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와 '특검'은 별개…윤-한, 특검 저지는 '한몸'
한동훈, 서천 회동후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한 입장 변화 주목
한동훈 이어 김경율까지 특검법 반대…윤 대통령 신년 대담이 관건
2024-01-25 18:08:28 2024-01-25 18:59:34
[뉴스토마토 최병호·신태현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투 트랙' 전략이 주목됩니다. 한 위원장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논란엔 후속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안'(김건희 특별법)엔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자신에 대한 사퇴 요구까지 나오며 충돌 직전까지 갔던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이 소강 국면으로 흘러가자 발언 수위를 조절하면서 몸을 사리는 모습도 엿보입니다. 갈등의 불씨가 잠재된 상황이지만,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최대한 살펴서 정권 2인자로서의 이득을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입니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르면 이번 달에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명품가방 수수 논란에 관해 직접 입장을 표명할 걸로 알려졌습니다. 윤 대통령이 새해를 맞아 KBS와 신년 대담을 진행키로 했는데, 여기서 배우자 논란을 설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겁니다. 윤 대통령이 배우자 문제에 관해 입장을 낸다는 소식에 국민의힘도 일단 한고비를 넘기게 됐습니다. 이번 논란에 국민의힘 안에선 '불순한 목적의 정치공작'이라는 쪽과 '대통령실에서 김 여사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23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충남 서천군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방문했다. (사진=뉴시스)
 
한동훈 "명품백 논란 아쉽다"→"사과 얘기 아니다" 
 
이런 가운데 한 위원장 발언의 결에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됩니다. 그간 한 위원장은 명품가방 수수 논란엔 후속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밝힌 바 있습니다. 18일 저출산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선 "(명품가방 수수 논란은)기본적으로는 함정이지만, 분명히 아쉬운 점이 있고 국민들께서 걱정하실 부분이 있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제가 제2부속실과 특별감찰관에 대한 검토 문제를 전향적으로 말씀드렸던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동료시민 눈높이 정치개혁 긴급좌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선 "제가 김건희 여사의 사과 얘기를 했던 적이 있었느냐"라며 "제 입장엔 변화가 없다는 것이고, 제가 드렸던 말씀 그대로 이해해 주시면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아쉬운 점이 있다", "국민께서 걱정하실 부분", 제2부속실과 특별감찰관 검토"라고 언급했던 것과 비교하면 한층 표현이 완화된 상황입니다. 
 
흥미로운 대목은 또 있습니다. 사천 논란을 빚은 김경율 비대위원의 거취에 관해서입니다. 한 위원장은 '대통령실이 김 비대위원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는 질문에 "제가 그런 요구를 받은 적 없다"고 일축한 겁니다. 
 
일련의 발언은 윤 대통령과 갈등을 빚고 사퇴요구에 시달리다가 23일 서천에서 전격 회동, 대통령에게 90도로 고개를 숙인 일을 전후해서 나왔습니다. 이는 윤 대통령이 KBS와의 신년 대담을 통해 사실상 김 여사 명품백 수수에 관해 '유감 입장'을 표명하기로 한 터라 더는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하지 않겠다는 전략적 후퇴로 해석됩니다. 동시에 김 비대위원 사퇴에 관해선 여전히 기존 입장을 유지하며 사퇴설에 선을 그었습니다.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인사회에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권 2인자 한동훈…"김건희 특검법은 '악법'"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마찰을 최대한 줄이고자 발언의 수위를 조절하고 몸을 사리는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선 정권 2인자로서 완고하게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한 위원장은 지난 16일 인천시당 신년인사회 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것에 관한 질문을 받았을 때도 "거부권을 행사할 악법이냐 아니냐의 문제"라면서 "저는 그 부분에 대해선 상당히 (악법이라는 의견이)선명하다고 생각하고, 여러 차례 설명드린 바 있다"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한 위원장과 보폭을 맞춰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논란을 공론화해 '한동훈 사퇴론'의 빌미를 제공한 김 비대위원도 입장을 선회했습니다. 김 비대위원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더 밝혀질 것이 없다"며 "왜 명확한 사건들이 민주당만 가면 흐릿해지는지, 정쟁의 영역으로 가는지 모르겠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끊임없는 정쟁의 원인이 되고 있다"면서 김건희 특검법을 반대하고 민주당에 역공을 취했습니다.  
 
이에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이 재상정될 경우 국민의힘은 당론으로 반대를 택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합니다. 다만 윤 대통령이 신년 대담이 관건이 될 걸로 보입니다. 윤 대통령이 배우자 논란에 얼마나 진정성 있게 입장을 표명할 것인지가 주목됩니다. 윤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없다면 총선을 앞두고 역풍을 우려되고, 특검법이 '국민 정서법'이라고 불리는 상황에선 여당 내 이탈표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국민의힘의 한 재선 의원은 "당연히 정부와 여당이 조율을 해서 가는 것이고, 앞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마당에 국민의힘에선 당론으로서 반대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진정성 있게 사과하면 국민의힘 안에서 '특검법 찬성' 이탈로 가는 건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여당이 당론을 정해 반대할 것인지, 당론으로 정하지 못하고 이탈표도 나왔을 때 누구에게 정치적 책임을 물을 것인지가 매우 예측하기 힘들다"며 "윤 대통령과 비대위의 관계가 껄끄러워질 경우 비대위에서도 특검법 문제에 대해선 결사항변을 하고 막아야 할 것인가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병호·신태현 기자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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