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 테러도 '음모론'만 무성…주범은 '극우 유튜브·개딸'
배현진, 15세 남학생에 무차별 가격…유튜브에선 "중학생이 어떻게 이런 일을?"
이재명 피습 때도 '자작극' 대 '계획범죄' 음모론 일파만파…양극단 정치의 폐해
2024-01-26 17:00:00 2024-01-26 22:04:48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강남에서 괴한에게 피습당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부산에서 흉기 피습을 당한 지 3주 만입니다. 배 의원은 생명에 지장이 없으나, 낮에 약자인 여성을 상대로 테러가 자행됐다는 점에선 사태가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오는 4·10 총선을 70일가량 앞두고 정치권에 '테러 주의보'가 발령됐을 정도입니다. 다만 이 대표의 피습을 놓고 음모론이 속출했듯, 이번 사건에도 음모론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주범은 양극단에 선 '극우 유튜버'와 '개딸'(개혁의 딸)입니다.
 
이재명 이어 배현진까지…정치권에 '테러 주의보' 발령
 
배 의원 피습 직후 정치권에 테러 주의보가 발령됐습니다. 의원 또는 보좌진이 모인 메신저 채팅방에선 배 의원 피습 기사들이 공유되며 "무서워 유세나 제대로 하겠느냐"라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메시지가 넘쳐났습니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의 비서관은 26일 "가뜩이나 선거 때문에 대장(보좌진이 자기 의원을 부르는 별칭)이 매일 지역구로 가 사람들을 만난다"며 "혹시 사고가 날까 봐 사무실에선 온 신경을 곤두세우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경찰과 배 의원실에 따르면, 배 의원은 전날 오후 5시18분쯤 서울 강남구 소재 한 건물에서 얼굴을 가린 남성에게 둔기로 머리를 공격당했습니다.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보면, 모자와 마스크를 쓴 괴한은 건물 안 출입문 앞에서 배 의원에게 다가가 "배현진 의원이죠"라고 두 차례 물었고, 배 의원이 "맞다"고 답한 순간 그의 머리를 가격했습니다. 괴한은 배 의원이 머리를 감싸고 쓰러진 뒤에도 열 차례 정도 더 내리쳤습니다.
 
경찰은 괴한을 특수폭행 혐의로 체포, 강남경찰서로 압송했습니다. 정체는 중학교 2학년 15세 남학생이었습니다. 용산 순천향병원으로 이송된 배 의원은 생명엔 지장이 없다고 합니다. 주치의인 박석규 순천향대 신경외과 교수는 "1㎝ 정도 두피 열상으로, 골절이나 큰 손상은 없지만 안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26일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입원한 서울 순천향대 앞에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앞서 지난 25일 배 의원은 미성년자에게 둔기로 피습당했다. (사진=뉴시스)
 
중2 학생, 의원 개인일정 어떻게 알고?…이번에도 '배후론'
 
낮에 여성인 배 의원을 상대로 중학생이 테러를 벌이자 여러 의문점이 제기됐습니다. △미성년자 괴한이 어떻게 배 의원의 개인 일정을 알았을까 △왜 배 의원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을까 하는 점입니다. 이에 전여옥 전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분명 배후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배 의원의 피습에 관해 음모론이 나오는 패턴은 3주 전 이재명 대표가 흉기 피습을 당했을 때 음모론이 확산된 경로와 거의 비슷합니다. 특히 이 대표의 경우 '비토'에 나선 극우 유튜버와 주요 지지층인 개딸들이 저마다의 확증편향으로 음모론을 확산시켰습니다. 극우 유튜버들은 이 대표의 피습에 자작극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괴한에게 민주당원 전력이 있고, 피습 각도를 고려할 때 칼이 아니라 나무젓가락(또는 종이칼)으로 목에 가벼운 상처를 낸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반면 개딸들은 괴한을 차에 태워서 내려준 사람이 존재하고, 괴한이 범행 전 누군가와 대화하는 장면이 찍힌 걸 근거로 공범이 존재하는 계획범죄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민주당은 당대표 정치테러대책위원회까지 가동했습니다. 민주당은 이 사건이 자작극이라는 주장에 대해 법적 조치를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특히 '이재명 대표 암살미수'로 규정, 수사당국에 축소·은폐 의혹을 제기하면서 정권을 압박하는 중입니다. 정치테러대책위원회가 다분히 개딸의 주장을 의식하는 듯한 모습입니다.
 
배 의원 피습 직후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테러를 규탄했습니다. 하지만 정치·시사 유튜브에선 배후세력 의혹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총선이 코앞에 오면서 여야가 대립각을 세울수록 정치인의 피습을 정국과 연결 짓고 선거에 잠재적 영향을 미치려는 극우 유튜버들의 부채질이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한편, 여야는 배 의원 테러에 관해 '전쟁 같은 증오의 정치'를 끝내야 한다면서도 뉘앙스에선 결이 달랐습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배 의원을 면회한 후 기자들과 만나 "정치가 극단으로 가니까 이런 일의 단초를 제공하는 것 같다"면서 "여야가 상생하고 협치를 하고, 정상적인 따뜻한 정치로 가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김영진 민주당 당대표정무실장은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혐오·증오의 정치엔 단호하게 조치한다는 윤석열정부의 입장이 있지 않으면, 과연 테러를 막을 수 있을까"라며 "이 대표에 대한 정치 테러를 정부·여당, 경찰이 심각하게 보고 정확히 수사하고 범인의 얼굴과 변명문을 공개하고 단호하게 조치했다면 과연 이렇게 추가적인 정치 테러가 일어났을까 아쉬움이 깊게 든다"고 했습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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