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금리가 다시 들썩입니다. 환율도 오릅니다. 미국의 금리 인하 시기는 늦어지고 인하 횟수도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비로소 물가 상승과 긴축의 큰 산을 넘고 새해를 맞이했다 안도했던 투자자들은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1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4.142%를 기록했습니다. 미국채 10년물은 지난달 27일 3.789%까지 하락했으나 새해가 된 지 4일만에 4% 선을 넘어섰습니다. 미국채 30년물은 이보다 높은 4.387%로 마감했습니다.
전쟁이 에너지가격 자극…물가 오를까 조마조마
이번주 미국채는 단 하루도 빠짐없이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4% 아래로 떨어졌던 장기채는 전부 4%대로 올라선 상황입니다.
국채금리가 오른 직접적인 원인은 미국 내에 있습니다. 소매판매가 시장의 예상보다 더 증가한 것으로 발표됐고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감소했다고 합니다. 반등하다 주춤하던 금리가 다시 상승을 재개한 것도 물가지수 때문이었습니다. 한 주 전에 발표된 12월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은 3.4%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3.1%)보다 높은 것은 물론 시장의 예상치(3.2%)도 넘어선 것입니다. 그 배경엔 주거비와 에너지 가격 상승이 있습니다. 또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3.9% 상승해 컨센서스(3.8%)를 웃돌았습니다.
여기에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3월 금리인하는 너무 이르다”고 말해 기름을 부은 꼴이 됐습니다. 그 이후부터 미국채 금리가 계속 올랐으니까요.
게다가 중동지역의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는 점도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변수여서 불안감을 키웁니다. 미국채 금리 상승이 재개된 시점은 후티 반군의 홍해 운항 선박 공격과도 겹칩니다. 후티 반군은 홍해를 운항하던 미국의 벌크선을 공격했고 이에 미국과 영국이 후티 반군이 있는 예멘을 여러 차례 포격하는 등 서로의 공방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홍해를 거쳐 수에즈운하를 통해 유럽으로 향하는, 그리고 그 반대로 운항하는 선박들에게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많은 선박들이 원래 다니던 항로를 포기하고 아프리카대륙 남단으로 우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운항 거리가 길어지고 운송 기간도 늘어난 만큼 선박 운임도 급등했습니다.
선박 운임 상승은 전 세계 수출입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의미합니다. 자칫하다간 물류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한 이번 사태가 중동지역에서 벌어지고 있어 산유국들의 석유·가스 수출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법이 없습니다.
이미 천연가스는 급등세를 보여준 바 있습니다. 천연가스 시세는 지난해 말 2.5달러대(MMbtu당)에서 지난 12일 3.313달러까지 급등했습니다. 이후 다시 하락해 2.6달러대까지 내려온 상황입니다. 그나마 유가는 안정적인 편. 전쟁이 격화되기 전 감산으로 유가를 떠받쳤던 사우디가 아시아지역 판매가 인하를 선언한 영향으로 떨어지던 중이었으니까요. 하필 그때 전쟁 양상이 거칠어진 탓에 하락세가 배럴당 70달러(WTI)에서 멈췄고 지금은 73달러대 후반까지 반등했습니다.
다행히 석유와 가스 모두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으나 변수는 얼마든지 많습니다. 또한 지금의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전 세계 물가를 자극할 거란 예상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7회 인하 예상했는데 3회?…미국채·엔화자산 평가손
이제 막 긴축 종료를 선언하고 금리 하락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상황에서 돌발변수가 등장해, 3월 조기 금리인하는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기대가 실망으로 급변하면서 충격도 더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에 대한 시장의 예측을 보여주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FedWatch)는 오는 3월 FOMC에서 금리를 내릴 확률을 53.8%로 예견하고 있습니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90%를 넘었던 확률이 뚝 떨어진 겁니다. 이 수치도 계속 하락 중이어서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나타난다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준의 점도표는 오래 전부터 연내 3회 인하를 가리키고 있었다는 점에서 시장의 기대감이 너무 과하게 앞서갔다는 평가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시장은 연내 7회 인하를 기대하던 중이었습니다. 현실을 받아들일 경우 7회 인하가 무리인 것은 물론 금리 인하 시점도 상반기는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금융시장이 급변하면서 환율도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달러인덱스가 12월27일 100.99에서 18일 103.54까지 오르면서 한동안 뜸했던 ‘킹달러’가 조명받고 있습니다. 원달러환율도 1340원대까지 상승했습니다. 특히 국내 금융시장은 북한의 도발이 격화되며 대북 리스크까지 반영하는 상황입니다. 그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북한 리스크는 거의 사라진 변수였으나 최근 다시 등장하는 분위기입니다. 엔달러환율도 140엔까지 하락했다가 다시 148엔대로 올랐습니다.
이에 금리 하락을 예상해 미국채 상장지수펀드(ETF) 등 관련 자산을 매수했던 투자자들과, 원엔환율 상승을 기다리며 일본 주식이나 채권, 엔화예금 등을 매입한 투자자들이 평가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외화 및 해외자산 투자로 단기에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산시장이 예상과는 거꾸로 진행되고 있어 투자자들의 기다림도 길어질 전망입니다.
일련의 일들이 전쟁과 물가에서 시작된 만큼 당분간 외신에 귀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전쟁이 실물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중동 전쟁과 북한의 도발로 전쟁 관련주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나 테마는 그 자체로 변동성이 커서 참고용으로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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