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대 이재명, 첫 대전은 '저출산 대책'
여야, 나란히 저출산 대책 쏟아내…총선 앞두고 정책대결 본격화
대선공약 재탕·삼탕 내용 다수…국가재정 고려없어 실효성 의문
2024-01-18 17:36:27 2024-01-18 18:05:21
[뉴스토마토 최병호·신태현 기자] 여야가 18일 한꺼번에 '저출산 대책'을 쏟아냈습니다. 국민의힘은 '아빠 휴가(배우자 출산 휴가) 1개월(유급) 의무화' 보장을 선보였습니다. 민주당은 아이가 둘이면 '24평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본격적인 정책공약 대결에 돌입하는 모습입니다. 다만 여야가 이번에 내민 저출산 대책은 지난 대선 때 각 당이 내놓은 공약을 재탕·삼탕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18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여의도 국회에 '서대한민국 생존을 위한 저출생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 "둘 낳으면 24평 임대주택"…국힘 "아빠 한달 유급휴가"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대한민국 생존을 위한 저출생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출생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신혼부부의 주거, 자산, 돌봄, 일·가정양립 등 전 과정에 걸쳐 지원을 두텁게 하자는 겁니다. 이 대표는 "2년 뒤 합계출생률은 0.5명으로 떨어진다. 국가 소멸이 먼 미래 일 아니라 발등 떨어진 당면 과제가 됐다"면서 "자산·소득 불평등 문제가 심각, 이 부분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공약을 세부적으로 보면 △2자녀 출산 땐 24평, 3자녀 출산 땐 33평 공공임대주택 제공 △신혼부부 주거지원 대상 10년차까지 확대 △소득·자산 무관 모든 신혼부부에 10년 만기 1억원 대출 △출생 자녀 수에 따라 원리금 차등 감면(아이 셋은 무이자+전액 감면) △8세~17세까지 자녀 1인당 월 20만원 아동수당 △아이돌봄 서비스 소득·재산 기준 폐지 △아이돌보미 돌봄수당 확대 △부모 누구나 출산휴가·육아휴직 보장 등입니다. 
 
18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후엔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강남 휴레이포지티브에서 '1호 공약: 일·가족 모두행복'을 발표했습니다. 저출산 문제 해에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는 게 골자입니다. 우선 부총리급 인구부를 만들고, 안정적 저출산 대응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저출생대응특별회계' 신설키로 했습니다. 여성과 남성의 출산 휴가를 '아이맞이 엄마휴가'와 '아이맞이 아빠휴가'로 각각 변경하는 안도 제시했습니다. 특히 아빠휴가의 경우 1개월 유급 휴가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육아휴직 급여 상한도 기존 150만원에서 210만원으 인상됩니다. 
 
아울러  기업 특성과 근로자 선호를 고려해 기업별로 육아기 시차근무, 재택근무, 근로시간단축, 혼합형(하이브리드) 유연근무, 아이돌봄서비스 지원 등을 확대키로 했습니다. 지역산업단지를 중소기업 맞춤형 '일가정양립 산단'으로 육성, 산단 안에 육아휴직 근로자에 대한 파견근로자 사용을 적극 지원할 방침입니다. 중소기업 육아휴직 대체인력지원금을 현행 80만원에서 160만원으로 두 배 인상하고, 경력단절자·중고령 은퇴자를 대체인력으로 채용하면 지원금을 3배 인상할 예정입니다. 
 
여야 대치 최고조인데대다수 법개정 사항
 
하지만 여야가 제시한 저출산 대책은 가짓수만 많고, 실제 내용은 재탕·삼탕이라는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여야의 이번 저출산 대책은 지난 20대 대선 당시 각 당이 내놓은 공약집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 많아서입니다. 
 
국민의힘의 대책 중 배우자 한 달 출산 휴가는 국민의힘 대선 공약집에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과 육아휴직 기간 확대'로 나온 내용입니다. 육아휴직 급여 상한 150만원→210만원 인상은 민주당 대선 공약집에 '육아휴직 급여액 현실화'로 이미 반영된 것이었습니다. 엄마·아빠휴가 및 육아휴직을 신청만으로 자동개시토록 법을 개정하는 건 민주당이 '출산휴가 종료 때 부모 모두 자동 육아휴직등록제' 도입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민주당 대책 중 민간 돌봄서비스(베이비시터) 영역에 관해 국가관리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은 국민의힘이 대선 공약집에서 '국가인증 매뉴얼을 통해 아이돌보미의 질적 수준을 표준화하고, 아이돌보미 대상 인성교육을 강화한다'는 내용으로 수록했던 겁니다. 아이돌보미의 돌봄수당을 확대하는 것 역시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힘이 대선 공약집에서 '아이돌보미 비용 정부지원 및 소득공제 추진'이라는 내용으로 발표한 바 있습니다. 
 
9일 오후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1회국회(임시회) 4차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의의 건 추가 상정이 부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부 공약은 실효성 문제도 있습니다. 민주당이 내놓은 '소득·자산 무관 모든 신혼부부에 10년 만기 1억원 대출'은 결국 시한폭탄이 된 가계대출 문제를 등한시했다는 지적입니다. 출생 자녀 숫자에 따라 대출금의 원리금을 차등 감면하는 방안은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우려도 나옵니다. 국민의힘은 인구부 신설을 약속하면서 여성가족부 업무를 흡수하고 여러 부처에 흩어진 저출생 정책을 통합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애초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여가부 해체는 아직 실현되지도 않았고, 정부조직법 개정까지도 필요합니다. 
 
국가 재정을 고려하지 않고, 예산확보 방안도 미비한 대책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민주당은 저출산 대책 추진에 연간 28조원이 든다고 추산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국민의힘 역시 급여 인상과 대체인력 확보, 시스템 개선 등을 공언했기 때문에 상당한 예산이 필요할 전망입니다. 그러나 예산 확보를 위한 국회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저출산 대책 자체가 엎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현재 국회는 김건희 특검법과 이태원 특별법 놓고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까지 행사하는 등 여야 갈등 최고조인 상황입니다. 
 
최병호·신태현 기자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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