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태영건설68 회사채 가격이 채권시장에서 급락해 그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워크아웃 무산 위기감이 팽배했던 때에도 6000원대에 머물렀던 가격이 돌연 급락한 것이어서 눈길을 끕니다. 워크아웃을 위한 실사 전인데도 이곳저곳에서 잡음이 나오고 있어 워크아웃 개시 전까지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할 전망입니다.
지난주 채권시장에서 태영건설68 회사채는 5383.8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한 주 전 6150.0원에서 일주일 만에 14.2%나 급락한 것입니다. 특히 주 후반 사흘간 308.40원, 268.60원, 109.10원씩 연속 하락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투자자들과 시장 참여자들을 잔뜩 긴장시켰습니다.
부동산PF 위기 확대·‘파킹’ 논란에 급락
태영건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감당하지 못해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우여곡절 끝에 현재 워크아웃 사전준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는 4월11일까지 태영건설의 자산과 부채를 실사한 후 그 결과에 따라 구체적인 워크아웃 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은 실사를 위한 전문기관 선정 작업 중입니다.
이처럼 일단 회사 측의 자구안을 채권단이 받아들인 후로는 절차를 밟아가며 일이 진행되는 중인데 갑가지 채권시장에서 변화가 포착된 것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태영건설68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유일한 태영건설의 회사채입니다. 올해 7월 만기를 앞두고 있었지만 기한이익상실이 발생했습니다. 워크아웃 최종안에 따라 이 채권도 상환조건이 바뀔 예정입니다.
태영건설68은 무보증 회사채라서 워크아웃이 진행되지 않으면 채권 원리금을 제대로 상환받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채권단과 금융당국이 태영건설을 압박하며 워크아웃 무산 우려가 나올 때에도 이 채권가격은 6000원대를 유지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워크아웃을 위한 사전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시기에 채권가격이 급락한 것입니다. 18일 장중엔 5000원을 깨고 4843원까지 급락하는 등 매우 불안한 흐름을 나타냈습니다. 1%포인트 이자에도 민감한 채권이 하루에 이렇게 출렁거리는 것은 드문 일입니다. 더구나 같은 기간 태영건설 주가는 이보다 변동성이 적었다는 점도 의아합니다.
가격이 요동쳤다는 것은 결국 원리금 상환 우려로 풀이됩니다. 이때 일반적인 부동산 PF 위기를 다룬 뉴스 외에 태영건설 채권 상환과 관련해 전해진 소식은, 태영건설 보유자산(골프장) 매각을 두고 제기된 ‘파킹’ 의혹이 유일합니다. 실제 매각한 게 아니라 나중에 되사기로 약속한, 실질적으론 대출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이는 태영건설 측의 진정성을 의심할 만한 내용인데 다행히 해명이 됐습니다. 신속하고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해 태영그룹이 지분출자를 한 것으로 채권단과도 협의된 내용이란 겁니다. 해명보도 후 하락세가 멈춘 것을 보면 하락의 원인이 파킹 의혹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채권단협의회는 실사 과정에서 추가로 대규모 부실이 발견될 경우 워크아웃을 중단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앞으로도 어떤 문제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살얼음판입니다.
채무탕감·출자전환비율 예상 불가
정상적으로 워크아웃 방안이 마련될 경우 태영건설68 채권 보유자들은 채권액 조정 및 상환기일 연기, 여기에 더해 채권 일부를 출자전환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출자전환은 보유 채권의 일부를 주식으로 전환해 회사에 빌려준 돈(부채)을 주식(자본금)으로 바꾸는 행위입니다. 자본금을 늘려 기초체력을 키우고 부채비율은 낮춰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액면가 1만원인 채권을 현재 시세대로 5300~5400원대에 싸게 매수해도, 채권단이 채권액(1만원) 중 얼마를 상환하고 미룰지, 어느 정도 출자전환을 결정할지에 따라 손익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상환이 오래 걸려도 채권을 전액(1만원) 돌려받을 수 있다면 지금 시세는 좋은 투자 기회이겠지만, 채권 상당액이 출자전환된다면 그때부터는 태영건설 주가에 따라 전체 손익이 결정됩니다. 워크아웃 기업의 주가는 오랜 기간 부진한 것이 일반적이어서 당장 주가 상승으로 이익 실현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다만, 채권자들의 출자전환 전에 기존 주식의 무상감자가 먼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지금 거래되는 주식보다는 나은 조건입니다.
워크아웃 기업들의 출자전환 사례를 참고하면, 주식과 채권 모두 원금 회복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채권의 변동성이 커진 것을 이용하기보다 최소한 워크아웃 방안이 나온 뒤에 구체적인 손익을 따져보고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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