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당무 복귀…'피습'에 멀어진 '소통'
이재명, 피습 15일만에 복귀…"이번 선거는 정권 중간평가"
피습 트라우마에 현장방문 축소 우려…원심력 제어 과제도
당 취재 제한에 기자들 일부 항의…윤도 명도 소통 '단절'
2024-01-18 06:00:00 2024-01-18 06:00:00
 
 
[뉴스토마토 최병호·유근윤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흉기 피습'의 악재를 털고, 당무에 복귀했습니다. 이 대표는 복귀 소감으로 "이번 선거는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이자 권력에 대한 심판"이라며 "국민들께서 맡긴 책임을 최선을 다해 수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총선 체제 전환과 민생 살리기에 집중하겠다는 의지입니다. 하지만 피습 트라우마 탓일까요. 이 대표의 강점으로 꼽힌 '소통'은 다소 제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에 따라 지난 대선 당시 역대급 비호감 대선을 이끌었던 윤석열 대통령과 이 대표가 나란히 불통 프레임에 갇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18일을 끝으로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을 중단했습니다. 신년 기자회견도 2년 연속 '감감 무소식'입니다.
 
'피습 트라우마'에 현장방문 '일부 제한'
 
이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 출근했습니다. 지난 2일 새해 부산 현장방문 일정 중 흉기를 든 괴한에게 피습돼 부상을 입은 지 15일 만입니다. 이 대표는 국회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게 주어진, 국민들께서 맡긴 책임을 최선을 다해 수행하도록 하겠다"면서 복귀 소감을 전했습니다. 이어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면서는 "쉬는 동안 여러 생각이 들었는데, '왜 정치를 하는가'라는 생각으로 되돌아가게 됐다"며 "최선의 노력 다해서 통합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혁신적 공천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보여드리겠다"라고 강조했습니다. 
 
17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여의도 국회로 출근했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부산에서 흉기를 든 괴한에게 피습된 지 15일 만에 출근, 당무에 복귀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유근윤)
 
이 대표가 당무에 복귀하며 밝힌 각오는 단단했습니다. 건강도 많이 회복된 걸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측근들의 말을 빌리면, 이 대표는 마음과 정신의 상처인 '내상'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한 측근은 "피습 이후 이 대표가 흉기와 피습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다"며 "이 대표가 자기 몸은 이제 자기 것이 아닌 국민의 것이라 생각해 일찍 복귀했지만, 공개된 장소에서 사람을 만날 땐 모두 긴장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이런 탓에 총선 땐 이 대표가 민심과 소통하는 현장방문 일정이 축소돼 민심의 향방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연일 전국을 순회, 지지층을 결집하고 외연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민주당에서 이 대표는 새해부터의 일정만 따질 경우 1~2일 이틀 동안 부산을 방문한 게 전부입니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14일 충북 단양 구인사를 찾고, 경남 일대를 돌며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을 뿐입니다. 다만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가 오늘 복귀했는데, 당장 현장방문을 계획할 순 없지 않으냐"며 "이번주엔 정책공약 발표도 예정됐고, 늦어도 설 즈음에는 현장방문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외부 일정 중 불의의 사고가 일어날까 우려, 언론취재도 다소 제한하려고 하는 모양새입니다. 이날 오전 권혁기 당대표 정무기획실장은 "앞으로 총선 때까지 기자들이 이 대표 옆을 따라가는 그림은 없을 것"이라며 "질문 기자들 중 한 사람이 붙어서 묻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즉각 언론들의 항의가 이어졌습니다. 이에 민주당은 오후에 다시 공지를 내고 "앞으로는 이 대표가 걸어가면서 질문을 받은 형식은 만들지 않기로 했다"며 "스탠딩 형식으로 질문을 받는 방안은 논의를 할 예정이고, 풀러를 구성해 백블을 하는 방식도 고려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이 자칫 이 대표의 피습을 계기로, 사법리스크나 공천 갈등에 관한 불편한 질문이나 견제를 받지 않으려 한다는 지적이 불가피할 걸로 보입니다. 
 
원심력 제어·공천잡음 관리…과제 '첩첩산중'
 
아울러 당무 공백을 기점으로 커진 원심력을 제어하고, 공천잡음을 관리하면서 러더십을 회복해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됐습니다. 이 대표가 피습을 당해 서울대병원과 자택에서 요양할 당시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원칙과상식 3인방(김종민·이원욱·조응천)이 탈당했습니다. 이 전 총리는 새로운미래, 원칙과상식 3인방은 미래대연합을 창당 발기인대회를 열고 3지대 신당을 구체화했습니다. 16일엔 설주완 법률위원회 부위원장까지 미래대연합으로 이탈했습니다. 민주당이 이재명이라는 구심점을 잃고 분열의 원심력만 커진 탓입이다.
 
17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재환영식에서 김용만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이사에게 민주당 점퍼를 입혀준 후 악수를 하고 있다. 김용만 이사는 백범 김구 선생의 증손자이다. (사진=뉴시스)
 
이 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당무에 복귀한 후 참석한 인재영입식에서 "통합과 단합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 전 총리가 당을 떠났고, 몇 의원들께서도 탈당했다"면서 "그럼에도 단일대오로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희망을,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책임과 소명이라 생각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문제는 공천잡음이 생기면서 추가 탈당 가능성이 커졌다는 겁니다. 앞서 16일엔 총선 예비후보 심사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전병헌 전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고 "반칙과 불공정이 판친다"며 "검증위가 특정인과 계파에 사유화됐다"라면서 공천 공정성에 직격탄을 날린 바 있습니다. 반면 욕설·막말 전력이 있는 정봉주 전 의원은 공천 적격 판정을 받았습니다. 정 전 의원은 비명(비이재명)계의 반발에도 버티기에 들어갔습니다. 당 안팎에선 컷오프된 의원, 공천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일부가 3지대로 옮겨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옵니다.  
 
최병호·유근윤 기자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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