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악화에 건설사 임금체불 '도마'
태영건설·현대건설 등 근로자 임금체불 문제 불거져
건설업 체불액 3년 연속 증가…미분양·미입주에 직격탄
2024-01-22 15:16:01 2024-01-22 16:30:10
 
[뉴스토마토 백아란·송정은 기자] 건설경기 한파로 건설사 줄도산 공포가 현실화한 가운데 하청업체 등에서는 임금 체불 문제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고금리와 원자재값 상승으로 공사비가 늘어난 상황에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우려까지 겹쳐지면서 건설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자 일을 하고도 돈을 못 받는 경우가 늘어난 모습입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건설업 체불금액은 작년 11월 기준 3989억원으로 전년 동기(2639억원)에 견줘 51.2% 증가했습니다. 건설업 체불액은 2021년 2353억원에서 3년 연속 늘고 있는 실정입니다. 자재가격 인상과 악성 미분양 증가라는 악재 속에 주택시장이 침체되고 자금조달창구가 위축되면서 건설업계를 둘러싼 하방압력이 거세진 결과입니다.
  
지난 8일 태영건설이 시공 중인 서울 성동구 용답동 청년주택 개발사업 공사장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관계자 등이 태영건설 측에 임금체불 문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올해 들어 22일까지 폐업을 신고한 건설사(종합·전문공사업 변경·정정·철회 포함)는 총 251곳으로 집계됐습니다. 폐업건수는 전년동기(227곳)에 견줘 10.57% 늘어난 수준입니다. 지방에서는 세경토건·남명건설·해광건설 등 내로라 하던 중소·중견 건설사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으며 작년 말에는 시공능력평가 16위인 태영건설까지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을 신청하며 도미노 도산에 대한 공포도 커진 상태입니다.
 
문제는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인해 건설 업황 개선 시기가 불투명해지며 근로자들이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하는 등 직격탄을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청업체의 경우 원청업체가 발급한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외담대)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받는데 원청사가 이를 상환하지 않을 경우 협력사는 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정부 지도에도 현장 체감 제한적…"근로계약 체결 주체, 인지해야"
 
건설 경기 악화로 자금 조달 사정이 어렵거나 시행사가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에도 기성분에 대한 대금을 받기 어려워 현장을 운영할 수 없습니다. 태영건설 역시 작년 말 만기를 맞은 451억원의 외담대를 갚지 않으면서 임금 미지급 사태가 불거졌으며 대구 건설 현장에서는 임금 체불로 공정이 중단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건설업황이 악화함에 따라 임금체불이 태영건설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실제 현대건설에서는 공사가 중단된 대조1구역을 비롯해 봉천동 현대힐스테이트, 가산동 힐스테이트 건설현장에서 임금 일부가 체불됐다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지난 19일 전국건설노동조합 서울경기북부건설지부는 현대건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대책 마련과 체불임금 해결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표=뉴스토마토)
 
김준태 전국건설노동조합 교육선전국장은 "태영건설 건만 해도 (조합원에 한해) 서울과 대구, 경남쪽 체불 규모가 5~6억원에 달한다"며 "건설노조조합원 이외 체불액을 합치면 이보다 2~3배가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덤프나 굴삭기 등 건설 기계 쪽 체불 규모도 20억원 규모로 상당히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국장은 "건설 기계분야의 경우 발주처나 원청사에서 직접 임금을 지불하는 대여대금 직접 지불제도 등이 있지만, 원청사에서 하도급을 거치는 대급 지금 시스템이 여전히 만연한 상황"이라며 "시스템적으로 보완책을 계속 도입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잘 작동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설 명절을 앞두고 고용부가 내달 8일까지 '임금체불 예방과 청산 집중지도기간'을 운영하며 태영건설이 시공 중인 105개 공사현장 전수조사에 돌입하는 등 기성금 적기(조기) 집행을 지도하고 있지만, 현장까지 온기가 전해지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지적입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건설현장 근로자들의 임금체불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의 선제적 해결노력뿐 아니라 근로자 본인도 추후 임금체불 시 귀책사유를 따질 수 있는 근로계약 체결 주체를 명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공사를 중심으로 노무비를 직불하는 등의 경우에는 임금체불 문제가 거의 없지만, 민간공사의 경우 발주자로부터 노무비를 포함한 공사비를 못받는 경우라면 별다른 방법을 찾기가 어려울 수 있다"며 "이외의 경우 발주자나 원도급사까지는 문제없이 노무비 지급, 때로는 하도급업체까지도 문제없이 지급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다음단계인 인력사무소나 십장에게서 노무비가 지급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이런 경우에는 일용근로자가 근로계약을 체결한 상대방(당사자, 주체)가 누군지에 따라서 임금체불(임금미지급)의 귀책사유를 따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백아란·송정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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