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을 위협할 정도로 치솟으면서, 서민 물가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이미 수년간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이 누적된 데다 폭염·폭우 등 이상기후까지 반복되면서, 올 한 해 물가 불안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실정인데요. 여기에 고환율 고착화 현상이 심화하며 수입물가를 한층 자극함에 따라, 향후 이로 인한 추가적 소비자물가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최근 7개월 만에 최고치 기록한 환율…1500원 선 돌파 가능성도
28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그간 달러 강세, 국내 정권 교체에 따른 리스크, 외국인 자금 이탈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며 1400원대를 오랜 기간 유지하다, 지난 21일 7개월 만에 최고치인 1475.6원으로 마감했습니다.
이는 올해 정국 리스크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4월9일 1484.1원으로 최고점을 기록한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인데요. 일각에서는 '위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1500원 선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됩니다.
통상적으로 환율 급등은 수입물가를 통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연결되는 경향을 보이기 마련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근본적으로 원재료 상당수를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경제 구조를 갖고 있는데요.
여기에 고환율 사태가 지속되면 이들 원재료를 필요로 하는 먹거리나 공산품 등의 연쇄적 가격 상승은 피할 수 없습니다. 특히나 원재료 가격 변동 폭에 민감한 식품 기업들의 경우 고환율이 지속되면, 향후 가공식품에 대해 추가적으로 가격을 높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데요.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수입물가지수는 138.17(2020년=100)로 전월 대비 1.9% 상승했는데요. 이는 4개월 연속 오름세인 것은 물론, 올해 1월(2.2%) 이후 가장 큰 상승폭입니다.
여기에 고환율 고착화는 생산자물가에도 추가적 압력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한은은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가 120.82로 전월 대비 0.2% 상승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전년 동월 대비로는 1.5% 오르며 지난 2월(1.5%) 이후 가장 높은 폭으로 상승했는데요.
생산자물가는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 및 서비스 등 가격 변동을 표시하는 지수입니다. 통상적으로 1~3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특성을 보이는데요. 이대로라면 내년 초까지 물가 상승폭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의미입니다.
칼국수 가격 1만원 시대…커지는 서민 고통
소비자물가 불안도 지표상으로 점점 드러나는 모습입니다. 국가데이터처의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 10월 소비자물가는 117.42(2020년=100)로 1년 전 대비 2.4% 상승했는데요. 이는 지난해 7월 2.6%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올해부터 줄곧 2%대 안팎 수준을 유지해왔던 소비자물가는 지난 8월 SK텔레콤의 통신 요금 감면 이슈로 잠시 1.7%로 내려왔다가, 9월부터 다시 2%대로 올라섰습니다.
특히 먹거리의 전방위적 상승이 두드러졌는데요. 농축수산물 물가는 3.1% 뛰며 전체 물가 상승에 0.25%포인트 기여했습니다. 이 중에서 농산물은 1.1% 오르며 한 달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습니다. 쌀(21.3%)과 찹쌀(45.5%) 등 곡물의 경우 최근 잦은 비로 출하 시기가 지연되며 크게 올랐습니다.
아울러 축산물은 5.3%, 수산물은 5.9% 상승했는데요. 돼지고기(6.1%) 및 고등어(11%)의 상승세가 두드러졌습니다.
외식물가 상승세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소비자 선호 8개 외식 메뉴의 평균 가격은 작년 12월 대비 3.44% 오른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대표적 서민 음식인 칼국수는 지난해 9385원에서 이번에 9846원으로 4.91% 오르며 상승폭이 가장 컸습니다. 칼국수는 이미 서울 도심부 및 부도심 지역에서 1만원을 상회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또 삼계탕 가격은 지난해 12월 1만7269원에서 지난달 1만8000원으로 4.23% 올라 칼국수에 이어 두 번째 상승폭을 기록했습니다.
나머지 6개 메뉴별 가격 상승률은 △김밥 4.17% △김치찌개 백반 3.72% △냉면 3.53% △비빔밥 3.44% △짜장면 3.11% △삼겹살(200g) 1.93% 순으로 집계됐는데요.
재료비, 인건비 등 비용과 수입 원재료에 영향을 미치는 환율 상승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외식 물가가 전방위 상승했습니다. 서민들의 고통 역시 한층 가중될 전망입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환율 상승으로 인해 수입 업체들의 수입 부담이 가중되고, 이는 곧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실정"이라며 "특히 강달러 뉴노멀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환율 안정 시기를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당분간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 수준도 높게 느껴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음식점에 칼국수 가격이 표시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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