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일본이 오랜 기간 지켜온 마이너스 금리 종식이 머지않아 보입니다. 금융시장에선 4월을 분기점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엔저’가 꺾일 경우 일본기업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신고가 행진 중인 일본증시도 변화가 예상됩니다. 단기적으로 인버스 투자를 제시한 증권사도 있습니다.
23일 일본 니케이225지수는 모처럼 소폭 하락하며 3만6517포인트로 마감했습니다. 24일에도 약보합세는 이어졌습니다. 이달 들어 신고가 행진에 피로가 쌓여 쉬어가는 정도로 풀이됩니다. 오르는 날은 많이 오르고 조정할 땐 조금만 하락하는 전형적인 강세장입니다.
일본증시는 지난해 상반기 2만5000대에서 3만3000대까지 강하게 상승한 후 하반기엔 3만1000~3만2000대 부근에서 횡보하다 새해 다시 상승폭을 키웠습니다. 니케이225지수 기준으로 올해에만 9%대 상승률을 기록 중입니다. 덕분에 도쿄거래소의 시가총액이 6조3000억달러를 돌파하며, 상하이거래소를 제치고 다시 아시아 시총 1위 자리에 복귀했습니다.
엔저·배당·NISA 혜택 확대…주가 오를 만했다
일본의 강세 원인은 다양하지만 특히 글로벌 긴축 기조 속에서 완화적인 금융통화 정책을 유지한 덕분에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증가한 것이 핵심입니다. 일본은행(BOJ)의 주도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유지하는 와중에도 물가 상승은 수익률곡선제어(YCC) 상단을 조금씩 높이면서 방어했습니다. 실물경제는 조금씩 인플레가 반영되고 있는데 저금리는 유지돼 기업들이 그 수혜를 누린 것입니다.
또한 미국 등이 긴축으로 돌아서며 엔저의 힘이 더욱 강해져 일본의 반도체, 자동차, 기계 등 대미 수출기업들이 큰 수혜를 누렸습니다. 미국의 시설투자 확대가 일본 기업들에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덕분에 기업들도 재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023년부터 지금까지 일본에서 주가가 많이 오른 업종은 해운, 철강, 도매, 증권, 운송장비 순입니다. 2차전지 등 테마 열풍이 휩쓸었던 우리 증시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입니다.
주주환원이 강화된 것도 분위기를 살렸습니다. 일본 기업들의 배당성향이 33.6%에 달합니다. 기업실적 증가가 배당성향을 높이는 원천이었지만, 여기에 행동주의펀드들의 활동이 강해졌다는 점도 주주환원을 높이는 배경이 됐습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작년 초부터 올해 1월16일까지 행동주의펀드 등의 표적이 된 일본 기업이 99개사에 달합니다.
NISA 한도를 높인 것도 투심 개선에 도움이 됐습니다. NISA는 일본의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라고 보면 됩니다. 일본정부도 NISA에 한도를 정해두고 세제혜택을 줍니다. NISA의 연간 납입한도가 기존엔 저축형 40만엔, 일반형 120만엔이었는데, 올해부터 각각 120만엔, 240만엔으로 증액된 겁니다. 과세 면제기간도 각각 20년, 5년이다가 제한을 없앴습니다. 이로 인해 증시로 유입되는 자금이 증가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3월 춘투 임금인상률 주목
이처럼 실적 기반의 상승 행진에 대해 증권가도 일본의 증시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금리라는 큰 흐름이 바뀌면 추세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있습니다.
많은 글로벌 시장 전문가들은 BOJ가 4월 중 마이너스 금리 정책과 YCC를 포기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물가는 조금씩 오르는데 언제까지고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일본은행의 올해 소비자물가지수 전망치는 2.8%입니다. 작년 7월에 예측했던 1.9%에서 대폭 상향조정했습니다.
또한 노무라연구소에 따르면, 일본노조총연합회는 올해 5% 이상의 급여 인상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업들의 이익이 증가한 데다 현지 노동시장이 타이트해 노조의 협상력이 높아진 것으로 관측됩니다. 노조와 기업의 임금협상 즉 ‘춘투’ 결과는 3월 중순경 발표될 전망입니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23일 올해의 첫 통화정책회의가 끝난 후 지금의 완화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물가나 임금 전망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을 내비쳐 마이너스 금리 폐기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우에다 총재는 “3월 춘투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고 여러 번 강조했습니다. BOJ가 물가 안정 조건으로 제시한 임금상승률은 기본급 기준 3%입니다. 3월 결과를 보고 4월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공식 폐기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 이유입니다.
다만 최근 발생한 노토반도 지진이 변수입니다. 지진 피해가 커서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이 9월로 연기될 것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물론 금리 인상에 앞서 마이너스 금리와 YCC 폐기가 먼저 진행돼야 해 금리 인상 시기가 조금 늦어지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닙니다.
엔선물·인버스 ETF 관심종목에
금리 정책이 변하면 환율에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일본의 수출기업들도 한국처럼 환율에 민감해 증시와 금리가 반비례 관계를 보이는 특징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최근의 주가 상승이 엔저에 힘입은 수출 대기업 위주였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소기업이나 내수 쪽의 성적은 상대적으로 뒤쳐집니다.
따라서 지금은 일본 증시가 신고가 행진 중이지만 금리의 바람이 바뀔 것에 대비한 투자를 준비할 필요는 있습니다.
이 시점에 지난주 KB증권이 일본 인버스 투자를 언급한 리포트를 발행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금리와 엔달러환율의 방향이 바뀔 것을 전제로 세 가지 투자법을 제시했는데요. 첫 번째는 엔화선물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이지만 이미 국내 투자자들에게 익숙합니다. 두 번째는 공격적으로 일본 주가지수를 역으로 추종하는 인버스 ETF 투자입니다. 신고가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금리 방향 전환으로 주가가 조정받을 수 있다는 전망에 근거합니다. 단, 하락에 투자하는 것이므로 길게 내다보고 투자하기보다 때가 왔을 때 매수하길 권했습니다. 변곡점은 엔저 효과가 반영된 기업실적이 발표된 후 3월 춘투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일본의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이 20.4배로 미국보다 높아졌다며 1월 중후반 니케이225지수의 상승 속도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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