선주를 발행했습니다. 31일 마감가로 현대차 우선주 시총은 2조8501억원. 현대차2우B는 4조2730억원, 현대차3우B는 2842억원입니다, 세 우선주의 시총만 더해도 7조4073억원에 달합니다. 이것을 보통주 시총에 더하면 48조5713억원이 돼 턱밑까지 쫓아온 기아를 멀찌감치 앞서게 됩니다.
 
그러나 엄연히 시총 순위는 보통주로 매기기 때문에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 여러 종류의 단말기에서는 순위가 뒤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시장은 기아 손 들어줬다
 
덩치에 맞게 실적은 현대차가 월등합니다. 2023년 현대차의 잠정실적은 매출액 162조6636억원, 영업이익 15조1269억원, 당기순이익 11조9617억원입니다. 기아는 매출액 99조8084억원으로 그 절반에 그치며, 영업이익은 11조6079억원, 순이익은 8조7770억원입니다. 
 
다만 이익 규모에 비하면 시총 차이가 큰 것은 아닙니다. 이는 주식시장에서 현대차보다 기아의 밸류에이션을 더 높게 평가해주고 있다는 뜻입니다. 
 
현재 시총을 작년 순이익으로 나누어 주가수익비율(PER)을 구할 경우, 현재 기아는 4.71배, 현대차는 3.44배로 계산됩니다. 현대차 우선주까지 더해서 산출해도 4.06배로 기아보다 낮은 것으로 확인됩니다. 글로벌 완성차업체가 PER 5배 미만으로 거래되고 있어 둘 다 저평가인 것은 맞는데 그나마 기아를 조금 더 높게 쳐주고 있는 셈입니다.
 
여기엔 최근 기아가 고배당을 발표한 영향도 포함돼 있습니다. 기아는 지난 25일 결산배당금을 발표했습니다. 전년보다 1주당 2100원을 늘려 5600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배당기준일이 3월말이라서 지금 매수해도 배당금 수령이 가능합니다. 또 올해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해 그 절반을 소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5000억원이면 현재 주가를 기준해 1.2% 지분에 해당하므로 절반을 소각한다면 시가배당률로 0.6%를 추가로 배당하는 것과 같은 효과입니다.
 
같은 날 현대차도 주당 8400원(우선주 8500원)의 배당을 발표했습니다. 2분기와 3분기에도 각각 1500원씩 배당금을 지급해 연간 배당금은 주당 1만1400원에 달합니다. 하지만 연말 배당금만 놓고 따지면 기아의 배당수익률이 더 높습니다. 
 
출시 예정 신차도 기아가 더 많아
 
절대저평가 상황인데도 주가가 강하게 오르지 못하는 것은 두 회사 모두 올해를 낙관할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차와 기아는 전기차에 힘을 쏟고 있는데 성과가 나와줄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미국에서 전기차를 9만4340대 판매했습니다. 2022년 대비 62.6% 급증한 성과로, 테슬라 다음으로 많이 판 완성차업체가 됐습니다. 올해도 승승장구하면 좋을 텐데 녹록지 않아 보입니다. 일단 시장점유율 수성을 위해 가격을 희생할 수도 있다고 공언했습니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 부사장은 지난해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수익성을 일부 희생할 수도 있고 필요하다면 가격도 양보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대차는 25일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전기차 판매목표를 30만대로 제시. 지난해 판매량 26만8787대 대비 11.6% 증가한 목표입니다. 기아도 전기차 판매를 50% 이상 끌어올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18만2000대 판매했으니 올해 목표는 27만대 이상이란 뜻입니다. 
 
완성차업체의 실적엔 신차 출시도 큰 영향을 주는데 올해는 기아 쪽이 더 많습니다. 전기차 모델 EV3, EV4, EV5 등 중소형급 모델과, 내연기관 차량 K3의 풀체인지 모델을 K4로 업그레이드해 출시할 예정입니다. 현대는 아이오닉7, 캐스퍼 일렉트릭과 펠리세이드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상황들이 종합적으로 반영돼 시장에서도 현대차보다 기아를 조금 더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선주를 뺀 현대차 보통주만 놓고 겨룬다면 기아가 현대차보다 높은 순위를 꽤 오랫동안 차지하고 버틸 가능성도 충분해 보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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