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수출 경쟁력…"산업별 기술격차, 새판 짜야"
대중국 수출 비중 20.4%, 반도체 15.9%
1위인 중국·반도체, 세계 경쟁력은 '약화'
반도체 세계 시장 점유율 2위→3위
철강·석유화학 수출도 타격
"주력 산업별 기술격차 벌리는데 집중해야"
2024-01-22 16:51:35 2024-01-22 22:51:17
 
 
[뉴스토마토 김소희·김유진·이민우 기자] 기술패권 경쟁이 고조되면서 경쟁력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산업 경쟁력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특히 반도체, 이차전지, 미래차 경쟁력이 대만, 중국, 독일 등에게 밀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고위험 연구개발(R&D) 투자'를 향한 속도전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울러 중국의 중간재 자립도 향상 등에 따라 맥을 못추고 있는 철강·석유제품·화학 등 전통적 먹거리 산업에 대한 돌파구 마련도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22일 관세청이 발표한 1월 1일~20일 수출입 현황(잠정치)에 따르면, 이달 중순까지 중국의 수출 비중은 전체 수출에서 20.4%로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의 수출 비중은 전년(19%) 동기 대비 1% 상승한 수치지만, 2022년(25%)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땐 5% 하락했습니다. 
 
 
 
22일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6대 국가첨단전략산업 수출시장 점유율 분석 및 시사점을 보면 우리나라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2022년 9.4%다. 표는 2018년→2022년 반도체 수출시장 점유율. (표=뉴스토마토)
 
한국산업 '경쟁력 하락'
 
이달 중순까지 대중국 수출액은 68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0.1% 늘었습니다. 미국은 61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6% 상승, EU는 35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4% 하락했습니다. 중국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4%로 가장 많습니다. 그다음으로 미국 18.6%, 유럽연합은 10.6%입니다. 
 
반도체 수출액은 이달 중순까지 52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체 수출액 중 19.7%를 차지하는 금액입니다. 반도체 수출 비중은 15.9%(전년 동기 대비 2.7%포인트 증가)로 가장 높습니다.
 
대중국 수출과 반도체 수출 비중이 여전히 상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반도체 수출 경쟁력은 점차 하락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6대 국가첨단전략산업 수출시장 점유율 분석 및 시사점'을 보면, 우리나라 6대 산업 수출시장 점유율은 2018년 대비 2022년 25.5% 하락했습니다. 2022년 우리 6대 산업의 수출시장 점유율도 6.5%로 5위를 기록했습니다. 2018년 점유율 8.4%(2위)에서 하락한 것입니다. 
 
게다가 우리 6대 산업 중 수출 규모가 가장 큰 반도체는 2022년 수출시장 점유율이 9.4%로 3위로 조사됐습니다. 불과 4년 전인 2018년까지만 해도 우리 반도체 수출시장 점유율은 13%였습니다. 당시 점유율 순위는 2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석유제품 '블렌딩' 시장
 
첨단산업 외에도 우리나라 철강·석유제품·석유화학 등 주요 수출 품목이 맥을 못 추는 상황입니다. 올해 이달 중순까지 석유제품 수출액은 28억달러로 전년 대비 0.9% 감소했습니다. 철강제품은 24억달러로 7.4% 줄었습니다. 
 
이 중 석유화학의 경우는 중국과의 격한 경쟁이 예고된 바 있습니다. 앞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참석을 앞두고 홈페이지 기고문을 통해 "중국의 석유화학 기초유분 자급률이 100%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석화기업들은 파트너십 구축이나 현지화를 통한 리스크헤지(위기 회피) 등 공급망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정부의 고심도 큰 상황입니다. 때문에 관세청은 산업자원부·국세청과 제도개선 협력을 통해 그동안 복잡한 규정과 세금 문제 등으로 진행하지 못한 '국산 석유제품의 블렌딩(혼합제조)' 수출에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블렌딩은 서로 다른 석유 제품을 섞어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저유황 경유와 고유황 경유 등을 혼합, 각국의 환경 기준에 맞는 경유를 만드는 식입니다.
 
이번 제도개선에 따라 정부는 오일탱크 임대료 상승, 물품취급료·보관료 증가 등 오일탱크 업계에 연간 495억원의 매출 향상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관세청 관계자는 "각 부처에 걸쳐 제도개선을 통해 수입시 냈던 세금을 보세구역에서 블렌딩하고 수출하면 냈던 세금 환급해 주게 됐다"며 "향후 국내 오일탱크의 블렌딩 활성화를 통해 우리나라가 싱가포르와 같은 국제 석유거래 중심지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은 석유수입부과금·관세 관련 고시를 개정해 이날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쌓여있는 컨테이너 박스들. (사진=뉴시스)
 
"경쟁력 확보 관건"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경학적 분절화와 극단적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수출하기 더욱 까다로워지는 양상"이라며 "특히 수출경쟁력도 약화됐다. 기술·제품·가격 등 전반적인 관점에서 경쟁력이 떨어졌기에 수출 시장에서도 6대 산업 등이 밀리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우리 주력 산업별로 기술격차를 더 벌리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며 "인건비 등을 고려했을 땐 저부가 가치 산업에 집중할 순 없다. 고부가 가치 산업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투자, 연구개발 등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습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코로나 이후 최첨단 기술 산업을 자체 생산하는 구조로 지형이 변화했다"며 "반도체를 비롯해 각 나라에서 수요와 공급을 해결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약화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설비, 투자, 기업과의 마케팅 등이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기업의 설비 투자 등이 적기에 이뤄질 수 있도록 규제 등을 해소 시켜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시장이 요구하는 산업에 R&D 등을 통해 선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윤상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팀장은 "그동안 우리나라는 중국에서 완제품을 만들어 제3국으로 수출하는 경로였다. 최근엔 미·중 갈등 등 리스크가 커지면서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런 부분에서 자연스럽게 대중 수출 점유율도 줄어들었을 것"이라며 "중국 외 유럽, 동남아, 인도 등으로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등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수출시장 다변화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세종=김소희·김유진·이민우 기자 shk329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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