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국내 주요 기업들이 소송전에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손해배상청구 등 피소 건들까지 발목을 잡으며 브랜드 이미지 하락과 함께 소송비용 발생에 따른 우발 채무 리스크도 커지는 모습입니다.
31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재계 10대 그룹 가운데 연결 재무제표 기준 소송충당부채와 법적소송우발부채 세부내역을 공시한 SK·LG·포스코홀딩스·롯데·한화·HD현대·GS·신세계 등 8곳 중 절반의 소송가액 부담이 1년 전보다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신세계와 SK서린빌딩 모습.(사진=연합뉴스)
그룹별로 보면 신세계그룹의 법적소송 우발부채 소송가액이 가장 많이 증가했습니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신세계 그룹이 피고로 계류중인 소송사건은 원상복구청구 등으로, 소송금액은 17억8900만원에 달합니다. 이는 지난해 동기(8억2400만원)에 견줘 117% 증가한 수준입니다. 현재 신세계그룹은 우발부채 발생가능성이 높은 12억1800만원에 대해 기타채무로 인식한 상태입니다.
신사업 등으로 계열사가 늘어나고 건설업을 중심으로 업황이 악화하면서 손실보상, 이행 보증 등 분쟁에 대한 잠재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충당부채도 추가적으로 쌓고 있습니다. 특히 SK그룹은 올해 1분기 소송 관련 충당부채로 366억4800만원 적립했습니다. 소송 관련 충당부채는 지난해 동기간(106억5300만원)과 비교해 3배 증가한 규모입니다.
피고로 계류 중인 소송 중에는 지난해 발생한 미국 조지아주 SK배터리아메리카(SKBA)의 재활용처리시설 화재와 관련한 제소 건(소송가액 2260만달러·한화 약 366억원) 등이 포함됐습니다.
한화의 경우 피고로 계류 중인 주요 소송사건이 991건으로 작년 1분기(875건)보다 늘었고, 우발부채의 추정재무 영향은 4834억9200만원으로 나왔습니다. 여기에는 한화솔루션, 한화시스템 등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특허 침해 분쟁과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 손해배상, 공사대금청구건 등이 주를 이룹니다.
(표=뉴스토마토)
이밖에 GS는 피고로 참여한 주요 소송 우발부채의 추정재무영향이 지난해 1분기 417억6400만원에서 481억8100만원으로 증가했습니다. 반면 롯데지주의 경우 소송에 걸려 물어야할 가능성이 있는 피소 소송가액이 967억9000만원으로 전년동기(1064억원)보다 줄었지만 피소 건수는 67건에서 91건으로 늘었습니다.
공시 기업 중 소송가액이 가장 많은 포스코홀딩스는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등 323건에 피소됐는데 소송가액은 1조668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포스코홀딩스는 이 중 55건의 소송에 대해 소송으로 인한 자원의 유출가능성 등을 추정해 379억원을 우발손실충당부채로 계상했습니다.
한편 기업들의 소송 관련 공시는 기술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상당수의 기업이 주요 사건만 공개하거나 피소 건수나 액수를 정확히 공개하지 않고 있는 상황으로 실제 소송가액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산업이 글로벌화하고 계열사가 늘어나면서 특허·IP분쟁을 비롯해 제기되는 소송도 다변화하고 있어섭니다.
여기에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부당한 합병을 지시·승인한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항소심 재판을 비롯해 최태원 SK회장의 이혼소송 상고 등 오너일가를 둘러싼 소송까지 포함하면 대기업의 소송부담은 더 커질 전망입니다.
국내 법무법인 한 관계자는 “계열사별로 보면 영업과정에서 발생한 분쟁이 더 많을 것”이라며 “소송 과정에서 (관련 자원의 유출금액이나 시기의) 불확실한 점이 있다보니 정확한 금액 산출은 쉽지 않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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