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시작부터 '파열음'…고물가에 인상폭 갈등
최임위 첫 전원회의 21일 개최 예정
노동계 시간당 1만원 돌파 주장
경영계 경기 침체 등으로 '동결' 목소리
차등임금·공익위원 인선 놓고도 '잡음'
2024-05-19 12:00:00 2024-05-19 12:00:00
[뉴스토마토 김소희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 참여할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이 인선됐지만 파열음은 더욱 커지는 양상입니다. 공익위원 인선이 편향돼 있다며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고물가 상황에 최임위 심의 중 화두인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시간당 1만원 돌파'를 둘러싼 논쟁은 이번주 첫 전원회의를 앞두고 더욱 심화될 전망입니다.
 
1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첫 전원회의는 21일 개최될 예정입니다. 이날 고용부의 심의요청서를 접수하고 위원장 선출 등 2025년 적용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에 본격 착수합니다. 
 
지난 5월14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최저임금 안내문이 게시돼있다. (사진=뉴시스)
 
최저임금 심의 본격화…공방도 '치열'
 
첫 전원회의인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앞두고 있지만 노동계와 경영계 간 입장차는 팽팽한 모습입니다. 특히 첫 회의에서 노동계는 물가 상승과 적정 생계비 등을 근거로 '시간당 1만원' 돌파를 강하게 주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반면 경영계는 최근 침체된 경제 상황을 강조하며 '동결'을 주장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도 관건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점검회의에서 외국인 유학생과 이민자의 가사·육아 취업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외국인 유학생, 결혼이민자 가족이 가사·육아 분야에 취업할 수 있게 하자는 것입니다. 
 
하지만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습니다. '차등'이 아닌 '차별'인데다, 이는 전체 근로자의 임금 수준 하향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저임금 시행 첫해인 1988년을 제외하고는 줄곧 단일 최저임금이 적용돼 왔습니다. 지난해에도 결론을 내리지 못해, 차등적용 여부를 표결에 올려 찬성 11명, 반대 15명으로 부결된 바 있습니다. 
 
공익위원 인선도 '잡음'
 
하지만 지난해까지 부결된 차등적용 여부가 올해는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인선된 공익위원들의 성향을 놓고 거센 우려감을 표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양대노총은 최저임금 결정 캐스팅보터 역할의 위촉 위원 다수가 '반노동 보수성향'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현 정부의 '반노동적' 가치관이 녹아들 가능성이 높아 '업종별 차등적용' 등 표결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합니다.
 
양대노총 소속 근로자위원들은 최근 공동성명을 통해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의 임명 재검토를 촉구했습니다. 권 교수는 지난 12대 최임위에 이어 재위촉됐으며 이른바 '주 69시간' 근로시간 개편안 등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밑그림을 그린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좌장을 맡았다는 주장입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지난 14일 열린 최임위 근로자위원 워크숍에서 "지난해까지만 해도 (공익위원 내) 진보와 보수가 어느 정도 섞여 있었는데 이번에 위촉된 위원 9명 중 8명이 편향돼 있다고 생각한다"며 "업종별 차등적용 연구위원들, 대통령 자문기구에서 활약한 교수들도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통상 최저임금위 첫 회의는 4월 초에 열리는 경우가 많으나, 올해는 신규 위원 위촉 절차 때문에 이달 21일로 예년보다 한 달 반쯤 늦은 출발을 하게 됐습니다. 공익위원 인선에 노동계가 반발하는 데다가, 노사 이견이 큰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문제가 올해도 핵심 의제로 부상하는 만큼, 협상 과정에 난항이 예상됩니다. 
 
지난 4월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시범사업 저지 공동행동 주최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이주 가사·돌봄노동 최저임금 차등적용 발언 규탄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 정부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 '최저'"
 
다만 역대 정부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 중 현 정부의 인상률이 가장 낮은 점은 주목할 부분입니다. 최근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매우 낮은 수준에서 최저임금이 정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최저임금 추이와 국제 비교'라는 보고서를 보면, 역대 정부의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은 노태우(16.2%), 노무현(9.9%), 김대중(9.4%), 김영삼(8.3%), 박근혜(7.4%), 문재인(7.2%), 이명박(5.2%), 윤석열(3.8%) 순으로 조사됐습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최저임금 인상률은 노태우(8.7%), 김대중(6.6%), 노무현(6.5%), 박근혜(6.1%), 문재인(5.1%), 김영삼(2.7%), 이명박(2.5%), 윤석열(1.4%)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최저임금 인상률은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에 못 미치는 등 실질임금이 하락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유선 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보고서를 통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했을 때, 2021년과 2022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각각 -1%, -0.04%로 2년 연속 하락했다"며 "2000년대에 지속 증가하던 최저임금 비율이 2020년을 정점으로 하락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세종=김소희 기자 shk329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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